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재선 땐 10년 뒤에나 대권 도전 가능

  김학용 편집위원  
 김학용 편집위원

안희정 지사가 정말 '큰 꿈'을 꾸고 있다면 내년 도지사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는 게 어떨까 한다. 안 지사가 내년에 재선된다면 대권(大權) 도전은 현실적으로 2022년에야 가능해진다. 앞으로 9년~10년 뒤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년 뒤를 보고 뛴다고? 안 지사가 대권을 꿈꾸면서 도지사 선거에 나간다면 앞뒤가 안 맞는 행보다.

안희정 지사 재선되면 2017년 대선 참여 어려워

안 지사가 내년 선거에 나가 당선되면 2018년까지 임기를 채워야 된다. 2017년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는 나가기 어렵다. 그 다음 대선인 2022년에나 도전할 수 있다. 도지사직을 중도사퇴하고 출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지난 대선 때 김문수 김두관 지사의 경우에서 보듯, 도지사직을 가진 상태에서 대권에 도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도지사의 대권 레이스 참여는 지방의 위상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후보자의 성공 가능성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지사직을 유지한 상태로 출전하든 중도사퇴하고 나가든 현직 시도지사에겐 현실적으로 어렵다.

임기 종료 1년 미만의 중도사퇴라 해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도지사 임기 만료(2018년 6월말) 1년 앞두고 (즉 2017년 7월쯤) 사퇴하면 보궐선거 비용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2017년 대선에 나갈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은 하다. 이 경우에도 도지사를 하면서 대선을 준비할 수밖에 없어 지사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는 힘들다. 대통령 출마를 위한 것이라 해도 도민이 4년 임기를 보장해서 뽑아준 자리를 중간에 내놓는 건 욕먹는 일이다. 그 자리를 이용한 것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대권 뜻 있으면 본격 정치인의 길 걸어야

안 지사는 1965년 생이다.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쉬흔 줄에 들어선다. '386 정치인'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나 이제는 엄연한 기성 정치인이다. 큰 뜻을 품고 있다면 실행에 나설 때다. 내년 지방선거에는 나가지 말고 중앙 정치 무대에 나가는 게 순서다. 총선은 2016년에 있지만 그 전에 당직이라도 맡아 본격적인 정치활동이 가능할 것이다. 그는 이미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중간에 국회의원 보궐선거라도 있으면 국회에 진입할 수 있다.

그는 더 넓은 무대에 나가 전국민을 상대로 자신이 누군지를 알려야 한다. 안희정이란 이름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스타일의 정치인이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안희정은 여전히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일 뿐이다.

국민들은 누군가의 '측근'을 대통령으로 뽑지는 않는다. 안 지사는 우선 자신에게 입혀진 '노무현 측근'이라는 외투를 벗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그는 이미 자신만의 새로운 옷을 준비해 놓고 있을 수도 있다.

정치인 안희정은 아직 '노무현의 측근'

안 지사는 도지사를 하면서도 자신을 드러내는 데 꽤 신경을 썼다. 충남도가 주요 시책으로 삼고 있는 3농혁신, 행정혁신, 지방분권에도 안희정의 색깔이 담겨 있다. 얼마 전부터는 '반(反) 4대강'을 연상시킬 법한 '역간척'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도지사라는 자리가 정치인으로써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안 지사도 예민한 문제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도지사에 머물고 있는 한 그는 완전한 정치인이 되기는 힘들다. 그는 이제 본격적으로 정치인의 길을 걸으면서 스스로를 시험하고 단련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면서 명실상부한 대권주자로 성장해야 한다.

이미 안 지사를 친노계의 유력한 대권 주자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NLL 대화록' 문제로 친노계의 맏형 문재인 의원이 코너에 몰리자 안 지사를 대안 카드로 주목하는 시선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안 지사가 '노무현의 후계자'란 점 때문이지 그의 정치적 지위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안 지사 내년 출마시키면 지방에서 썩어라는 말"

안 지사가 큰 꿈을 꾸고 있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도지사 재선은 그 길을 단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막아버릴 지도 모른다. 얼마 전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천안에 와서 안 지사를 대권 주자로 띄웠다는 말을 듣고, 한때 정당에 몸담았던 한 정치 분석가는 "민주당이 내년에 안 지사를 도지사에 내보낸다면, 겉으로는 대권주자로 띄우면서도 속으론 '너는 지방에서 썩어라'라고 하는 말과 같다"고 평했다. 과장된 표현이지만 일리 있는 분석이라고 본다.

반대의 시각도 있다. 도지사를 한 번 더 하는 게 대권 도전에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안 지사가 재선을 하면서 충남은 물론 충청권에 대한 정치적 기반을 확고하게 다지는 게 낫다고 보는 분석이다. 도지사 한 번으론 부족하고 두 번은 해야 '내땅'이 된다는 계산이다.

현실 정치에서 정치인에게 지역적 기반은 중요하다. 그러나 지역 기반을 지역에서만 다질 수 있는 것 아니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면서 지역 기반을 다져갈 수도 있다. 안 지사의 경우도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안 지사가 민주당을 통해 대권에 도전한다면 현실적으로는 호남과 서울 등 다른 지역을 내 땅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점에서 충남지사라는 자리에 오래 머무는 것은 득이 안 될 수도 있다.

安, 재선으로 지역 기반 다질 수 있다는 시각

젊은 정치인 안희정에게 충남지사라는 자리가 필요했던 것은 기반 문제보다는 부족한 경험 때문이었다. 광역자치단체를 맡아 운영해봄으로써 대권주자로서 갖춰야 할 여러 경험을 쌓는 것이었다. 이런 경험은 4년이면 충분한 것 아닌가? 

안 지사가 4년 가지고는 부족하니 한 번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면 미덥지는 못하다. 김영삼 김대중은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왔고, 작년 대선 레이스에 참여했던 부산의 조경태 의원은 안 지사보다도 3살 적다.

안 지사가 2017년보다 2022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친노계의 맏형' 문재인 의원 때문일 수도 있겠다. 작년 대선에서 패했지만 선전했던 문 의원이 한번은 더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도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계파 동지에 대한 의리는 이해할 만하지만, 문 의원이 또다시 대선 본선행 티켓을 잡는다는 보장도 없으니 문 의원을 바라볼 필요는 없다. 문의원과도 선의의 경쟁을 하면 된다. 그리고 대권이 무슨 라면인가?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게. 그런 식이면 형이 한번 대통령 하면 동생은 정치 그만 두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안 지사가 진정 대권을 생각하고 있다면 문 의원과도 치열하게 경쟁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문재인과도 대권 경쟁 치열하게 할 수 있어야

안 지사가 내년 선거에 나가야 된다고 보는 데는 '민주당 내의 지역 사정'도 있어 보인다. 민주당에 안 지사 말고는 마땅한 후보감이 없다는 이유다. 충남지사에 출마해서 당선될 만한 사람이 안 지사뿐이고, 내년 선거에서 충청도와 중부권의 민주당 선봉장 역할을 할 사람이 안 지사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보기엔 나소열 서천군수도 도지사 재목으로 유망한 인물이다.

안 지사가 내년 충남지사 재선 도전에 나선다면 - 헌법을 고쳐 대통령 임기를 조정하지 않는 한 - 그의 대권 도전은 현실적으로 10년 뒤에나 가능하다. 그런 경우에도 계속해서 '유망한' 대권주자로 분류해야 될지는 의문이다. 정계에 갓 입문한 정치 초년생이라면 몰라도 쉬흔을 목전에 둔 현직 도지사가 '거사'를 10년 뒤로 미룬다면 뜻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안 지사는 올 연말, 도정(道政)을 넘어 국가 경영에 대한 비전을 담은 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정말 그런 내용이면 국가 경영에 대한 의지를 알 만하나  내년 선거에 나온다면 도지사 선거에 대통령 공약 가지고 나오는 꼴이다. 

안 지사는 대권 주자의 한 사람이다. 스스로도 국가 경영에 대해 공부하고 준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 그가 내년에 또다시 도지사에 출마한다면, 길을 반대로 가는 것일 수도 있다. 안 지사는 내년 선거 출마를 시사하는 듯한 얘기는 여러 번 했지만 아직 공식화하지는 않았다. 최종 결정권은 안 지사 자신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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