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돈으로 시민들 눈가리는 ‘갑의 축제’

  김학용 편집국장  
 김학용 편집국장

부정적 평가 많은 와인축제

와인축제가 대전에 어울리는 축제인지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축제전문가나 문화를 안다는 사람들은 대체로 “대전에서 무슨 와인축제냐?”는 부정적 반응을 나타낸다.

얼마 전 대전KBS에서 지역축제를 주제로 전문가들이 나와 토론하는 것을 봤다. 사회자를 제외한 4명 가운데 셋은 축제나 문화 전문가였고 한 명은 대전시 공무원이었다. 전문가 3명 중 2명은 와인축제에 대해 명확히 부정적인 입장이었고 한 명도 찬성입장은 아니었다. 와인축제의 필요성을 주장한 사람은 그 공무원뿐이었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 중에도 와인축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와인축제에 대한 믿을 만한 여론조사가 있었는지는 모르나 전문가든 일반인이든 부정적인 견해들이 더 많아 보인다. 적어도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오죽하면 와인축제 추진위원으로 참여하는 유력 건설업체의 경영 2세들까지 와인축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언급했겠는가?

행사 규모 키우며 ‘어깃장 행정’ 하는 대전시

그렇다면 대전시는 와인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는 행사를 유보하든지 행사의 규모를 줄여야 마땅하다. 그런데 대전시는 금년 와인축제 규모를 오히려 늘렸다. 시 예산 기준으론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2배 늘어나고, 민간 기부금까지 포함하면 14억5천만원에서 26억원으로 늘어난 규모다.

대전시는 여론에 어깃장을 놓는 행정을 하고 있다. 함평 나비축제처럼, 와인축제라고 해서 와인의 고장에서만 열리는 게 아니라는 걸 가르치겠다는 것인가? 전문가들도 잘 모르는 마법 같은 ‘와인축제 성공의 비밀’을 대전시는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그것을 알 수는 없으나 와인축제가 시민들보다 시장을 자신을 위한 행사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지우기 어렵다. 와인축제가 언론, 특히 지방신문을 장악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

와인축제는 지방언론 장악하는 수단

대전시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작년 와인축제 때는 홍보비로 2억원을 썼다. 그 덕분이겠지만 150건이 넘는 지방지의 와인축제 기사 가운데 비판 기사(비호의적 기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중립적 기사’도 3건에 불과했다. ‘호의적인’ 기사가 98%였다.

와인축제가 정말 별 문제 없이 잘 치러졌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반문은 말기 바란다. 작년 와인축제 행사에 실무자로 참여했던 모 인사는 “행사에 문제가 많았는데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이를 지적하는 비판기사가 한 건도 없었다”며 의아해 했었다. 한 기자도 대전시로부터 “(와인축제)광고는 줄 테니 홍보기사를 아예 안 써도 좋으니 비판기사는 절대 쓰지 않았으면 한다”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비판 0%는 이렇게 나온 것이다.

보통, 기관에 행사가 있으면 그 기관에서 광고가 나오고, 언론사도 행사에 협조하는 뜻으로 비판을 삼가는 경향이 있다. 대전시장 충남지사에 대해 신문사가 갑(甲)의 역할을 했던 과거에서도 이 정도의 ‘봐주기’는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방마다 상황은 좀 다르겠지만- 시도지사가 갑이고 신문사가 을인 경우가 많다. 을이 하는 것은 봐주기가 아니고 복종이다.

‘을(乙)’로서 얻어먹는 광고는 떡이 아니라 독(毒)

그러나 주고받는 게 있어야 갑과 을의 관계도 유지된다. 그래야 갑은 을을 계속 손아귀에 넣을 수 있다. 이유 없이 주고받을 수는 없다. 뭔가 ‘거리’를 만들어야 된다. 대전시에겐 그 중 하나가 와인축제다. 와인축제는 대전시가 언론사에게 ‘갑’ 노릇을 할 수 있는 행사이고 권력을 부리는 요긴한 수단이다.

지금 그 갑은 누구인가? 염홍철 시장이다. 와인축제를 밀어붙이는 사람도, 예산을 2배로 늘리는 사람도 시장 아니겠는가? 올핸 예산의 규모를 2배로 키웠으니 갑의 권력도 그만큼 커진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와인축제를 반대해도 오히려 더 키우는 이유다.

‘갑’이 떡을 키워준다니 배고픈 ‘을’로선 당장은 고마운 일이겠지만, 알고 보면 떡이 아니라 ‘독(毒)’이다. 비판기사를 한 건도 못 쓰는 언론사는 결국 독자들의 외면을 받게 돼 있으니 그게 어찌 떡인가? 그 떡은 축제뿐 아니라 시정 전반에 대해 진실을 가리는 독이 된다.

대전시장이 주는 그 떡은 시장이 아니라 시민들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만드는 것이다. 언론사가 그 떡을 얻어먹고 시민들이 알아야 할 진실을 숨기고 보도하지 못하니, 시장은 시민들 돈으로 시민들 눈을 가리는 꼴이다.

시민들 돈으로 시민들 눈가리는 ‘甲시장의 분탕질’

와인축제의 ‘떡’을, 아니면 ‘떡고물’이라도 음으로 양으로 얻어먹는 사람들은 있을 것이다. 기획사든 선거공신이든 브로커든 축제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 왜 없겠는가? 또 그것이 일부라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 정도가 효과라면 효과일 것이다.

그러나 와인축제의 주목적은 대(對) 언론용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비판기사 0’을 만들거나 적어도 비판적인 논조를 최소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게 대전시장의 실질적인 목적이라고 본다. 지나친 억측 아니냐고 반박하고 싶다면 염 시장만큼 언론에 민감한 사람도 드물다는 점을 유의하기 바란다.

와인축제는 ‘갑’인 대전시장이 ‘을’로 전락해 있는 지방신문을 계속 ‘을’로 잡아두는 수단으로 쓰는 ‘갑을 위한 불순한 잔치’이다. 시민들은 자신들 눈을 가리는 ‘갑(甲) 시장의 분탕질’에 돈을 대면서도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 김학용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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