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재판 ‘편견’과의 싸움 될 수도

  김학용 편집국장  
 김학용

우리는 힘깨나 쓰는 사람들은 수억 원의 뇌물을 받아먹고도 죄가 없는 사람처럼 수사망에서 빠져나오는 장면들을 자주 보아왔다. 수뢰 혐의로 수사받는 정치인 치고 “예, 맞습니다. 나, 돈 좀 먹었습니다”하고 스스로 검찰에 걸어 들어가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교육감도 이제는 이런 정치인에 포함돼야 마땅하다. 교육감이라는 자리는 정치성을 허용하지 않는 직책이지만 선거로 뽑힌다는 점과, 임기 보장 같은, 정치인과 유사한 권한이 부여된다는 점에서는 정치인으로 분류해도 무방하다. 특히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된 경우에는 국회의원이나 시도지사 같은 신분으로 보는 게 옳다.

비리 혐의 정치인들에 대한 ‘진실과 편견’

정치인들이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면 그 혐의가 사실인 경우가 많다. 법정에 끌려나가는 정치인 치고 무혐의로 풀려나는 사람은 드물다. 간혹 무혐의로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들은 검찰이 유죄를 입증하지 못했거나, 사법기관에서 봐줬다고 생각하지, 정말 죄가 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드물다.

일단 혐의를 받고 수사를 받게 된 정치인은 실제 죄가 있든 없든 유죄로 추정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법정에 불려 나가는 정치인이 모두 유죄라고 볼 수는 없다. 정치인도 때론 억울하게 치죄 당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최근 검찰 수사에 억울함을 토로하며 자살한 김종학 PD는 영향력에서 정치인 못지 않은 사람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해도 정치인 이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인(公人)’이었다. 그런 그가 검찰 수사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면 정치인 중에서도 그런 경우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자살로 억울함 호소한 김종학 PD와 김종성의 자살 시도

김종학 PD의 자살 소식을 접하면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종성 충남교육감의 문제를 더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김 교육감은 경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살을 시도했었다. 그제 재판정에서는 자신이 자살을 기도한 원인에 대해 진술했다.

“유서에 ‘치밀하고 계획된 어떤 술수가 있다’고 남긴 이유가 뭐냐”는 변호사의 질문에 김 교육감은 “모든 것(자신에 대한 수사)이 고도의 술수나 거짓에 의한 것이라고 느꼈다”며 “베테랑 수사관이 간파해서 조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유서에 남긴 것”이라고 답했다. 한 마디로 억울하다는 것이다. 김종학 PD가 유서에서 수사 검찰을 원망했던 것과 다르지 않은 듯하다.

피의자의 자살 시도가 곧 무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죄가 드러나면서 명예가 땅에 떨어지고, 그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회복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도 자살할 수 있다. 피의자의 자살 가운데는 김 PD처럼 결백을 주장하기 위한 경우도 많지만 죽음으로써 죄를 씻고자 하는 경우도 자주 보는 편이다.

김 교육감이 정말 자살할 생각은 아니었고, ‘자살 쇼’만 벌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정말 결백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일 수 있고, 결백한 것처럼 보이기 위한 술수일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김 교육감은 자살을 시도할 만큼 이번 사건이 너무 억울하든가, 치욕스러운 상태에 있는 게 분명하다.

김 교육감의 자살 시도는 어느 쪽일까? 죽음으로 결백을 주장하기 위함이었나, 죽음으로 죄를 씻고자 함이었나? 김 교육감은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고 있다. 억울하다는 점을 거듭해서 강조하고 있다. 물론 검찰 측에서 보면 자살 시도는 오히려 김 교육감이 스스로 ‘유죄’를 입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증거는 없어도 유죄라고 생각하는 사람 많아

‘증거’가 없는 한 김 교육감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하기는 힘들다. 검찰과 김 교육감이 지금 치열하게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은 어느 쪽이든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반증이다. 검찰 측도 진술이나 정황증거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고, 김 교육감 측도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대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을 직접 취재하지 않은 필자로선 김 교육감의 유무죄에 대해 ‘감(感)’도 잡기 어렵다. 하지만 김 교육감이 유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법원이 김 교육감에게 적어도 ‘혐의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고, 이로 인해 김 교육감은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몇 달을 두고 수사 속보가 이어지고, 결국 포승줄에 묶인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김 교육감이 죄를 짓기는 지은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또 그동안 언론이 쏟아낸 기사 중 많은 부분은 경찰과 검찰 측의 수사 브리핑에서 나온 것이고, 피의자인 김 교육감 측에서 나온 기사는 훨씬 적다. 이런 점들 때문에 ‘김 교육감이 무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러나 증거가 없는 한, 김 교육감을 유죄로 단정짓지는 말아야 한다는 게 지금 이 글을 쓰는 목적이다. 

김 교육감이 '장학사 비리' 주도했느냐가 사건 핵심

재판 내용의 핵심은 김 교육감이 이른바 ‘장학사 비리’를 주도했느냐는 것이다. 충남도교육청에서 발생한 ‘장학사 승진시험 문제를 알려주고 수억 원을 받은 사건’을 김 교육감이 주도하고 지시했느냐, 아니면 김 교육감은 정말 몰랐고 그 아래 사람(‘부하’)이 김 교육감의 측근이란 점을 이용해 저지른 것이냐를 다투는 사건이다.

이런 정도의 내용이면 ‘유죄가 거의 명확한’ 사건으로 보기 십상이다. “상관(上官)이, 자기 부하가 몰래 수억 원씩 해먹는 데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가? 더구나 그 부하가 한때 김 교육감의 심복으로 불리는 사람이었다면 교육감이 몰랐을 리 없다.” 경찰도 처음엔 그런 시각으로 수사를 시작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증거’가 없다. 검찰 측은 오로지 ‘부하’ 쪽 사람의 진술과 녹취록 등 정황증거에 의존하고 있다. 대부분의 정황증거는 수사가 개시된 이후에 이뤄진 것이고, 더구나 김 교육감과 싸우고 있는 ‘부하’가 제공한 것이다. ‘부하’가 김 교육감에게 사건 무마용으로 8000만원을 요구해 전달받는 장면이 찍힌 CCTV 동영상과, 김 교육감과 나눈 대화를 부하가 몰래 녹음한 파일 등은 그 내용이 어떠하든 수사중에 이뤄진 것이어서 그것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기는 힘들다고 봐야 한다.

정황증거로 보면 오히려 대포폰 사용에 더 신빙성이 있다. 정상적인 교육감이라면 대포폰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의문이다. 그러나 대포폰 사용이 ‘부하’의 제안이었다면 (김 교육감은 갖다 줘서 개인적으로 썼다고 말함) 이 또한 유죄 추정의 근거가 되긴 어렵다. ‘부하’가 자신의 비리가 들통날 경우에 대비해 설치한 ‘대포폰 덫’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 비서실의 김 교육감 한 측근은 “김 교육감은 정말 돈을 안 받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교육청 인사가 끝나면 으레 50만원~500만원씩이 든 돈 봉투들이 과일박스에 넣어져 김 교육감 집에 배달돼 왔고, 그 때마다 그 돈을 남몰래 되돌려 주는 심부름을 했다”고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면 김 교육감은 비밀이 보장되는 뇌물도 거절하는 사람이다. 김 교육감은 남을 시켜 수억 원씩 받아낼 수 있는 ‘위인’도 못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측근의 말은 증명할 방법이 없다. 진위를 알 수 없는, 김 교육감 측의 주장일 뿐이다.

교육감 무능 아무리 커도 ‘비리’는 확인돼야

물증이 없다고 모두 무죄는 아니다. 재판부가 사건을 신중하게 판단하여 유무죄의 여부를 가려야 한다. 김종학 PD 자살은 김 교육감 사건도 더욱 신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김 교육감이 한 도(道)의 교육행정을 책임진 교육기관의 수장(首長)이라는 점 때문에 불명확한 증거(정황증거)만 가지고 유죄 판결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김 교육감이 만일 이 사건에서 무죄를 받는다 해도 도교육청을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은 ‘장학사 비리’를 주도한 죄보다 결코 작지 않다. 김 교육감은 이 사건에 대한 유무죄와 상관없이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교육감의 무능이 아무리 커도 ‘장학사 비리’는 사실로 확인되어야 유죄다.

재판부는 김 교육감이 깨끗한 척하면서 사실은 장학사 시험까지 이용해서 뇌물을 받는 사람인지, 아니면 정말 무능한 교육감이긴 하지만 그 정도로 부패한 사람은 아닌지를 가려야 한다. 재판부는 오로지 사건의 ‘진실’을 가리는 데만 힘써야 한다.

진실 불투명하면 ‘정치인에 대한 편견’과 싸우는 재판될 수도

진실이 불분명 할 때, 재판부는 ‘교육감도 선거직이고 정치인이니 아마 돈을 먹었을 거야’라는, 정치인에 대한 ‘편견’과 싸워야 할지 모른다. 더구나 대중과 언론들은 대개 그런 편견들과 같은 편이기 십상이다. 그 편견이 사실과 부합할 확률이 아주 높다고 해도, 증거가 아니라 정치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유죄 판결로 기울어선 안 된다. 재판부의 말처럼 쇄도하는 탄원서가 재판에 영향을 줘서도 안 된다. 

이번 김종성 교육감 재판의 결론은 4가지 중 하나다. ①유죄가 진실인데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②유죄가 진실인데 무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③무죄가 진실인데 무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④무죄가 진실인데 유죄판결을 내리는 경우다. ①이나 ③이면 문제가 없다. 문제는 ②와 ④의 경우인데, 더 나쁜 것은 ④이다. 재판을 받는 사람이 정치인이고 교육감이라고 해도 이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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