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네트워크 토크 콘서트,14일 충남대정심화회관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일자리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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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우 준비위원장

예전에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는 노래가 있었다. 이 노랫말에 이어지는 구절은 ‘자본가여 먹지도 말라’였다. 80년대 노동자 운동이 즐겨 부르던 노래이다. 노래는 ‘일은 노동자가 하는데 이윤은 자본가가 독식 한다’는 점을 폭로한다. 노래는 모든 생산물은 노동의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데 이 노래에 깔려 있는 정의로운 사회의 원칙은 ‘일한 만큼 가져가라’는 것이다. 노동하지 않으면 소득을 얻을 수 없다는 원칙, 노동성과에 따른 분배의 원칙에 이 노래는 호소한다. 그로부터 20년이 훨씬 지난 이 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이러한 원칙은 수정되고 보충되어야 한다.

한 사회의 총소득에서 이자, 배당 등의 형태로 자본이 가져가는 부분보다 노동자가 가져가는 부분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 말은 당시와 비교할 때 더욱 벌어진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의 격차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찬가지로 타당하다.

하지만 노동하지 않는 자에게는 분배하지 말라는 주장이 지금도 여전히 타당한가에는 의문이 따른다. 노동과 소득의 연계에 대해서는 깊은 숙고가 필요하다. 실업, 비정규직, 불안정노동을 확대해 온 신자유주의의 현실을 고려한 새로운 사고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기본소득은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나 부여되는 소득

전 세계적으로 볼 때, 노동인구의 상당 부분은 이미 안정적인 봉급생활자(salariat)가 아니라 불안정노동자(precariat)로 채워져 있다. 한국에서도 비정규직이 절반이 넘었으며 알바와 실업자를 합치면 불안정노동자는 노동자의 다수이다.

거기에 정규직 노동자들도 유연화의 압박과 정리해고 요건의 완화를 통해 점증하는 불안정화에 노출되어 있다. 거의 모든 국가의 성인인구의 1/4은 고용, 직무, 작업조건, 숙련, 임금소득, 교섭대표성의 모든 측면에서 과거의 노동자계급과는 전혀 다른 불안정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50년대와 60년대 서구에서, 그리고 1997년 이전의 한국에서 가능하였던 사회, 비자발적 실업이 존재하지 않는 완전고용에 가까운 사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실업자와 영세자영업자를 더하면 이미 경제활동 인구의 60% 이상이 불안정노동에 시달린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도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는 노랫말은 타당성을 가질까? 일하고 싶어도 제대로 된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는 상황이라면,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아야 할까?

노랫말은 자본에 대해 이윤을 독식하지 말고 노동자에게 분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부분도 임금 인상으로 좁게 이해된다면 더 이상 타당하지 않을 것 같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총소득에서 차지하는 자본소득의 비중을 줄여가는 길보다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지급되는 기본소득의 재원을 자본이 더 많이 분담하는 길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형성된 재원을 국민 모두에게,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평등하게 나눠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기본소득이라는 발상은 정규직 중심의 완전고용이 깨어진 사회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한다.

경제활동 인구의 60% 이상 불안정노동에 시달려

기본소득이 도입된다면, 그리고 추가로 필요한 재원에서 자본과세가 주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면 총소득에서 자본이 가져가는 부분은 줄어들 것이다. 이 점은 기본소득이 가지는 첫 번째 효과이다.

두 번째 효과는 기본소득을 통해서 노동과 소득의 연계의 전제 조건인 모두가 원한다면 일자리를 가질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가 수립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하여 강을 파헤칠 수도 없고 전 세계적인 경제침체로 인해 확대생산을 소화해 줄 시장도 줄어들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은 오직 현재 존재하는 좋은 일자리를 나누고 불안정노동을 줄이고 나쁜 저임금 일자리를 없애는 길밖에 없다.

그런데 좋은 일자리를 나누려면 지금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더 적게 노동해야 한다. 만약 이와 같은 노동시간 단축이 소득수준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진다면 정규직 노동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그러한 방식의 노동시간단축은 노동인구 안에서의 하향적 소득평준화, 빈곤인구의 확대만을 초래할 것이다.

기본소득의 지급은 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시간단축에 대한 보상 기능을 할 것이며, 이를 통해 비정규직과 불안정노동자에게는 정규직 고용의 기회를 제공한다. 기본소득은 모두가 더 적게 일하면서, 모두가 좋은 일자리를 가지며, 모두에게 기본소득이 지급되는 사회, 곧 노동자 모두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짧은 노동 양질의 일자리 등 모두에게 유리한 결과

이와 같은 새로운 생각을 함께 전개하고자 하는 대전 지역의 많은 분들이 모여서 기본소득대전네트워크를 발족시킨다. 대전네트워크에는 정민걸 공주대 교수, 성공회 유성교회 유낙준 신부, 조세종 민들레의료생협 이사장 등을 비롯한 100여명의 시민들이 준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본소득대전네트워크는 오는 11월 14일에 첫 발족행사로 홍세화 ‘말과 활’ 발행인, 금민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을 모시고 기본소득에 관한 모든 쟁점을 토론하는 토크콘서트를 진행한다.

사회는 딴지일보의 물뚝심송(박성호) 정치부장이 맡았다. 앞으로 기본소득대전네트워크는 지역에서 강연, 교육, 언론미디어 활동 등 기본소득 실현을 위해 필요한 여러 종류의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바란다.

   
 

기본소득 대전 톡!톡!톡! 토크 콘서트

? 주 최 : 기본소득 대전네트워크 준비위원회
? 일 시 : 2013년11월14일 목요일 저녁7시
? 장 소 : 충남대 정심화국제문화회관대덕홀
? 출 연 :
금 민(기본소득네트워크 집행위원장) 
물뚝심송(딴지일보정치부장)  
홍세화(말과활 발행인)

*기본소득 대전네트워크 준비위원회
*연락처 : 070-8879-7946
* 이 메 일 : basicincomedj@daum.net
* 기본소득대전네트워크 까페 :
 http://cafe.daum.net/bikn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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