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전국적으로 아파트 관리에서 여러 유형의 부정?비리가 이슈화 되고, 지역에서도 관리업체와 입주자대표 등이 비리의혹으로 수사기관에 고발되는 등 물의가 일고 있다. 얼마 전, 윤선기 대전시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장은 “대전도 아파트비리가 심각하다”며 “관리소장 임명권을 입주민에게 주어야 하고, 공사업체 선정과 계약을 관리소장으로부터 입주자대표에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기천 수필가 · 전서산시부시장

전 국민의 60%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는데, 입주민들이 납부하는 관리비와 부담금이 일부에서 줄줄이 새고 있어도 적절한 대처가 미흡한 현실이다. 공공요금은 불과 몇 백 원만 올리려고 해도 여론이 들끓고, 장바구니 물가는 조금만 뛰어도 아우성인데, 아파트 단지에서 한 건의 공사만으로도 가구 당 수만 원부터 수십만 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사실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없지 않다.

대전도 아파트 관리 문제 심각

물론 부정과 비리는 잘못을 저지르는 속셈을 가진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이에 앞서 이런 소지를 막거나 줄일 수 있도록 ‘아파트 관리 규약’의 기준이 되는 국토부의 규칙과 지자체의 준칙을 합리적으로 고치고,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먼저다.

이에는 첫째, ‘입주자대표’를 잘 선정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한다. 어느 아파트는 입주자대표를 서로 하려고 과열경쟁이 일어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희망자가 적어 ‘입주자대표회의’구성이 어려운 곳이 있다. 곳에 따라서는 입주자들의 무관심 속에 일부 특정인과 관리소장이 대표선출에 영향력을 발휘하여 결국 특정세력에 의해 좌우되거나 유명무실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적격자가 입주자대표로 선출되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대표의 역할과 중요성, 참여 방법 및 선출절차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사항에 관한 주민홍보를 의무화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선거에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선거를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또는 구, 동에 위탁실시 하고 전자투표 방식을 도입하는 등 엄격한 선거관리가 되어야 한다.

둘째, 관리주체의 업무전반을 감사(監査)하는 감사(監事)는 ‘입주자대표’가 아닌 일반 입주민 중에서 선출하여야 한다. 현행 규정으로는 ‘감사는 입주자대표 중에서 선출’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감사의 역할가운데 때로는 ‘입주자대표회의’의 관련사항까지 감사하여야 하는데,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인 자신이 자기를 감사를 하는 모순이 있다.

감사는 일반 입주민 중에서 뽑아야

따라서 감사는 입주자대표 이외의 입주민가운데서 선출하도록 하여야 하며, 특히 공공기관 등에서 일정기간 이상 회계, 세무, 감사 등의 업무를 취급한 유경험자로 자격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부정?비리에 연루된 임원은 ‘입주자대표 자격’까지 잃도록 하여야 한다. 현재의 규정상 입주자대표 회장이나 임원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부정, 비리에 연루되면 그 임원의 직에서만 해임될 뿐 입주자대표의 자격은 계속 유지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런 부적격자가 입주자대표의 신분은 유지할 수 있도록 함은 부당하므로 입주자대표자격까지 자동 상실되도록 하여야 한다.

넷째, 가장 큰 문제의 하나로 공사, 사업, 용역, 물품 구입 등에 입찰(入札)을 할 경우 “‘예정가격’이 없는 ‘최저낙찰제’”를 개정하여 반드시 ‘예정가격’을 정하도록 하여야 한다. 국가나 지자체에서는 입찰 전에 반드시 예정가격을 작성하여 밀봉하였다가 입찰현장에서 개봉을 하거나 전자입찰 방식으로 낙찰자를 결정하는데, 아파트에서는 이런 장치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최저가 낙찰제 대신 ‘예정 가격제’로 바꿔야

국토부의 규칙상 ‘최저낙찰제’란 여러 응찰자 가운데서 가장 낮은 금액으로 응찰한 업체를 선정한다는 것인데, 이론상으로는 그럴 듯하지만 ‘예정가격’을 정할 수 없어 실제로는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즉 예산 또는 설계금액이 3천 만 원인 공사에서 각 업체가 4천, 5천, 6천 만 원으로 응찰했을 경우, 최저가격인 4천 만 원으로 응찰한 업체를 선정하여야 하고, 예산이 모자라면 추가 확보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이전에 실제로 설계금액을 초과하여 집행한 유사사례가 있다.

이러한 규칙을 만든 국토부에서는 합당한 설명도 없이 ‘예정가격에 의한 입찰방식을 허용하지 않으며 책정된 예산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더라도 유효하다’라고 하고 있으며, 또한 지자체에서도 ‘적정한 예산확보를 통해 경쟁 입찰을 통한 최저 낙찰제를 적용함이 바람직하다’고 하는데, 이렇다면 과도한 부담도 감수하여야 하고 또한 입찰을 하고 난 후에 예산을 확보하여야 한다는 뜻과 다르지 않음을 왜 외면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문제의 하나는 이런 사업자 선정 및 공사계약을 관리소장이 하도록 되어있어, 정작 사업비를 부담하는 입주자대표나 입주자는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관리소장은 ‘자기 권한이니 간섭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지자체에서는 소장이 계약을 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을 하며, 대표회장이 계약을 했을 때 벌금형을 받은 경우가 있다.

‘아파트 관리 산업’ 비중 어느 분야보다 높아

따라서 공사, 물품구입 등 입찰에서 복수(複數)의 ‘예정가격’ 사전 작성, 전자입찰제 도입, 일정 규모 이상 사업은 지자체에서 관여하고, 입찰 및 계약의 주체를 입주자 대표회장으로 변경하거나 대표회장과 관리소장 공동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전 국민의 과반수를 차지하는데 이 비율은 어느 산업, 어느 분야보다도 높다. 하지만 허술하고 편향적인 규정과 관계 당국의 안이함, 입주민의 무관심과 일부 관련자들의 탐욕 속에 입주민들은 실상을 모른 채 부담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아파트관리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관리비의 적정한 부과와 투명한 집행으로 주민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도록 관련 법규 및 준칙 개정과, 장기적으로는 일정규모 이상의 공사나 용역 등을 위탁 시행하고, 감리하는 ‘(가칭)공동주택관리공사’의 설립 등 적극적인 대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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