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토크 콘서트에 부쳐

이 시대, 아버지 대변자가 시장, 총장, 소장, 판사인가?

  이갑숙 대전시민사회연구소 이사  
이갑숙 대전시민사회연구소 이사

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1956년 5월 8일을 ‘어머니 날’로 지정하여 어머니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했다. 이후 아버지의 날이 거론되면서 1973년에 ‘어버이 날로’ 변경하여 지정했다.

정부는 어버이날을 기념일로 지정하여 효자?효부상 수여 및 기념식을 거행하였으나 최근 가족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어버이 날에 관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어머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등한시 해왔던 아버지에 대한 조명도 가정의 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여 진다.

최근 모 방송국에서 방영한 “직장의 신” 드라마에서 많은 국민을 울린 우리들의 아버지 고과장의 이야기가 있다. 고 과장은 막내딸 졸업할 때까지만 회사에 남아 있고 싶다는 소망이 직장생활 마지막 바람이다.

자녀 학업과 결혼을 위해 더 작은집으로 이사를 한다. 여러 번 수리를 했지만 가끔 멈추는 시계를 차고 다닌다. 동갑내기 입사동기 부장 앞에서도 늘 존대하며 허리를 굽혀야 하고 젊은 사원들에겐 '짐짝'처럼 짐이 되기만 하는 고 과장의 모습에서 우리들의 아버지 슬픈 자화상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짐짝’처럼 취급되는 ‘고과장’ 드라마에서만 있는 것 아니야

가계의 계승자, 집안의 가장이자 기둥으로서 절대적 권력자, 사회와 국가발전의 중추적 일꾼으로서의 권위가 인정되는 시대의 아버지는 사라졌다.

가족의 생계책임자로 돈 버는 기계, 돈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능력을 평가 받아야 하는 대상, 40대부터 퇴출 당할까봐 걱정하는 아버지, 은퇴 후에도 생활책임자, 노후대책이 없는 아버지, 건강 때문이 아니라 담배 값이 오르니까 담배를 끊으려고 고민하는 아버지, 6-7천원 점심값이 부담스러워서 편의점 도시락이나 삼각 김밥으로 한 끼를 때우려는 아버지만 존재한다. 오늘날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아버지들의 자조적인 말이다.

현대사회의 변화가 여성에게 우먼파워를 요구한 만큼이나 남성에게도 맨파워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우리들의 아버지의 고통과 애환에 대하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며 적극적 의미에서의 정책적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이것이 최근 여성정책의 화두가 되고 있는 “성인지 정책”이다.

삼각 김밥으로 한끼 때워야 하는 고개 숙인 ‘우리들의 아버지’

이러한 의미에서 5월 9일 제1차 대전가족공동체 포럼 ‘아버지 토크 콘서트’가 개최된다. 아버지 역할의 즐거움과 어려움을 나누며,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행복한 가정의 의미를 만드는 방법으로 대전만의 고유한 가정친화문화 확산을 위하여 콘서트 형식으로 특별이 마련한 자리라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주최 측의 말처럼 특별이 마련된 자리인 것은 분명하다.

우선 아버지들이 가정친화문화조성을 위해 토크콘서트를 한다는 것보다 더 특별한 것은 토크자로 참여하는 분들이다. 대전시장, 국립대학교 총장, 국책연구소 소장, 법원 판사이다. 이 특별한 자리에 ‘우리들의 아버지’는 초대받지 못했다.

의문스러운 점은 과연 ‘이 시대를 대변하는 아버지가 대전시장, 대학교 총장, 국책연구소 소장, 법원 판사 인가?’, ‘우리사회 0.001%에 해당하는 사회적 지위와 권력이 소유한 사람이 우리들의 아버지 애환과 어려움을 말할 수 있는가?’, ‘이분들의 이야기가 아버지 역할과 즐거움을 바탕으로 가족구성원이 행복한 가정의 의미를 함께 만든다는 방법에 시민들이 공감하고 체감하겠는가?’ 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들의 성공스토리에 가족은 희생자, 힘이 되는 존재,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소재로 동원될 것 같은 가능성도 있다.

성공한 남성들의 이야기, 보통 아버지의 입장 대변 할 수 있을까

우리들의 아버지는 조기퇴출 될까 봐 전전 긍긍하고 자녀 등록금 대출 상환과 내집 마련을 위해 이율을 계산하고, 얼마 전 발표한 60세 정년연장이 나에게도 해당이 될까? 하는 기대와 희망을 갖고 오늘도 묵묵히 일하는 근로자이며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초대자들은 정년연장과도 별 상관이 없고 퇴직 후에도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는 자리에서 계신 분이며, 자녀의 등록금, 담배값과 점심값 걱정도 없으신 분들이다. 직장에서도 대부분 인사를 받는 기관장 분들이다. 이분들이 아버지의 애환과 어려움을 이야기 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전만의 고유한 가정친화문화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혹여, 자녀와 아내가 0.001%의 아버지와 남편을 부러워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시장, 총장, 연구소장, 판사만이 최고의 아버지로 꿈과 희망으로 인식될 가능성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99.9%의 아버지들은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자괴감이 들 수 있거나, 우리들과 거리가 아주 먼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별한 자리를 5월 가정의 달에 할 수 있는 포럼의 방식인가? 오랫동안 여성가족정책을 연구한 사람으로 씁쓸하다.

99.9% 시민이 공감하고 체감하는 가족친화적인 정책 추진 필요

우리는 0.001% 로열패밀리급에 속하는 아버지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아버지 이야기 들으며 아버지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싶다. 이시대의 아버지를 위한 아젠다를 이슈화하고 정책화해야 한다. 99.9%의 아버지와 가족의 관점에서 공감하는 가족친화적인 직장문화 조성의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방안과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토크콘서트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사회의 지도자이고, 기관의 최고의 의사결정자인 0.001%의 아버지의 몫이자 책임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화려하게 장식한 수많은 쇼보기 정책이 아니라 99.9%시민이 공감하고 체감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를 시민의 한사람으로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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