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기 대덕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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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철도 2호선, 조기추진 여론戰이 시작되는가?
- 지금 시급한 것은 일방적 여론戰이 아니라 사실을 제대로 알리는 일이다.

   
 

도시철도 2호선 사업에 대한 대전시의 지극히 형식적인 지역순회 설명회가 마무리되는 시점과 동시에 각종 매체를 총동원한 사업 조기추진의 여론전 양상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런 여론전에 뛰어드는 사람이나 방식은 참으로 다양하고 기발하기까지 하다. 건설업자나 전직 공무원, 언론매체가 직접 조기추진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는 등 ‘보이지 않는 손’이 연출하는 촌극들이 이 곳 저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신중한 추진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회유와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은 참으로 중차대한 사업이다. 대전시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꼽은 사업이며 신중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답한 시민이 압도적 다수로 나타난바 있다. (대전방송총국 개국 70주년 여론조사, 2013년 7월 15일 KBS 9시뉴스)

이렇게 중요한 현안임에도 도시철도 사업내용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시민들이 아직도 지하철로 오해하고 있는 현실은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시가 조기추진의 필요성을 강변하는 여론전에만 집중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 되묻고 싶다.

지금 시급한 것은 시민들이 이 사업에 대해 잘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다. 교묘한 여론전으로 현실을 호도할 일이 아니다.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3가지 주요 핵심사항을 알릴 필요가 있다.

첫째, 지하철은 안 된다는 사실이다.

지하철 방식이 문제가 많아서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법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말이다. 정부에서는 이미 지난 1999년에 지방광역시의 도시철도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사업비가 엄청나게 투입되는 지하철 방식은 경제성이 없다며 60%의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지하철 방식을 주장하는 데는 나름의 배경이 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염홍철 당시 시장 후보가 도시철도 2호선을 지하철로 건설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이미 1999년에 정부방침이 정해졌고 2002년에서 2006년까지 대전시장을 역임한 바 있는 염 시장이 정부방침을 모르고 공약을 했겠는가?

이를 지적하는 이유는 이 시점에서 염 시장의 지나간 잘못을 지적하고 비난하고자 함이 아니다. 지하철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시민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면 내년 시장선거 과정에서 또 시민을 속이는 후보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제가 시장이 되면 정치권과 협의해서 돈이 더 들더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하철로 만들겠다”고 거짓공약을 하고 시민들이 이에 호응하는 4년 전의 상황이 다시 재현되는 것을 염려하는 것이다.

둘째, ‘고가냐? 노면이냐?’하는 문제는 선택과 가치판단의 문제라는 것이다.

고가와 노면방식 모두가 장·단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어떤 방식이 절대적으로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닌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고가방식의 장점은 대전시가 강조하는 대로 속도와 정시성으로 대표되는 ‘효율’이라는 가치를 잘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가방식의 단점으로 콘크리트 교각과 상판으로 인한 도시경관저해 및 소음진동 등의 환경적 측면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된 바 있다.

   
▲ 지난 9월 24일 용인경전철 에버라인 무인전동차가 거의 텅 빈 채 운행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개통한 이 경전철은 하루 이용객이 당초 예상의 16분의 1에도 못 미치면서 그 손실을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 <세계일보 9월 30일자>


그러나 고가방식의 더 큰 단점은 다른 데에 있다. 용인, 의정부, 김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시민들이 고가방식의 전철을 이용하지 않는데서 오는 엄청난 운영적자가 가장 큰 문제이다. 실제 용인의 경우를 직접 가서 보니 전차 한 칸에 한 명의 승객이 이용하고 있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비자는 조금이라도 상대적으로 불편하거나 비싸거나 맛이 없으면 이용하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시민이 외면하는 방식으로 이미 드러난 고가철을 밀어붙였다가 다른 도시처럼 엄청난 운영적자가 발생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일부 도시처럼 주민 소송을 통해 전 시장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있겠는가?

노면방식이라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단점은 승용차 차로의 감소로 인한 승용차 운전자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조금 느린 속도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반면에 가장 큰 장점은 쉬운 접근성과 높은 이용률이다. 고가방식을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은 상대적 저속으로 인해 시민들이 외면할 것이므로 간선 교통망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유럽의 여러 도시를 돌아본 결과 장애인, 노약자, 영유아의 부모와 자전거 이용자까지 다양한 이용객들로 항상 만원인 상황을 볼 때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시민의 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 현 계획노선은 대전시의 장기발전방향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철도교통 인프라는 한번 건설되면 100년 이상 지역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향후 50년, 100년을 내다볼 때 대전은 북동쪽의 인구 70만 명의 청주와 북서쪽의 인구 50만 명의 세종시를 연결하는 ‘메갈로폴리스 트라이앵글’을 중심으로 발전되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트라이앵글 한 가운데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건설된다.

  고가 방식으로 건설된 의정부 경전철에 이용객이 적어 텅 빈 채 운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은 대덕구청이 직접 찍은 사진)  
고가 방식으로 건설된 의정부 경전철에 이용객이 적어 텅 빈 채 운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은 대덕구청이 직접 찍은 사진)

그럼에도 현재 대전시에서 계획하고 있는 2호선 노선은 대전의 서·남쪽만 순환하다가 다시 둔산동으로 들어가는 노선으로 대전의 장기 지리적 발전방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런 지적을 단순히 대덕구라고 하는 소지역 이기주의로 매도하거나 3호선 기능이 사실상 불가능한 충청권철도사업을 핑계로 피해나가기 식으로 대응하는 대전시의 태도는 참으로 개탄스럽다.

여기서 공사비 문제도 짚어보자.

노면방식을 ‘1’이라고 볼 때 고가방식은 그의 약 3배 그리고 지하철 방식은 5배의 공사비가 든다고 한다. 고가방식으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통과된 예산규모 내에서라면 대부분의 구간을 노면으로 바꿔서 남은 자금을 대전의 북부지역 전철망 구축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대전시는 이에 대해 사업이 변동될 경우 예타를 다시 신청해야 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으나 이는 두 가지 점에서 오류가 있다.

첫째, 애초부터 예타 신청을 늦추고 좀 더 시민의 여론을 수렴하자는 본인의 주장을 묵살하고 반쪽짜리 순환선 노선으로 강행 신청한 책임은 대전시에 있다는 점이다.

둘째, 본인이 알아본 바로는 예타 통과 전체 금액의 2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이 변경될 경우 예타를 다시 신청하지 않고도 추진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대전시의 태도는 무조건 노선변경은 안 된다는 데에 집착하는 고집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이 사람 저 사람을 동원해 고가방식 조기추진 여론전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제대로 알도록 널리 알리고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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