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고전(古典)에서 길을…] 112

<원문> 子曰(자왈) 君子無所爭(군자무소쟁)이나 必也射乎(필야사호) 읍양이승(揖讓而升)   하여 하이음(下而飮)하나니 其爭也君子(기쟁야군자)니라. <논어 • 팔일편> 

<풀이>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경쟁하는 것이 없으나 불가피한 경쟁은 활쏘기뿐이다.
활쏘기 할 때는 서로 읍(揖)하고 사양하면서 당(堂)에 오르고 또 당(堂)에서 내려와서는 술을 마시니 이러한 경쟁이 군자다운 경쟁이니라.’하셨다. 

<여설> 위의 문장의 내용을 다시 자세하게 살펴보겠다.
군자는 자기의 지식이나 지혜는 물론이고 인격까지도 자랑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당연히 자기 자신을 내세우거나 자기의 지식이나 지혜를 가지고 남과 경쟁하거나 다투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딱하나 경쟁하는 것이 있다면 예와 격식을 갖춘 ‘활쏘기 경쟁’이다.
이 활쏘기 행사를 ‘사례(射禮)’라 한다. ‘활쏘기’의 목적은 남과 기량을 다투어서 이기기 위함이 아니라 활쏘기를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기량을 높이기 위한 수양의 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활쏘기를 할 때에도 예와 격식을 중요시했다.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활쏘기를 할 때는 두 사람이 한 짝이 되어 세 번 읍(揖)을 하고 당(堂)위에 오른다.
그리고 활을 쏘기 전에 상대에게 ‘읍(揖)’을 하면서 서로 먼저 쏘도록 양보를 한다.
활쏘기를 마치면 ‘읍(揖)’을 하고 내려와 모든 짝들이 다 쏘고 내려오기를 기다렸다가 이긴 자가 ‘읍(揖)’하면 이기지 못한 자가 ‘당’으로 다시 올라가 벌주를 마신다.

읍(揖)이란 인사하는 예의 한가지로서 두손을 맞잡아 얼굴 앞으로 들고 허리를 공손히 굽혔다가 다시 몸을 펴면서 손을 내리는 인사를 말한다.
이와 같이 군자의 사례(射禮) 즉 ‘활쏘기’는 나와 상대가 이기고 지는 경기 또는 적과 싸우는 무술을 연마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심신을 통일하고 예와 덕을 기르는 일종의 수양 방법의 하나임을 알 수 있다.

올림픽경기종목의 하나인 양궁(洋弓)이 승부를 목적으로 하는 스포츠라면 우리나라 전통 무술인 국궁(國弓)은 심신단련과 호연지기를 목적으로 하는 군자의 스포츠라 할 수 있다.

 ? ‘활쏘기’의 의미를 살 펴면, 활쏘기는 전통적으로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단순히 무예로서의 의미만 갖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사(射)’ 즉 ‘활쏘기’를 군자의 필수 교양 과목인 6예(六藝)에 포함시켜 심신 수양과 덕행을 쌓는 과목의 하나로서 중요시하였다.

오경의 하나인 ‘예기(禮記)’의 ‘사의(射儀)’편에 보면 ‘활쏘기’를 인(仁)의 도(道)라고 하여 활 쏘는 자가 먼저 뜻을 바르게 세우고 몸을 바르게 한 연후에 활을 쏘며 비록 맞추지 못하였더라도 이긴 자를 원망하거나 시기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부족한 점을 돌아보아야 한다고 했다.

옛날의 궁술대회에는 왕이 주체하는 대사례(大射禮)가 있었다.
이 ‘대사례’는 예의 덕행에 뛰어난 사람을 뽑았다.
공자가 왕명을 받들어 ‘대사례’를 주관하였는데 이때 공자는 활쏘기 시합에 앞서 출전할 궁사(弓士)의 자격을 엄하게 규제했다.
즉 국가를 수호하는 전투에서 패한 자, 나라를 망하게 한 위정자, 절개를 버리고 남의 나라에 빌붙어 먹는 선비, 남의 재물을 가로챈 악덕자 등은 출전자격을 주지 않고 가정에서 학문수양에 힘쓰고 예를 지킨 사람만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그 자격기준을 엄하게 규제 하였다 한다.

위의 자료를 통해 활쏘기가 단순 활 쏘는 기술과 능력을 기르기 위함이 아니라 군자로서 예와 덕을 기르고 심신 수양에 근본적인 의미와 목적이 있었으며 또한 예와 덕이 뛰어난 인재를 발굴하는 등용문이었음을 알 수 있다.

? 우리는 군자의 ‘활쏘기 경쟁’을 통해 ‘쟁(爭)’ 즉 ‘경쟁’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된다.
 ‘노자’는 ‘경쟁에 의한 사회적 질서는 결국 인간을 파탄으로 몰아갈 뿐’이라고 쟁(爭)을 근원적으로 거부하였다.
‘공자’역시 ‘군자는 다투지 않는다.’하여 ‘쟁(爭)’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으나 그러나 인간사회에서 실제로 경쟁을 근원적으로 거부할 수 없다면 어떠한 쟁(爭)이 군자다운 쟁(爭) 즉 ‘참다운 경쟁’인가를 군자의 ‘활쏘기’를 통해 가르쳐 주었다.

다시 말해 ‘군자의 경쟁’ 즉 ‘참다운 경쟁’이란 상대를 패배시켜야 내가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군자의 활쏘기처럼 각자가 갈고 닦은 기량을 다 발휘하는 것, 그 자체에 승리의 의미를 두고 서로의 기량을 비교하면서 이긴 상대를 축하해 주고 진 상대에게는 벌주를 주면서 격려해 주는 것, 이것이 바로 ‘군자의 경쟁’ ‘참다운 경쟁’이라 할 수 있다.

? 그렇다, 남과 경쟁할 때는 남을 때려 눕혀야 승자가 되는 복싱경기와 같은 경쟁이 아니라 함께 하면서 각자가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여 비교하는 활쏘기나 골프와 같은 경쟁을 하는 경쟁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남을 짓밟고 일어서는 승리자가 되지 말고 함께하면서 앞에 가는 승리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 (인문교양 강사) -==================================================================

   
 

필자 김충남 교수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棠)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는 대전광역시 평생 교육문화센터와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또 어려운 한문이나 경서의 뜻을 쉽고 논리적이고 현대적 정서에 맞게 강의 할 수 있도록 하는 강의서를 집필중이다(김충남의『명심보감』, 김충남의『대학』, 김충남의『논어』, 김충남의『맹자』, 김충남의『중용』, 김충남의『생활한자』, 김충남의『고사성어』) 손전화 010-2109-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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