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고전(古典)에서 길을…] 114

<원문> ‘회사후소’(繪事後素)                                                          - 논어 팔일편 -

<풀이>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을 마련한 뒤이다.’ 

<여설> 논어『팔일편』에 보면 공자와 제자인『자하』의 대화중에 ‘회사후소’(繪事後素)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의 뜻은 학자마다 해석이 다르다.
 ‘주자’(朱子) 의 해석에 의하면 ‘그림을 그릴 때는, 그림을 그리는 바탕을 횐 비단이나 흰 물감으로 희게 하고 나서 그 위에 채색을 한다.’고 풀이 하였다.
이러한『주자』의 해석을 토대로 삶의 교훈과 지혜를 살펴보겠다.
예(禮)의 밑바탕은 진심의 마음인 충(忠)과 믿음의 마음인 신(信)이다.

이 충(忠)과 신(信)의 마음을 갖는 것은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서 밑바탕을 희게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고 예의(禮儀)를 표하는 것은 흰 바탕위에 채색을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윗사람에게 예의를 표할 때는 항상 진심의 마음이 밑바탕 된 다음에 예의를 표해야 진정한 예의가 되는 것이다.
서로 간에 인사를 나눌 때에도 항상 진정성이 밑바탕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진정성 있는 인사는 상대에게 호감을 주어 원만한 대인관계를 이루는 그 첫 걸음이 된다.

 ? 사물의 이치에 있어서도 본질이 있는 후에 꾸밈이 있는 것이다.
 ‘사물의 본질’은 그림의 밑바탕인 흰 바탕에 비유할 수 있고 ‘꾸밈’은 채색을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또한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는 내용을 흰 바탕에 비유하고 형식은 채색을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므로 흰 바탕위에 채색을 하는 것처럼 ‘내용’을 우선 잘 갖춘 뒤에 그 위에 형식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본질보다는 꾸밈에,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우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한 예로서 허례허식적인 관혼상제를 들 수 있다.

 ? 인생에 있어서도 인성과 철학은 그림의 밑바탕인 흰 바탕에 비유할 수 있고 그 위에 펼치는 각양각색의 삶의 형태는 흰 바탕위에 그려진 각양각색의 그림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므로 흰 바탕이 갖추어진 후에 그림을 그려야 하듯이 인생도 인성과 철학이 갖추어진 바탕위에 자기의 삶을 그려 나가야 한다.

만약 인성과 철학이 갖추어지지 않음 위에서 삶을 쌓는다면 아무리 화려한 삶도 사상누각과 같아서 쉽게 무너지고 말 것이다.
예를 들어 인성과 철학이 갖추어지지 못한 공직자나 지도자가 자기의 사욕(私慾)으로 그 지위와 명예를 잃고 추락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 학교교육에 있어서 초등교육은 인생의 밑바탕교육이요. 인성교육이라 할 수 있고 대학교육은 인재양성교육이라 할 수 있다.
인생의 밑바탕 교육인 초등교육과정의 밑바탕은 ‘읽기’ ‘쓰기’ ‘셈하기’라 주장하고 싶다.
소리 내어 읽고 연필로 공책에 쓰고 머리로 셈하는 그 밑바탕 교육과정을 통하여 아이들의 지성과 감성이 길러지고 인성교육이 이루어짐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요즈음 대다수의 초등학생들은 소리 내어 읽기 대신 눈으로 읽고, 연필로 쓰기대신 글자판을 누르고, 셈하기 대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지 않은가.
다시 한 번 읽기, 쓰기, 셈하기의 밑 바탕교육의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대학교육은 사회와 국가를 이끌어 갈 인재를 양성하는 최고의 교육기관이다.
인재(人材)란 학식과 능력을 갖춘 지성인이요. 고전적 용어로 말하면 군자(君子)라 할 수 있다.
군자 즉 인재의 기본 요건은 신(身) 언(言) 서(書) 판(判) 즉 지성인으로서의 소양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대학교육은 군자의 소양을 기르는 지성인 교육과 전문능력을 기르는 전문인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중에서 지성인 교육은 마치 그림을 그리기 위해 밑바탕을 희게 만드는 것과 같음이요. 전문인 교육은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하는 것과 같음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취업이 인생의 지상목표가 되어버린 오늘날의 대학생들에게서 이제 대학은 한 낱 전문인을 교육하는 취업교육장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대학들은 지성인 교육의 밑바탕이라 할 수 있는 문, 사, 철(文, 史, 哲)의 인문학을 없애고 있으니 이제 얼마 후면 대학에서 인류사회의 밑바탕인 휴머니즘이 사라지게 될 것이고 우리 사회도 휴머니즘이 없는 사회가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일이 아니겠는가.

 ? 미래로 가는 길은 오래된 과거에서 찾아야 한다는 뜻의 ‘오래된 미래’라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해 오염과 공해를 만들지 않으며 생활했고, 모든 것을 아끼며 생활했고, 인간적이며 정적인 생활을 했던 오래된 과거의 생활로 되돌아가는 것이 바로 미래를 지향하는 생활이라 할 때 읽기, 쓰기, 셈하기는 미래를 향한 밑바탕교육이요. 문, 사, 철(文, 史, 哲)의 인문학은 미래를 향한 대학교육의 밑바탕이 아니겠는가.

                                                                         - (인문교양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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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충남 강사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棠)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 대전시민대학,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김충남의 강의 일정
• 송촌서당 (매주 월, 수 10시 ~ 12시)
• 대전시민대학 (옛 충남도청)
   - 평일반 (매주 화 14시 ~ 16시)
   - 주말반 (매주 일 14시 ~ 16시)
• 동구 평생학습원 (매주 목 10시 ~ 12시)
• 서구문화원 (매주 금 10시 ~ 12시)
강좌명 : (인생의멘토『논어』와『명심보감』)

손전화 010 - 2109 - 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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