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영관 전 대전엑스포과학공원 상임이사] 칼국수 축제의 가능성

  김영관  
 김영관 전 대전엑스포과학공원 상임이사

 “지역 축제를 살리자.”

지방자치제를 실시한 지 내년이면 성년의 나이와 같은 스무 해가 된다. 이웃 일본을 부러워한 게 언젠가 싶을 만큼 우리나라 지방 민주주의 제도의 정착을 눈앞에 두고 아쉬운 점 한 가지를 제안하자 한다.

이것저것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한 흥미있는 뒷담화는 제외하고, 직언하면 감동적 지역 축제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광역과 기초를 다 합쳐 소문나고 짭짤한 대표적인 축제는 부산 국제영화제, 광주 비엔날레, 강원도 화천 산천어축제, 전남 함평나비축제 등이다. 이외는 '한번 꼭 가 봐야지...' 하는 축제가 드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지역 주민 참여형(型)' 축제만 살아남는다. 244곳의 (광역 17, 기초 227) 자치단체의 축제 중 열손가락 안에 꼽는 축제 빼고는 일시적 홍보와 전시성이 많고, 그나마 자치단체장이 바뀌면 축제명(名)이 바뀌거나 아예 없어지는 축제도 부지기수다.

그 이유는 어이없게도 지난 20년 전의 관치형, 즉 관(官) 주도의 습성을 떨치지 못하고, 축제의 시작부터 종료시까지 행사 절반을 관장하고 주도하는 '주민없는' 축제를 치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의 핵심인 주민이 빠진 축제가 성공한 축제로 자리매김이 되겠는가? 지역 주민 스스로가 소외되고 외면한 축제는 그냥 '관 행사'의 하나일 뿐이다.

지역 축제의 특화 프로그램의 차별화

축제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주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비슷비슷한 이름들의 '△△아가씨 선발대회' '○○문화제' '□□ 노래자랑 대회' 등은 정체성 없는 획일화된 정기행사 일 뿐이다. 

전국 어느 축제든 어김없이 등장하는 즐비한 노점상, 투입 예산 규모에 따라 초청되는 등급별 연예인들, 행사와 연계된 독점 단체회원들의 부족함 빼고는 차별화된 특징이 안 보이는 허전한 축제들의 행렬이 전국에서 줄을 잇는다.

나누기식 축제 예산 지원과 특화되지 않은 정체불명의 닮은꼴 축제 기획을 지양하고, 그 지역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차별성이 부각되면서 축제 수입이 지역민에게 다시 돌아가는 생산성 있는 축제만이 살아남는다. 강원도 화천군과 전남 함평군, 충남 보령 머드축제가 정답을 보여 주고 있다.

수익 창출의 마케팅 개념도입해야

또한 지역축제는 주민과 관광객의 '욕구(Needs)' 가 일치할 때 생명력을 가진 축제로 착근, 오래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그 지역만이 창출할 수 있는 수익성에 착안해 주민이 직접 필요로 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지역특산'을 상품화하여 실제적 이익이 주민과 연결되는 생간적 축제라면 시장 군수 구청장이 수없이 바뀐다 해도 없앨 도리가 없다.

전략적 개념이 도입된, 예산 낭비 없는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를 치밀하게 계산한 지역 축제로 기획되어야 영구히 살아나는 축제가 된다. 자본주의가 신 위에 군림한다는 '물질만능' 시대에 남는 장사가 아닌 데도, 주민들이 손뼉을 칠까? 누구도 이익도 없고 쓰레기만 치우는 일을 달가워 할리 없다.

최근에 끝난, 입소문 무성했던 대전 지역의 축제 하나만 예로 들어 본다. 서대전 시민공원에서 열렸던 ‘칼국수축제’는 단기간에 소문이 퍼졌고 참여 인파도 넘쳐났으며 한 참가 업소의 하루 매출액은 화제가 될 정도였다. 딱히 특산품과 특화된 음식이 없다고 아우성이던 대전의 허를 찔렀고, 심드렁했던 다른 축제들에 비교되어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지역 칼국수 업소와 다른 참여 업소도 괜찮았다는 평가들이고 초여름 더위에 줄서서 기다리는 관객들의 노고 또한 대단했다.

대전광역시가 2000년 10월 선정한 ‘육미(六味)’를 뛰어넘는 현장감 있는 축제 작명(作名)으로 상공적인 축제로 회자된다. 다만 보다 광역화된 유명 칼국수 업소의 불참과 이상기후로 인한 초여름 더위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칼국수'에 충실한 업소의 참여가 더 늘어나고 행사 시기도 재검토되기를 희망해 본다. 

주민이 주인인 지방축제의 발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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