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잔소리] 101

<원문> 子曰(자왈) 學而不思則罔(학이불사즉망)하고 思而不學則殆(사이불학즉태)니라.

<논어•위정편>

 

<풀이>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되 사색하지 않으면 사물의 이치에 어둡고 사색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독단에 빠져 위태로우니라.’

 

<여설> 위의 말씀의 뜻은 ‘학문을 하는데 있어서는 학(學)과 사(思) 즉 배움과 사유(思惟)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말씀에서 우리는 두 가지 문제를 가정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 하나는 ‘만일 사물에 대한 학(學) 즉 지식을 배우기만하고 그 배운 지식에 대하여 사(思) 즉 사유가 없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하는 것이다.
사유(思惟)란 어떤 대상을 마음속에 그리며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배운 지식에 대한 사유가 없다면 그것은 단순 지식 쌓기에 그치고 그 지식은 생명력이 없는 죽은 지식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죽은 지식은 지혜로 승화되지 못한다.
지식(知識)과 지혜(智慧)는 다르다.
지(知) 즉 ‘지식’은 단순히 ‘아는 것’, ‘배운 것’이고 지(智) 즉 ‘지혜’는 그 ‘아는 것’ ‘배운 것’ 등에 생각, 연륜, 경험 등이 쌓여져 이루어진 것이다.

이처럼 지식이 지혜로 승화되려면 그 지식의 바탕위에 자기의 생각과 감정, 경험 등이 더하여져야 한다.
그러므로 배운 지식에 대해서는 자기나름대로 다시 음미해 보고 생각하여서 그 지식을 자기화 시켜야 한다.
이것은 마치 소가 여물을 되새김해서 소화 시키는 것처럼 배운 지식을 머리와 가슴에 되새김해서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지혜가 되고 완전한 배움이 되는 것이다. 배우는 방법에는 책, 선생, 사물, 일, 경험 등 다양하다.

어떠한 방법을 통해 배우던 중요한 것은 그 배운 지식을 되새김하여서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것인데 그 되새김하는 방법의 하나로 지식의 내용을 자신에게 적용시켜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역사책에 나오는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배운다고 하자, 단순히 아는 것에 그치지 말고 내 자신이 역사의 사건 속 인물이 되어 사유해 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배운 것을 되새김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지식을 되새김 즉 자기화 시켜보는 과정을 통해 삶의 지혜와 처세술, 현명한 판단력을 기를 수 있는 것이다.
필자가 논어를 강의 할 때는 수강생 자신이 그 당시의 공자나 공자의 제자가 되게 하여서 보다 공자의 말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한다.
이것 또한 수강생들로 하여금 지식을 자기화 시키도록 하는 교수 방법의 하나라 할 수 있다.

? 또 하나는, ‘사물에 대하여 사(思)’ 즉 '생각만 골똘히 하고 학(學) 즉 배우지 않으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하는 것이다.
생각만하고 배우지 않으면 보편적 지식이 결여된 채 자신의 견해를 형성하게 되니 자칫 보편성과 객관성이 결여될 위험이 큰 것이다.
자기의 생각 즉 주관(主觀)에는 반드시 보편성과 객관성이 뒷받침 되어야 남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보편성과 객관성이 뒷받침 되지 않는 자기의 생각 즉 주관은 편견 일 뿐이다.
보편성과 객관성을 얻기 위해서는 바로 사물의 이치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배워야 한다. 그리하여 객관성과 보편성이 뒷받침되는 합리적인 주관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 학(學)과 사(思)가 병행된 학문을 하는 방법을 ‘중용’에서 인용해 보겠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첫 번째 단계는 박학(博學) 즉 ‘지식을 널리 배우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심문(審問) 즉 ‘배운 것에 대하여 모르는 부분이나 의문 나는 부분을 자세히 묻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신사(愼思) 즉 ‘박학’과 ‘심문’의 과정을 통해 알게 된 지식을 다시 음미하며 깊게 생각해 보는 것이다.
네 번째 단계는 명변(明辨) 즉 ‘박학’ ‘심문’ ‘신사’의 과정을 통해 음미하고 생각한 지식을 자기화 시켜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기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지를 분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행(篤行) 즉 ‘독실하게 행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식을 자기화 시켜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분별하였다면 마지막으로 독실하게 실천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섯 단계의 방법이 학(學)과 사(思)가 병행된 학문을 하는 방법 즉 학문의 완성단계라 할 수 있다.

? 독서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독서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독서와 사색이 병행되어야 한다.
거기에다 독후감까지 써야 독서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독서와 사(思)가 병행된 완전한 독서인 것이다.

지금까지의 말을 다시 정리해 보면, 배운 지식을 머리와 가슴으로 되새김하여 자기화 시키고 지혜로 승화시키도록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읽은 책이나 배운 것, 보고 들은 일, 경험한 일 등을 다시 기록하는 것도 바로 되새김하는 방법이요 자기화하는 방법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일기를 쓰는 것이야 말로 그날의 경험을 되새김하는 최고의 방법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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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충남 교수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棠)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는 대전광역시 평생 교육문화센터와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또 어려운 한문이나 경서의 뜻을 쉽고 논리적이고 현대적 정서에 맞게 강의 할 수 있도록 하는 강의서를 집필중이다(김충남의『명심보감』, 김충남의『대학』, 김충남의『논어』, 김충남의『맹자』, 김충남의『중용』, 김충남의『생활한자』, 김충남의『고사성어』) 손전화 010-2109-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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