[기고] 가기천 수필가 · 디트뉴스독자위원

 

  가기천 전 서산부시장  
 가기천 수필가 · 디트뉴스 독자위원

최근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장은 특별?광역시 자치구의 지위 및 기능개편과 관련하여 “주민편의와 시대 흐름상 자치구를 폐지하고 동 단위 근린생활 자치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이제는 결단을 해야 할 시기가 됐다, 정치권의 합의만 있다면 내년 지방선거 전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동안 자치구의 기능전환, 즉 자치구를 일반구로 전환하고, 또한 구의회를 폐지하는 문제는 이미 각계에서 제기되어왔으며, 특히 구의회 역할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과 평가가 대체로 부정적인 분위기로 볼 때 ‘위원회의 공식 결의는 아니다’라고는 하지만 이번의 발언은 그 의미가 크다.

 
 2가지 형태로 존재하는 구(區)

현행 우리나라에서 ‘구(區)’는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즉, 광역자치단체인 특별?광역시 구역안에 기초자치단체로서의 법적지위를 갖는 ‘자치구’와, 기초자치단체인 시(市)의 하부 행정기관으로의 ‘일반구’가 있다.

대체로 자치구가 됐던 일반구가 됐던 인구규모나 구역면적에 차이가 없고, 기능 또한 유사함에도 상급단체인 시(市)가 광역자치단체냐 기초자치단체냐에 따라 구가 자치단체로서의 법인격을 갖느냐 여부가 달려있다.

이러한 현상은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구’라는 명칭이나 하는 일이 거의 같은 데도 혼란을 가져오게 된다.

얼마 전, 경기도의 어느 구청장이 물의를 일으키자, 네티즌들은 ‘구민들이 구청장을 잘못 뽑았다’며 비판하는 글도 있었는데, 그 구는 행정구로써 구청장은 시장이 임명하는 일반직 공무원임을 구분하지 못한 결과였다.

시군(市郡)과 엄연히 다른 구(區) 

혹자는 일부 시?군의 인구가 도시의 한개 동의 인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비교하고 있으나, 행정은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행정 수요 또한 오로지 인구에 의하여 늘거나 주는 것은 아니므로, 1?2?3차 산업이 혼재한 시?군과 2?3차 산업 위주인 구의 기능을 같다고 할 수는 없다.

즉 대도시라는 동일 생활권내에서의 구는 독자적으로 계획하고 처리하는 일이 시?군과는 달리 사무의 종류와 기능이 상대적으로 적다.

도시계획이나 상?하수도, 시내버스 노선이나 운영체계, 대규모 공공시설의 설치?운영?관리가 시단위로 이루어지고, 구민들은 거주지와 관계없이 구를 구별하지 않고 편리한대로 가까운 지역의 시설을 이용한다.

또한 대부분 체육관, 공설운동장, 시설관리공단, 환경관리공단, 개발공사, 도시철도공사가 특별?광역시 단위로 설립되어 시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구청장이니 구의원 선거에 있어서도 때로는 후보자들이 거주 지역 외의 주민에 더 노출되고 관심을 끌기도 한다.


구의원 이름 아는 구민들 드물어 

자기지역 출신 시의원이나 구의원의 이름을 아는 경우는 드물다. 더욱이 주민 대다수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도시지역에서는 웬만한 시설관리는 관리사무소에서 해준다.

현재 구의 사무를 세출예산을 기준으로 보면 그 실태를 짐작할 수 있다. 인건비가 20% 내외, 사회복지예산 55%내외에 달하고 이에 경직성 경비를 더하면, 실제 지역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은 20%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특히 자체재원이 열악하여 구 자체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취약하여 이런 실정에서 ‘자치’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더욱이 앞으로 기초노령연금 확대 등 복지분야 소요예산증가에 따라 머지않아 구 예산의 60%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그 비율은 점점 늘어나게 될 상황에서 ‘자치구’라는 기능은 더욱 축소될 것이 불을 보듯이 알 수 있다.

그러나 구 개편도 쉬운 과제는 아니다. 오래 전, 정부와 학계에서는 몇 개의 시?군을 통합하여 광역화하고, 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비롯하여 행정구역 또는 행정체제를 대폭 개편하는 방안이 발표되었고, 자치경찰제 도입, 지방자치와 교육 자치를 일원화하는 방안 등 여러 방안이 제시되었으나 아직도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자치구 폐지하고 일반구로 전환해야 

그렇다면 어떠한 방향에서 검토되고 추진하여야 할 것인가? 첫째 자치구를 폐지하고 일반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구의 기능과 아울러 앞으로의 전망을 볼 때 더욱 전환의 당위성이 커지게 된다.

특별광역단체인 세종시와 제주도는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단층구조(單層構造)로 운영되고 있는 것과, 현재 광역시에 버금가는 수원, 성남, 창원 등 대도시를 비롯하여 천안, 청주, 전주시 등에 행정구를 두어 운영하는 예로 볼 때도 전혀 무리가 없다.

둘째, 자치구(의회)를 폐지하는데 따른 구민의 의견을 효율적으로 전달, 반영할 수 있도록 협의체를 운영하고, 특별?광역시의원을 일부 증원한다.

셋째, 현재 동을 구역을 확대한다. 현재 인구가 수 천내지 2만 내외인 동을 5만 규모로 통폐합하되, 주민자치센터는 현재대로 운영한다. 과거 동구 원?정?중?신안?소제동을 중앙동으로, 중구 선화 1?2?3동과 은행동을 통합하여 은행?선화동으로, 대흥 1?2?3동을 대흥동으로 운영하여도 큰 문제가 없음을 볼 때 과감한 통합으로 인력의 효율적인 활용과 경비절감을 꾀할 수 있다. 또한 개편되는 구의 기능을 보완하는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넷째, 지방자치의 본질로 볼 때 일반 행정과 교육행정을 일원화 하고, 자치경찰제를 조속히 도입하여야 한다.

그동안 구 개편과 구의회 폐지에 관하여는 많은 의견과 논의가 있어 왔다. 이제 문제제기와 논의수준에 머물지 않고 보다 실현가능한 방안을 마련하여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합리적으로 마무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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