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직선제 폐지는 반역사적

   
 정용길 충남대 교수

경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교육감이 음독을 하는 등 전국적 뉴스 거리였던 충남 교육청 장학사 시험비리가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진 김종성 교육감을 비롯한 5명이 구속되는 등 모두 29명이 사법처리 되었다. 교육감 관련 비리 사건은 비단 충남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시도교육감 17명 중 서울, 부산, 인천, 경남, 전남 등 6명이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았거나 형사재판 중이다. 다른 분야보다 훨씬 엄격한 도덕성과 책임감이 요구되는 교육계에서 이처럼 불법과 비리가 만연한 것에 대해 국민들은 커다란 실망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교육감 선출제도를 개선하는 것에서부터 인사관리 시스템이나 조직문화에 대한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빌미삼아 교육감 직선제 자체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은 그 의도가 대단히 불순하며, 반역사적인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교육감 선출제도는 해방 이후 대통령에 의한 임명제를 거쳐 1991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교육위원회를 통한 간선제로 바뀌었다. 1997년에는 선거인단을 통한 간선제를 거쳐, 2006년 현재의 주민 직선제로 바뀌었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과 지방자치의 성숙과 맥을 같이 하면서 이루어낸 소중한 결과이다.

어떤 제도도 완벽하지 않아..운영의 문제

어떤 제도도 완벽한 것은 없다. 더구나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의식수준과 조직문화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문제점이 더욱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교육감 직선제도 마찬가지이다. 학연과 집단주의 문화가 강하게 작용하는 우리나라 교육계 현실에 비추어 보건대 교육감 선출, 교원의 인사 등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교원들의 부단한 자기성찰과 반성을 통해 제도를 보완하거나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할 사안이지 직선제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발상이다.

대통령이나 시도지사, 그리고 국회의원을 국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제도가 선거비용이 많이 들고 지역감정이 강하게 작동하는 등 문제가 많다 하더라도 이를 폐지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직선제 시행과정에서 국민들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상당하더라도 국민 참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육감 직선제는 도입된 지 이제 7년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은 이 제도를 키우고 가꾸기 위한 우리의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지 직선제 폐지를 운운할 시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선배들이 피땀 흘려 힘들게 쟁취한 대학총장 직선제를 전국의 국립대 총장들이 교과부에 굴복하여 폐지한 것은 대학의 수치이다. 직접선거로 당선된 총장들이 자기존재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치욕의 역사이다.

충남교육감 문제 직선제 아니라도 불거질 수 있는 문제

사회적 물의를 몰고 온 이번 장학사 시험문제 유출과 부당한 금전수수 행위는 엄밀히 말하면 교육감 직선제 때문에 파생된 문제라기보다는 교육감의 권한 행사와 장학사 시험 관리의 문제이다. 더욱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 교육감의 인사권을 행사하게 한다든지, 장학사 시험의 출제와 관리를 별도의 중립적 기구에 맡긴다든지 하면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내용들은 직선제 교육감 체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이며, 임명제나 간선제의 경우에는 견제 받지 않는 교육감의 권력으로 인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교육감 선출제도는 지방교육자치의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즉 교육감이 되고자 하는 자는 교육에 관한 확고한 철학과 전문적 경험이 있어야 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또한 선출절차는 민주적으로 이루어져 대표성과 주민통제의 원칙이 작동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었을 때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교육감 직선제는 임명제나 간선제에 비해 훨씬 바람직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선진국의 예를 들면서 공모제를 통한 교육감 선출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변형된 임명제에 불과한 것으로 교육자치의 근본정신을 훼손할 뿐이다.

교육을 권력의 시녀로 전락시키면 안돼

‘대통령 소속 지방분권위원회’가 교육감 선출제도에 관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그 내용은 1) 현재의 주민직선제를 유지하는 방안, 2) 지방자치단체장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하여 주민이 직선하는 방안, 3) 시도지사가 지방의회 동의를 받아 교육감을 임명하는 방안 4) 간선제 등이다. 이중 둘째 안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면에서, 셋째 안은 정치적 중립성이 침해될 뿐만 아니라 교육감이 시도지사에 예속될 수 있다는 면에서, 넷째 안은 주민 대표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면에서 모두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결국 우리가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것은 현재의 주민 직선제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고 보완하는 방법밖에 없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주민직선제 폐지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려는 반역사적 작태에 불과하다. 국가의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정치와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게 할 뿐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민주주의 이념과 교육자치의 가치를 지켜내고 제고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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