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일부 시설 과학공원 입주설로 상처 덧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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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민호 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장 

'트라우마'란 의학용어로 '외상후 정신장애'를 뜻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심한 자동차 사고를 당했을 경우 비록 신체적 부상은 치료되었지만, 심리적으로 자동차 사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고통받는 정신적 질환을 말한다고 한다. 그 고통은 오래 지속된다.

개인만이 트라우마를 겪는 것일까. 한 민족 한 집단의 구성원도 역사적인 비극적 사건으로 인해 겪는 트라우마의 예는 허다하다. 일제때 종군위안부들의 일본에 대한 트라우마, 유태인들의 트라우마, 탈북자들의 트라우마...

세종시민이 겪은 아픔들

최근의 세종시민도 그러한 아픔이 있었다. 행정수도의 결정에 따른 갖가지 굴곡과 갈등, 행정중심도시 원안 ? 수정안 논란으로 인해 지역민이 겪은 상처, 보상과 이주에 따른 고통, 종친간, 가족간의 갈등을 비롯한 당시 정부와 주민간, 그리고 주민 상호간 패여진 감정의 골은 지금에 와서 많이 치유되었다고는 하나, 실로 깊은 것이었다. 그것들은 트라우마의 상태로 주민들의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지역주민들이 받은 상처에 그들의 탓은 없었다.

행정수도를 건설한다는 공약이나, 위헌 판결, 수정안 발표 등 무엇 하나 주민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정부의 일방적인 공표로 시작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 갈등의 상처는 온전히 주민의 것으로 돌아왔다.

최근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입지와 관련하여 세종시의 시민들은 또다시 옛 상처가 도지는 것 같은 아픔을 느낀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를 둘러싸고 당시 전국이 얼마나 뜨거웠던가.

과학비즈니스 벨트의 입지 선정을 위해 13개 시도의 39개 시군에서 53개의 부지를 대상으로 그 얼마나 뜨거운 경쟁을 벌였던가. 당시 정부는 공모는 없다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위원회를 구성하고, 기획단과 협의회를 만들었고, 최고 전문가들의 심사에 심사를 거쳐 2011년 5월17일 최종결정을 하지 않았던가.

그 결과 대전의 신동 ? 둔곡지구에 거점지구를 조성하고 40km 반경의 세종, 천안, 청원지역에 기능지구를 조성한다는 최종발표가 아직도 온 국민과 세종시민의 귀에 생생하다. 2017년까지 5조 2천억, 거점지구일대에 3조5천억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이중 핵심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을 대전 엑스포공원으로 이전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는 뉴스를 접한 세종시민은 착잡하기만 하다.

과학벨트 수정안으로 다시 도지는 세종시민의 상처

그토록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문가들에 의해 신중하게 결정된 입지가 그리 간단하게 이전될 수 있는가에서부터, 대덕의 거점지구가 세종시와는 불과 1,2km내에 있어 과학기술의 산업,금융,교육,연구등 기능을 수행하는 기능지구로서의 지위에도 변동이 오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에 갑자기 아물던 상처가 덧나는 아픔이 느껴지고 있다.

트라우마.

그것은 심리적인 정신 장애라 하지만, 세종시민이 느끼는 것은 심리적인 아픔만이 아니다. 스스로의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려지는 결정이 있을 때마다, 지역과 후손들의 앞날이 염려되는 피부로 느끼는 아픔인 것이다.

사정이 생길 때마다 당초계획에 경미한 변동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본질을 건드리는 중대한 계획의 변경은 최초의 결정보다 더 신중해야만 한다. 당초계획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그간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기득권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나와 관계없는 누군가 무엇에 의해 나도 모르게 내 삶이 결정된다고 할 때 인간은 분노한다.

더욱이 우리 나라 정치행정사상 전대미문의 격동과 파란을 겪으면서 겹겹이 깊은 상처를 입었던 세종시민들에게 전해지는 또 하나의 변화는 남들에게는 단순한 파도라도 세종시민들에게는 쓰나미로 다가오는 트라우마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오 세종시여, 오 세종시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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