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4일 대전서 기본소득대전네트워크 출범

소득불평등에 대한 시정 효과 높아

  금민  
금민 기본소득네트워크 운영위원

기본소득이란 국민 또는 사회구성원과 같은 보편적 자격에 입각하여 일체의 자산 심사나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동등하게 지급되는 현금 및 현물?서비스이다. 즉 기본소득 개념에는 현금뿐만 아니라 의료, 교육, 대중교통, 정보통신과 같은 현물?서비스도 포함된다. 이와 같은 발상 속에는 모든 사람은 사람으로서 생활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참여하기에 필수적인 수준의 현금 및 공공재를 자신이 속한 정치공동체로부터 공급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확신이 자리 잡고 있다.

기본소득의 새로운 점은 현금복지의 도입이 아니다. 현금복지는 한국의 기초생활보장법이나 서구의 사회부조처럼 현존 복지제도에 이미 들어와 있다. 새로운 점은 현금복지가 일체의 자산 심사나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종래의 현금복지가 빈곤, 실업, 장애 등 특수한 처지를 기준으로 한다면 기본소득에는 국민, 사회구성원과 같은 보편적 자격만이 기준이 될 뿐이다. 즉 가난한 사람이건 부자이건, 일자리가 없든 있든, 누구나 동등하게 취급되고 누구나 기본소득을 받는다. 선별성과 심사(審査)에 대한 대립개념으로서 무조건성과 보편성은 기본소득의 핵심이다.

또한 보편성, 곧 모두에게 지급된다는 특징은 기본소득이 사회구성원의 공통성을 수립하는 기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본소득은 국민 모두의 나라인 공화국의 이상에 부합된다. 아울러 기본소득은 개별성과 개인의 자유에 대해 실질적 기초를 부여한다. 즉 기본소득은 가구별로 부여되지 않고 개별적으로 부여된다. 기본소득과 더불어 자유의 개념은 실질적 자유로 확대된다.

스위스, 기본소득 도입 국민투표 부쳐

광범위한 실업과 불안정노동을 확산시킨 신자유주의 시대에 기본소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실업과 불안정노동은 완전고용에 근거하여 사회보험 방식으로 구축된 종래의 복지제도에 구멍을 낸다. 게다가 2008년 금융공황 이후로는 금융과세를 기본소득의 주요 재원으로 하는 방식이 대두되고 있다.

10년 전에는 기본소득이 완전고용에 대한 대안으로서 논의되었으나 최근에는 노동시간단축과 일자리 공유를 통하여 새로운 종류의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수단으로서 논의되고 있다. 노동시간단축이 정규직의 생활수준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그 만큼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주장이다. 이와 같은 방식의 개혁이 이루어지면 비정규직이나 실업자는 기본소득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기회도 얻게 된다. 나아가 에너지전환, 생태적 전환과 관련해서도 기본소득이 논의된다.

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전 국민의 69%가 기본소득에 찬성하고 있으며 스위스는 기본소득 도입을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하였다. 기본소득이 안정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곳은 미국의 알래스카 주이다. 알래스카는 알래스카영구기금을 조성하여 석유생산 이익을 모든 주민에게 동일하게 분배한다. 공유자원이 있을 경우 기본소득이 쉽게 도입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지지부진한 과정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란과 몽골의 사례도 비슷한 유형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자원국가가 아닌 대개의 국가에서 기본소득은 조세재정의 방식을 통해서만 도입될 수 있다. 기업가나 금융자산가, 지대수익자도 기본소득을 받는다고 하지만 받는 것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것이다. 고소득 노동자도 받는 것보다 약간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 기본소득이 소득불평등에 대한 탁월한 시정효과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와 같은 사정은 도입을 어렵게 한다.

미 알래스카 기본소득제도 안정적으로 실시

재정모델을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 기본소득의 소득불평등 시정효과는 크게 차이날 수 있다. 부가가치세만을 대폭 올려서 기본소득을 도입한다면 소득불평등 시정효과는 기대하기 힘들고 저소득층의 소비는 크게 위축될 것이다. 하지만 금융, 부동산에 우선과세하고 생태세를 걷고 법인세 등 자본과세의 최고세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면 노동소득 과세부분을 대폭 줄이면서도 기본소득을 도입할 수 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강남훈/곽노완의 재정 모델을 통해 이와 같은 재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이 노동자 내부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바로 노동 여부와 무관하게 모두에게 부여되는 기본소득은 노동과 소득의 연관성을 해친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비판에는 커다란 오해가 숨어 있다. 무엇보다도 신자유주의에 들어서서 실업과 불안정노동은 강제적이라는 사실이다. 알바는 이미 생계 형태가 되었다. 빈곤층에는 자발적 실업자가 거의 없다.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와 안정적인 소득을 쌍으로 연관되는 현행 노동사회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

노동과 소득의 필연적 연관을 강조하는 비판은 노동 여부와 무관한 기본소득이 지급될 때 비로소 임금노동 형태를 취하지 않는 수많은 자발적 활동들이 가능하며 그와 같은 활동들은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필요노동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기본소득은 수 많은 자발적 활동에 근거한 사회적 경제의 토대가 될 수 있다. 기본소득 도입은 국가에 의해 선별 지원되는 취약한 사회적 경제보다 더 큰 토대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권리

이처럼 기본소득은 노동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기본소득 운동은 지속불가능한 신자유주의 노동사회를 넘어 새로운 성격의 노동에 근거한 활동사회로의 이행을 촉구하는 운동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대다수의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론 그와 같은 커다란 변화 없이도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아동과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 노동불능인구에 대하여 부분적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공약은 원래 노인기본소득 구상이었다. 그것은 일정 연령 이상의 노령인구 모두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보편적 현금복지였다. 공약은 공약(空約)으로 끝났고 선별적인 지급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지급기준이 소득과 연계되지 않고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하여 소득역진 현상까지 낳는다. 

즉 강남훈 교수가 한겨레21에 기고했듯이, 통상적인 할인율을 감안한다면 국민연금 20년 가입자는 15년 가입자보다 손해를 보게 된다. 기초연금 논란을 뜯어보면, 노동불능인구에 대한 기본소득마저 한국에서는 요원한 듯하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다시 한 번 환기해야 할 것은 매우 간단한 원칙이다.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하고 사회의 대등한 구성원으로서 참여하기에 충분한 실질적인 토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사회구성원의 권리, 국민의 권리이다. 국가는 이와 같은 권리를 기본소득을 통하여 보장해야 한다.


충남대정심화국제문화회관 대덕홀서 창립식 및 기념토크콘서트

● 기본소득 운동의 국제조직인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의 한국지부인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대표 강남훈)’는 11월 말 경 기본소득 도입에 뜻을 같이하는 다른 시민단체, 기관들과 연합해 ‘기본소득공동행동’을 결성하려고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는 2009년 네트워크가 만들어졌고, 강남훈 한신대 교수, 곽노완 서울시립대 교수, 금민 노동당 고문 등이 주축이 되고 있다. 기본소득의 한국형 모델에 관한 보고서를 만들어 발표하기도 했다.
● 기본소득 대전네트워크(준)에서는 오는 11월 14일 목요일 기본소득대전네트워크 창립과 창립 기념 토크 콘서트 “모두에게 기본소득을”을 개최할 예정이다. 6시 : 창립식 / 7시 : 토크 콘서트(충남대 정심화국제문화회관 대덕홀)
● 문의 : 070-8879-7946. 010-7279-7979
● 카페 : 기본소득대전네트워크 cafe.daum.net/bikn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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