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남  
 김종남

미중 정상이 만났다. 덩달아 2년 4개월간 교착상태에 있던 남북관계도 실마리가 풀려가고 있다. 명실상부한 2대 강국 미중의 '협력하는 경쟁관계'에 따른 결과물이다. 모든 일이 기대하는 대로 잘 풀릴리야 없겠지만 큰 줄기가 정해지면 작은 시행착오도 그 방향 안에서 수렴될 터. 적대적 경쟁관계가 협력적 경쟁관계로 바뀌면 평화도 오고 공동의 이익도 커지는 법이다.

위기의 엑스포과학공원은 전현직 시장의 적대적 경쟁 관계서 비롯

위기의 엑스포과학공원을 살리는 방안과 관련해 염홍철 현시장과 박성효 전시장의 적대적 경쟁이 불러온 결과는 아이러니하게도 시민의 공원 일부를 정부가 투자한 연구기관이 점령(?)하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며칠 전 '기초과학연구원(IBS)'과 '과학체험 및 전시 공간 등의 창조경제 핵심시설'을 엑스포과학공원 내 조성하겠다며 대전시의 의견을 물어왔기 때문이다.

과학공원이 엉뚱한 데로 갈 수도 있겠구나 생각한 것은 박성효 전 대전시장이 엑스포과학공원에 미래창조과학산업단지를 언급하면서부터다. 백 번 양보해 롯데테마파크의 재앙(교통대란, 공익 훼손, 자금 유출 등)을 막고 ‘부지비용을 스스로 마련하라’는 박근혜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봐준다 해도 기관 공공성을 빌미로 시민의 공익을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는 마찬가지였다. 사기업 롯데의 과학공원 입지가 부적절한 것은 국가기관의 입지가 바람직하지 않은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정부지원행사 결과 탄생한 것이기는 해도 대전시민 모두가 쓸 수 있는 시민의 공원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계 이해와 여당의 정치적 계산 맞아 떨어진 일

명백히 해법이 다른 두 사업을 하나로 묶어 해결하려는 무리수가 미래부의 엑스포과학공원내 기초과학연구원 건립 결정이다. 이 결정의 배후에 대덕연구단지(과학특구, 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 세력)의 정책결정권자와 새누리당 지역정치가 자리할 것은 분명하다. 과학특구든 비즈니스벨트든 땅까지 사줄 생각은 없는 정부와 돈 없어서 대기업에게 시민소유의 노른자위 땅을 30년 장기임대하려는 대전시 사이에서 기초과학연구원 부지라도 확보하자는 계산이었을 터이다. 과학기술계의 이해관계와 여당의 정치적 타산이 기막히게 맞아떨어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조합은 이명박 정부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건설한다며 대덕특구사업을 과학벨트사업으로 확대한 2007년 대선 시기 대전 시정과 국가과학정책을 주도했던 그룹의 조합이기도 하다.

몸 던져 정부 설득 못하는 답답한 대전시장

답답한 것은 현재의 시장이다. ‘시민이 그토록 원치 않으니 중단하겠다. 새로운 과학공원의 비전을 시민과 함께 찾겠다’고 깔끔하게 롯데테마파크 포기선언도 못하고, ‘대전시장으로서 정부의 꼼수에 반대한다. 기초과학연구원은 당초 계획대로 신동둔곡동 부지에 건립하도록 몸을 던져서 정부를 설득하겠다’라고 결연한 의지를 내보이지도 못하는 안온함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의 공천이 문제라면 시민을 등에 업고 더 크게 더 치열하게 문제핵심에 몸을 던져야 답답한 길이 열리지 않을까?

기초과학연구원 터는 따로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2013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시행계획'을 통해 대전 유성 신동과 둔곡을 거점으로 한 '거점지구 개발계획'을 확정하고 LH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한 뒤 이렇다 할 일을 안하고 있다. 겨우 300억원의 추경예산을 확보해줬을 뿐 부지매입비는 대전시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아무리 돈이 없는 정부라지만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택지개발을 통해 국가기초과학연구시설 건설 부지를 기부채납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은 대전 시민 공동의 이익을 늘리는 일이 아님도 분명하다.

시장 국회의원 연구단지 기관장 팔걷어붙이고 나서야

대덕특구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도 시민이 요구한 정책은 아니다.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분야도 아니다. 오히려 도심의 확장과 원도심 공동화를 촉진할 우려가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의 경제가 소비에서 생산으로 조금이라도 이전해가려면 생산기반을 늘려야 할 필요성, 거기에 대전의 강점인 과학기술과 고급인력들이 활동할 과학산업이 연계돼야 한다는 판단은 유효하다. 그래서 어제와 오늘의 대전시장이 입장이 바뀌는 지지부진한 내부 경쟁도 시민들이 참고 지켜봐주는 것이다. 정치권이 제안한 사업을 정부가 받아 안은 것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고 결국 그를 실현할 돈과 의지도 정부에 달린 문제이니 대전에서 티격태격하지말고 정부를 상대로 폼나게 경쟁해보란 얘기다.

6월은 정부의 예산요구안이 작성되는 시점이다. 대전시장과 국회의원은 신동 둔곡동 거점지역에 들어설 과학산업단지(미래창조과학단지라고 해도 좋다)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전방위로 뛰어다녀 해당 지역 주민의 시름을 줄여주면 좋겠다. 국회의원은 의원대로 시장은 시장대로 정부와 당을 설득해 기초과학연구원 터 예산을 확보하란 말이다. 대전에서 살고 일하면서 마치 외지인처럼 과학기술계의 이해만 생각하는 연구단지 기관장들의 태도도 대전시민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보정되길 바란다. 작은 이해관계를 버리고 대전과 시민 전체의 이익을 실현하고자 시장과 국회의원과 연구단지 기관장들이 모두 팔 걷어붙이고 나선다면 미래부의 태도는 달라질 것이다. 문제는 그런 협력적 경쟁은 못하는 대전의 이류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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