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여행-경기도 광주시

   
5월의 팔당호 풍경

신록으로 부풀어 오르는 5월의 강변. 마음도 물결을 따라 순하게 흘러간다. 가족과 함께 떠난 나들이길에선 물 한 모금도 달고 시원하지만 특별한 맛과 분위기가 더해지면 또 하나의 추억이 만들어진다. 시원한 동치미국물에 말아낸 밀면 한 그릇, 계곡의 정취까지 즐길 수 있는 청국장, 화덕에서 구워낸 바삭한 피자까지, 3대의 입맛을 고루 만족시킬 맛집들을 찾아간다. 모두 88번 국도변에 있어 골라 먹는 재미까지 더한다.

팔당대교 남단에서 출발해 강변을 왼편에 두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45번 국도 드라이브 길은 신록으로 눈이 부시다.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연주처럼 가벼운 햇살이 차 안을 두드린다. 강변도로가 끝나고 도마삼거리에서 왼편으로 길을 잡으면 88번 국도가 시작된다. 퇴촌면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다시 시작된 강가 풍경은 팔당호와 연결되는 경안호. 다리를 건너 퇴촌면으로 들어서면 88번 국도변 첫번째 맛집이 있다.

퇴촌밀면’ 외부 전경

멋스런 한옥이 눈길을 끄는 ‘퇴촌밀면’(031-767-9280)은 밀쌈으로 먹는 훈제오리와 밀면으로 유명한 집이다. 시원한 동치미국물에 말아먹는 밀면을 맛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은데, 특히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즐겨 찾아 옛 맛을 추억한다. 3년 숙성시킨 백김치도 이 집의 자랑이다.

먼저 훈제오리 맛을 보자. 기름기를 쏙 뺀 훈제오리는 직원이 직접 손으로 찢어주는데 그 양이 푸짐하다. 동그란 밀전병 위에 양념 소스를 찍은 훈제오리 한 점을 올리고 그 위에 백김치를 얹어 싸 먹는다. 부드러운 밀전병과 숙성된 백김치가 뻑뻑할 수 있는 오리고기의 식감을 부드럽게 잡아준다. 백김치를 먹기 위해 훈제오리를 시키는 사람이 있을 정도란다.

밀전병에 싸서 먹는 훈제오리

밀면은 시원하게 먹는 냉밀면과 매콤하게 먹는 비빔면이 있고, 겨울 별미로 내는 온면이 있다. 부산의 밀면을 생각하던 사람이라면 이 집 밀면 맛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다. 우선 육수 맛이 다르다. 고춧가루가 들어가 색이 붉고 맑은 것이 부산밀면의 육수라면, 퇴촌밀면의 육수는 색이 희고 불투명하다. 마치 사골곰탕의 육수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맛은 시원하고 상큼하다. 동치미와 사골육수를 섞은 비법 육수라고 하는데 약간 달콤하게 느껴지기도 해서 어린아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88번 국도는 천진암성지로 가는 사거리에서 왼편으로 이어진다. 양평의 소장수들이 광주의 소시장으로 가기 위해 넘어 다니던 고갯마루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힘들게 고개를 넘어온 소들에게 풀을 먹이고 소장수들도 아픈 다리를 쉬어 가던 이곳을 ‘쇠뫼기’라 불렀다.

동치미육수가 시원한 냉밀면

퇴촌에서 나고 자란 정지수 씨는 친정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쇠뫼기골 땅에 직접 뜬 청국장과 나물 반찬을 내는 한식집을 냈다. 이름도 그대로 ‘쇠뫼기’(031-767-9852)다.

“봄이면 전국에서 사 들인 나물들 손질하느라 정신이 없구요, 겨울에는 무청을 칼질해서 말리는데 같이 일하는 아줌마들 손목이 퉁퉁 부어요.”

식당 본채 옆 원두막에 주렁주렁 매달아놓은 나물 보따리들을 보여주며 주인장이 전하는 얘기다. 시래기 보따리의 끈을 풀자 묵은 시간의 향이 훅 터져 나온다.

“저 계곡 건너편 원두막에도 말린 나물들을 걸어놨구요, 저기 보이는 창고에도 10년은 너끈히 버티게 해줄 항아리들이 꽉 차 있어요. 고추장, 된장에 장아찌들까지, 내가 얼마나 부자인지 몰라요”

청국장정식으로 유명한 식당 ‘쇠뫼기’

주인장의 자랑에 듣는 사람까지 배가 부르다. 이제 주인장의 자랑거리들을 맛보러 식당으로 들어가 보자. 주인장의 아들이 직접 꾸며주었다는 황토벽 실내에는 두툼한 원목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 있다. 접시에 꽂아둔 할미꽃 한 송이에 손님을 대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밥 한 그릇만 뚝딱 먹고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이 집의 분위기와 멋도 함께 즐기라는 뜻일 게다.

청국장황태구이 정식을 주문하니 좁쌀과 솔잎으로 빚은 동동주 한 잔과 묵무침, 샐러드가 나오고 뒤를 이어 갖은 나물 반찬에 장아찌, 그리고 황태구이 한 마리가 상에 오른다. 방금 지은 돌솥밥에 구수한 청국장까지 더해지니 상이 꽉 찬다. 고유의 향을 느낄 수 있도록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은 나물 반찬과 짠맛 없이 담백한 장아찌까지 젓가락 두기가 바쁘다. 무엇보다 콩알이 씹히는 청국장은 냄새가 강하지 않고 짜지 않아 그냥 떠먹어도 좋다.

   
원두막에 걸린 나물들

인테리어를 겸해 판매용으로 늘어놓은 그릇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식사 후 계곡에서 여유롭게 쉬어갈 수도 있으니 한 끼 식사 후 봄날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쇠뫼기 고개를 넘으면 88번 국도는 양평을 향해 이어진다. 고갯마루를 넘어서면 이탈리아의 화산재를 공수해와서 직접 만든 화덕에 피자를 구워내는 레스토랑 ‘라또마떼’(031-767-0558)가 있다.

“이 집의 피자를 한번 맛보면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의 피자는 절대 못 먹는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레스토랑이다. 이 집 피자의 탄생 스토리는 맛을 더하는 첫번째 토핑이다.

   
할미꽃과 함께 먹는 묵무침과 동동주

다국적기업의 워싱턴 지사에서 근무했던 권순조·구성숙 씨 부부는 워싱턴 인근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즐겨 방문했다. 권순조 씨는 귀국 후에도 아내가 만들어준 샌드위치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대신했는데, 그 샌드위치 도시락이 직장 동료들에게도 인기 만점이었다고 한다.

높은 연봉에 잘나가는 다국적기업의 임원이었던 남자는 어느 날 넥타이를 풀고 이른 은퇴를 결심한다. 행복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아내도 흔쾌히 동의했다.

   
청국장황태구이 정식 상차림
   
짜지 않고 구수한 맛이 강한 청국장



















"처음엔 아무 생각 없었어요. 만날 산으로 들로 여행을 다녔지요. 직장 다니며 면도하고 이발하는 것이 너무너무 싫었는데 수염도 기르고 머리도 기르니 좋더라구요. 머리를 허리까지도 길러봤지요.”

여행을 하며 퇴촌에 집을 마련한 부부는 인근 주민들과 나눠 먹을 생각으로 피자집을 열었다. 음식 솜씨 좋은 아내는 스파게티를 담당했다. 이렇게 해서 종업원 한 명 없이 달랑 두 사람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만들어졌다. 10년 전의 일이다.

“어디 가서 피자 만드는 법을 배우거나 그런 적은 없어요. 워낙 피자나 빵을 좋아해서 나중에 은퇴하면 빵 굽는 일을 해야겠다, 그런 막연한 희망을 품었지요.”

   
인테리어 소품 겸 판매용 그릇들

미국에 있는 아들이 이탈리아의 최고급 식자재 공급 루트를 알아낸 것이 성공의 출발점이 되었다. 자신의 입맛에 의지해 여러 번의 실험과 실패를 거친 후 제대로 된 피자가 구워지기 시작했다.
주문과 동시에 화덕에 장작불을 피우고, 그 사이 토핑을 준비해 얹고 구워내기까지 전 과정을 남편 권순조 씨 혼자 담당한다. 풍미 좋은 빵도 직접 굽는다. 아내 구성숙 씨는 샐러드와 스파게티, 후식, 그리고 서빙을 맡고 있다.

   
 손님을 배웅하는 라또마떼의 주인 부부
   
호두와 생강을 넣어 직접 만든 아이스크림


















피자 맛이 궁금하지 않은가?

“피자 맛이요? 그건 잘 몰라요. 그냥 우리 부부 입에 맞춘 거예요. 누구에게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몸에 해로운 재료는 절대 쓰지 않는다는 거예요. 피자를 패스트푸드라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제대로 만들면 정말 몸에 좋은 음식이지요.”

   
식사 후 여유롭게 쉴 수 있는 계곡

아내 구성숙 씨의 얘기다. 미리 예약하고 오는 손님에게 직접 만든 아이스크림을 주는 이유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휴일 오후, 음식 솜씨 좋은 친구의 집에 초대 받아 가서 먹고 즐기는 상상을 해본다. 마당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피자 굽는 고소한 냄새가 집안에 가득하다. 라또마떼에서 바삭한 피자 한 조각을 집으며 떠오른 생각이다.

   
직접 만든 화덕에서 피자를 굽는 모습
   
화덕 안에서 구워지는 피자

<여행정보>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팔당대교 남단 → 45번 국도 → 도마삼거리에서 88번 국도 퇴촌 방향 좌회전 → 광동대교 건너 광동사거리에서 좌회전 → 퇴촌밀면

* 대중교통
하남시 성광고교 앞에서 13-2번 버스 승차 → 퇴촌면 광동사거리에서 하차 → 도보 2분 거리에 퇴촌밀면

2.맛집
퇴촌밀면:훈제오리, 밀면/광주시 퇴촌면천진암로327-7/031-767-9280 / korean.visitkorea.or.kr
쇠뫼기 : 청국장정식 / 광주시 퇴촌면 정영로 580-3 / 031-767-9852 / www.soimoigi.co.kr
라또마떼 : 피자, 스파게티 / 광주시 퇴촌면 정영로 941-9 / 031-767-0558  / www.la-tomate.net

3.숙소
정온펜션 : 광주시 퇴촌면 갈올길11번길 38 / 031-768-3917 / korean.visitkorea.or.kr
경기 광주 한옥마을 : 광주시 새오개길 39 / 031-766-9677 / korean.visitkorea.or.kr
종여울하우스 : 광주시 남종면 산수로 2576-102 / 031-767-0240 / korean.visitkorea.or.kr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