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찌하오리까? 충남교육이여!

충남 교육계가 온통 난리다.
교육(敎育)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그만큼 교육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 충남 교육계 비리로 인해 많은 도민들에게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장학사 매관매직 등의 비리파동으로 만신창이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교육계 비리 사건이 그치질 않고 있다. 3대에 걸친 교육감들의 비리로 인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사태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교수출신 강복환, 총장 출신 오제직, 교육관료 출신 김종성 교육감들의 모습을 보면서 망연자실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충남 교육은 암울한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지금도 여전히 교도소에서 후계자를 물색하고 내정하면서 그 나물에 그 밥 격인 인물들이 내년에 있을 2014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하니 정신을 못 차려도 한참 못 차린 것 같다.

이들이 저지른 엄청난 비리로 인해 선량한 교사와 학생 그리고 믿고 뽑아준 학부모들은 더 이상 지금의 교육을 믿지 않는다. 어찌 할 것인가?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충남교육이 제자리를 잡을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문제가 심각한데 그 어느 누구 하나 충남교육에 대하여 책임지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교육감 이하 그 언저리에서 호사를 누렸던 교육 관료들조차 뻔뻔할 정도로 후안무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선에서는 분노가 하늘을 찔러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그 악 영향이 고스란히 교육활동에 전가되고 있다.

교육계에 만연된 비리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온 지 오래다. 그러다보니 일선 교사나 학부모들은 이번 장학사 인사비리 사건을 교육계의 비리를 뿌리 채 뽑아버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하여 하나씩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교육계 관계자들은 교육 비리의 근본원인으로 고착화된 학연과 지연문화를 꼽는다. 같은 학교, 같은 고향 출신들을 밀어주고 끌어주는 학연, 지연 문화, 인사 비리를 넘어 교육계의 파벌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고 지적한다. 이 과정에서 오가는 '뇌물'은 특정 파벌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자금'으로 사용되고, 입지가 굳혀진 '윗선'은 '아랫선'에 인사 등으로 시혜를 베푸는 악순환을 거듭한다는 것이다.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는 교육계의 교직매매, 뇌물수수 사건으로 충남 도 내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술렁이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교육계의 작동 메커니즘과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감은 무소불위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가지고 있고, 이 권력을 선거에 도움을 주었거나 개인적으로 가까운 소수의 참모들과 밀실에서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다. 교육감의 권한에 대한 견제 장치로 지방의회의 교육위원이 있으나 같은 학교 선후배 간이거나, 교육계에서 동고동락한 ‘한 편’들이다. 만연한 비리에 대해 교사나 학부모, 학생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으나, 오랜 경험으로 ‘항의해 봐야 나만 손해’라는 학습된 무력감을 갖고 있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교육계 비리가 횡행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청탁과 민원의 뿌리 깊은 관행과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교육감 선거제도의 모순 속에서 충남 교육청 사태가 생긴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그 동안 교육계 비리에 대한 처벌을 미약하게 적용했다. 엄벌에 대한 엄포만으로 교육계 비리를 근절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순진하기 짝이 없는 대책이었다. 강력한 처벌이 수반되어야 한다.

넷째로는, 잘못된 교육시스템이 교육 부패를 거들었다
한 번 학벌을 가지면 죽을 때까지 천형처럼 따라다니는 학벌 만능주의와 함께 사회적 공화주의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보급하지 않는 잘못된 교육 시스템이 거들었다고 본다. 개인의 노력과 재력에 비례하여 성취한 학벌과 부를 사회를 위해 내놓을 만한 경우는 극히 드문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시스템이 지금처럼 충남 교육을 뒤 흔드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잉태한 큰 원인이 된 것이다

다섯째로는, 내부의 구시대적 관행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육계가 이런 참담한 현실에 처하게 된 데는 내부의 구시대적 관행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감 직선제가 시행되면서 출신 학교를 매개로 한 파벌주의가 횡행하고, 제왕적 교장제의 폐해가 여전한 데도 감시 시스템이 취약하다보니 오늘의 화를 불러 왔다는 것이다. 교육계에 대한 사회적 온정주의도 비리를 키워온 측면이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교육 비리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으로 깨끗하고 모범적이어야 할 교육 공무원들의 처벌 수위가 오히려 낮다는 지적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섯째로는, 소수의 교육 관료들에게 힘이 집중돼 있다는 데 근본적 문제가 있다.
권력의 집중은 권력의 빈곤과 맞닿아 있다. 누군가에게 권력이 독점되어 있다면 그 만큼 다른 누군가의 권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교육에서 권력이 비어 있는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에게 교육 관료들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줄 필요가 있다.

학생이 중심이 되는 것은 우리나라 공교육의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과 서로 소통하며 귀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교육, 학생들의 기본 권리가 보장되는 교육을 위해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학생인권조례'를 서둘러 제정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들에게 여전히 학교와 교육청의 담장은 높다. 교육정책에 학부모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은 거의 없다. 있다 하더라도 형식에 불과할 뿐이다. 간혹 문제가 생겼을 때 학부모가 아닌 '민원인'의 신분으로 교육청과 학교의 처분만 기다릴 뿐이다. 학부모들 역시 교육 권력 바깥의 존재들이다.

교육계에서는 장학사, 장학관, 교감, 교장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평교사로 나이 드는 것을 마치 무능력한 것으로 바라보는 왜곡된 교직 문화가 자리 잡아 왔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평교사들의 보람과 긍지가 대접받지 못하고 마치 피라미드 행정조직의 말단 같은 느낌을 갖게 만드는 수직적 관료문화가 대세다. 교사들의 의견 개진이 자유롭게 보장되고 민주적으로 토론하면서 학교문화를 일궈가는 수평적인 경험이 우리 교사들에게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 그런 교사들에게 억울하면 승진하라고 말하는 문화가 이번 비리 사건을 낳은 원인이다. 내부형 교장 공모제도입이나 수석교사제도의 내실화를 통한 교사들의 승진제도 개선과 의견을 다양한 방식으로 묻고 검토하는 교육행정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 밖에도, 시대 변화에 대비하지 못하고, 충남 교육을 창의성 교육으로 지향한다고 하면서 암기식 교육, 즉 영어교과서, 국어교과서외우기 등을 통해 거꾸로 가고 있다. 그 대책으로는 학생 특성에 맞는 창의성 교과 교육 교재 개발 보급과 교사의 교수-학습 방법 개선을 위한 학교 단위 실질적 지원을 해야 한다.

또한, 바른 품성 5운동 같은 지나친 전시성 구호 중심의 형식적인 운동이 되어, 사실상 구호뿐인 인성교육을 실시하는 꼴이 되었다. 그 대안으로는 기초 기본에 충실한 인성 교육, 품성 인증제도, 도제식 서당교육, 효 교육, 좋은 친구 되기, 어른존중(아침저녁 문안인사, 학교 오고갈 때 인사하기 등)같은 실질적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교사의 업무 과중이 심하다. 전시행정을 조성하는 충남 교육(예 : 공모제를 통한 각종 예산 지원), 줄지 않는 공문, 필요 없는 공문 전달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 대안으로는 공모제로 편중되는 예산 지원이 아닌 균형 예산을 지원하고 (다만 성과 달성 시 성과급), 교무 행정 지원 전담 요원(충남교육청 일반직 공무원 채용 시 일정 기간 직무 체험, 채용시 교무 보조경력 가산점 등)을 배치해야 한다.

끝으로, 행정실이 지나치게 관료직화 되었다. 교사의 결재라인 행정실장을 위에 둠으로 교사의 옥상옥이 되어 업무 수행 및 수업의 집중화에 짐이 되고 있다.

그 대안으로는 수업은 교사, 모든 공문 처리 및 행정은 행정실이 하고, 교사는 협조하고, 장기적으로는 행정실과 교무실을 통폐합하여 업무의 효율성을 기하고 긍극적으로는 학교가 수업이 중심이 되는 본래의 기능을 찾아야 교육이 바로 선다.

이상에서 살펴본바와 같이 충남 교육계의 도덕성과 추상성에 호소하는 것만으로 이러한 비리가 예방되지는 않는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장학사나 장학관 같은 소위 ‘전문직’에게 부여되는 인사상의 특혜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현재 일부 교사가 장학사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출세’를 보장해 준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장학사나 장학관도 우리 교육에 나름대로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현장에서 이십 수년 이상 아이들을 기르는 데 헌신한 평교사들을 제치고 초고속 승진을 한다면, 이는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인사 비리의 큰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이와 아울러 개별 학교의 권한과 자율성을 신장시켜야 한다. 학교의 자율성은 책임의식 즉 책무성과 직결된다. 개별 학교의 예산에서부터 인사는 물론 교육활동까지 광범위한 자율성을 보장해주면서 그 결과에 대한 일체의 책임을 해당 학교에 묻는 체제는 현재 많은 선진국에 보편화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학교의 경영 및 재정은 투명해질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른 비리의 소지도 자연히 줄어든다.

   
▲ 송명석 박사
따라서 모든 것은 인간을 믿기 보다는 안정된 시스템 정착으로 충남교육을 구현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리를 재생산시키는 시스템의 작동을 중지시키고, 교육감과 교장이 파트너로서 상호 견제하고 협동해야 하고, 실질적인 학교운영위원회를 활성화하고, 내부형 교장 선출 보직제를 실시하여 혁신적인 학교 변화를 이끌고, 우리 공교육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교육계가 타인에게 귀감을 보임으로써 존경과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다.  

2013년 6월29일

글:송명석 (충남희망교육연구소장,한국교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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