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종남] 민선5기 3년 대전시정 결산보고

  김종남 전 환경운동연합사무처장  
김종남 전 환경운동연합사무처장

성과 홍보가 덜 돼서가 아니다. 보는 시각과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을 한 사람과 그 일을 지켜보는 사람의 간격은 당연히 멀다. 관점이 다르다고, 칭찬할 줄 모르고 문제만 지적한다고 신경질 낼 일이 아니다. 공익과 시민의 행복을 위해 그 다름을 끌어안고 정책의 오류를 어떻게 수정할지 머리를 맞대오는 게 진정한 지도자가 할 일이다. 그런데 많이 아쉽다.

자랑으로 가득한 염홍철 시장 3년 자체평가

민선5기 3년이 경과한 7월 1일을 맞아 곳곳에서 지방정부 수장들이 결산(공약이행)보고서를 내놨다. 양적인 측면에서 성과를 무난히 달성했거나 도달하고 있다는 보고가 주종을 이뤘다. 임기 내 얼마의 예산을 투입해 행정기관 스스로 설정한 목표에 달성하겠다는 목표 대비 성과를 표현한 것이니 성적표가 그리 나쁘지 않을 게 뻔하다.

대전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540여 쪽에 달하는 실국별 결산보고서는 염홍철 시장의 132개 약속사업 중 65.9%가 완료됐고, 임기 말까지 평균 진도율 85.8%로 순항할 거라는 깨알 같은 자랑으로 가득 차 있다. 시민들이 관심 있는 일자리부터 복지, 환경, 교통, 교육, 문화, 참여행정까지 분야별 성과표가 읽어내기 벅찰 정도다. 대전형 사회자본과 사회적 기업, 창조경제 등 대전의 미래를 먹여 살릴 아이템까지 3년간 해온 시정의 대부분이 압축돼 있다. 그런데 감동이 없다. 그 행정의 결과 시민의 삶의 질이 정말로 높아졌는지, 시민들은 그 정책에 만족하는지 알 수가 없다.

더 기막힌 것은 그 많은 성과 중 대전시가 주요 추진성과로 꼽은 시책들(대전시의 보도자료 참조)이다. 대전시는 총 11조9천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공약사업들 중 1,521명에게 연간 6억원 가량을 지원한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 도시철도 2호선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평생교육진흥원·복지재단·마케팅공사 등 지방기구 설립, 그리고 대전청소년종합문화센터 건립 추진과 으능정이 LED거리 조성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여전히 논란 중인 도시철도2호선 사업도 성과?

그런데 한 번 보자. 도시철도 2호선은 예타를 통과했다지만 노선은 물론 건설방식까지 여전히 논란 중에 있는 사업이다. 롯데테마파크 유치를 위한 마케팅공사의 꿈돌이랜드 매입과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사업 역시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박근혜정부의 토건개발사업 축소기조에 따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 축소로 과학공원은 또 다른 논란에 휩싸여 있다. 어디 그뿐인가? 마케팅공사는 조직과 회의의 비정상적, 비민주적 운영으로 눈총을 사기도 했다.

또한, 청소년 이용률이 매우 높은 으능정이 거리에 높이 15M, 너비 250M 규모의 대형 시설물로 꽉 채우다시피 한 LED거리 조성사업 역시 화려한 조감도와 달리 완공 후 운영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상황이 이쯤 되면 평이한 계획 대비 실적표를 놓고 이만큼 했다고 자랑으로만 일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와 시민사회의 인식격차가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사례다.

그런데 이러한 시민사회의 문제의식은 고사하고 시민들의 객관적 평가를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결산보고회 자리에는 대전시장을 비롯한 시 간부들과 소수의 정책자문교수단이 참석해 코멘트를 했을 뿐이다. 정해진 분량의 보고서에 시간, 공간의 한계가 있다 해도 이것은 시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민관협치를 구현하겠다는 민선5기 대전시장의 시정철학과는 거리가 너무 먼 일처리가 분명하다. 시민들의 시정에 대한 평가참여, 다양한 현장의견 수렴 등이 결여된 결산평가는 일방적일 수밖에 없고 새로운 접근이나 창조적 제안은 봉쇄될 수밖에 없다.

대전 시정의 개방성 민주성에 의문이 제기된 여로조사 결과

이와 같은 시정의 일방성에 대한 시민의 인식은 대전발전연구원이 27일 발표한 대전 시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만이 시정에서 소통과 참여 기회가 있다고 답했을 뿐 35.7~43.9%가 소통 및 참여 기회가 없다고 대답함으로써 대전시정의 개방성, 민주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시민사회는 물론 언론계까지도 비판적 접근을 금(?)하는 일방적 홍보에 주력(시정비판, 왜곡 보도 건수가 평가지표의 하나였다!)하면서 소통이 확대됐다거나 토론회와 설명회, 간담회 등 최소한의 절차를 이행하면서 충분한 의견수렴을 한 것처럼 과장하는 태도를 당장 바꾸지 않으면 안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정평가란 대전시가 설정한 시정목표와 그 목표를 향한 노력의 정도에 주관적 점수를 매기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목표와 수단이 정당했는가, 과정과 절차는 민주적이었는가, 재정투입은 적절했는가, 그리고 시민이 정책 과정과 결과에 대해 만족하는가를 종합적으로 보아야 제대로 된 평가 결론을 얻을 수 있고 정책의 개선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비판적인 외부의 시선과 내부의 혁신적인 사고가 차단되고 공약이란 이름으로 혹은 최고 정책결정권자의 의중이란 이름으로 주어진 정책의 충실한 집행만이 통용되는 행정과 인사가 반복되는 한 대전시정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반전이 있다면 좋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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