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예산 통합 행정구역 필요

지난 연말에 충남 도청이 대전을 떠나 도청사는 홍성군으로, 그리고 의회는 예산군으로 이전하였다. 도청뿐만 아니라 지역 언론에서도 이 지역을 ‘내포 신도시’라고 명명하고, 내포시대의 의미를 다각도로 홍보하고 있다. 내포 신도시는 300만평의 부지에 2020년까지 10만 명이 거주할 것을 목표로 건설되는 통합형 행정도시이다. 도청사와 의회건물이 완공되었고, 앞으로 120여개 행정기관이 입주할 예정으로 되어 있다.

  정용길 충남대 교수  
정용길 충남대 교수

지금까지 도청이 다른 광역단체에 위치하고 있었고, 대전이 충남의 동남쪽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행정의 비효율과 함께 지역의 균형발전이 저해되는 측면이 많았다. 이제 내포시대를 맞이하여 지역의 균형발전과 환(環)황해권 중추지역으로 웅비하는 충남의 미래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렇게 화려한 수식어를 붙여 ‘내포시대’를 강조해도 진하게 남는 아쉬움이 있다. 내포 신도시는 지도에 나와 있는 구체적인 행정구역의 이름이 아니고 개념적 공간에 불과한 것으로서 홍성과 예산이라는 두 개의 기초자치단체로 구성되어 있다. 내포 신도시는 건강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생활방식을 추구하는 명품도시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에 입각하여 신도시에는 각종 정주시설과 편의시설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주소 다른 도청과 도의회..말이 되나?


내포 신도시에 관한 기본계획은 도 차원에서 준비되었지만 개별적인 건축물과 편의시설에 대한 인허가권은 홍성군과 예산군의 건축조례와 도시계획조례의 규제를 받도록 되어 있다. 하나의 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두 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다른 잣대로 인허가권을 행사하게 되면 과연 애초에 생각했던 명품도시를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상당히 어려울 것이고, 많은 부분에서 행정의 혼란과 비효율이 초래될 것이다. 현재도 홍성군과 예산군 간에 상당한 갈등과 이견이 노정되는 것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도청은 홍성에, 의회는 예산에 행정주소를 갖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현재의 내포 신도시가 공공기관 이전이 완료되고 정주여건이 갖춰지게 되면 인구 유입이 늘어날 것이다. 초기의 인구증가는 대전을 비롯한 타 지역에서 거주하였던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겠지만 나중에는 홍성과 예산의 인구가 내포 신도시로 유입될 것이고, 이들 두 지역의 도심 공동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내포 신도시의 성장과 발전이 홍성과 예산의 원도심 쇠락을 가져오는 모순적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내포로부터 더 멀리 떨어진 예산읍 주민의 경우에는 원도심 위축의 두려움을 더욱 크게 느낄 것이다. 이는 내포 신도시가 조기에 뿌리내리는 데 걸림돌이 될 것임은 너무나 명확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홍성군과 예산군 통합


따라서 내포 신도시의 발전을 위해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홍성군과 예산군을 통합하여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애초에 설정하였던 내포 신도시의 비전을 흔들림 없이 달성할 수 있고, 홍성과 예산의 갈등과 이견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자치단체가 통합되는 과정을 보면 가장 큰 난관이 통합된 도시 명칭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내포’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통합의 가장 큰 장애물이 제거된 상태이다. 홍성과 예산을 통합하여 ‘내포’라는 하나의 자치단체로 만드는 것은 다른 여타 시군의 통합보다 그 정당성에서 우월하며, 실행과정도 훨씬 수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두 자치단체의 통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아쉬운 대목이 통합에 가장 큰 책임이 있고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할 안희정 충남 지사의 태도이다. 홍성과 예산의 통합문제가 제기되면 지방행정에 대한 본인의 철학과 소신을 이야기하면서 시군 통폐합이 아닌 시도 단위로 행정구역이 재편되어 연방형 분권국가로 가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지방자치라는 본질적 기능을 생각할 때 기초 자치단체 규모가 너무 작아 불합리하다는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이라 하면서 생활정치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기초 자치단체는 더욱 작아져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방행정에 대한 안 지사의 개인적 소신은 될지 모르겠지만 홍성과 예산의 통합에 대한 답은 아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기본방향과 담겨질 내용은 충남 지사의 권한 밖의 문제이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장기적 과제이다. 홍성군과 예산군의 통합은 내포 신도시가 성공적으로 뿌리 내리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지금 당장의 문제이고, 지극히 현실적인 과제이다.

안 지사는 홍성군과 예산군의 경우 각자의 역사적 정체성을 뛰어넘을 만큼 통폐합의 시급성이 인식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는 당장 행정구역 통합을 위해 안 지사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두 자치단체의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두 자치단체가 통합의 시급성을 인식할 수 있을까? 홍성과 예산의 통합에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본인의 입장을 합리화하는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안희정 지사의 소극적 태도 이해 어려워


시간이 흘러갈수록 통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홍성군과 예산군의 통합이 단순히 두 자치단체만의 문제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충남 전체의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통합이 논의되고 결정되어야 한다. 안 지사는 통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야 할 일차적 당사자이지 외부의 관찰자가 아니다. 혹시라도 두 자치단체의 통합과정에서 노출되는 갈등이 내년 지방선거의 득표에 불리할 것이라는 정략적 판단에서 이러한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든다. 그것은 우리가 기대하는 큰 정치인 안희정의 모습이 아니다.

내포 신도시의 성공적 건설은 충남의 균형발전과 환(環)황해권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필수적인 과제이다. 현재와 같이 홍성군과 예산군으로 분리되어 있는 상태에서 하나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행정의 혼란과 비효율을 초래하며, 충남도민이 여망하는 명품 신도시를 제대로 건설할 수 없다. 허공에 떠있는 ‘내포’라는 신도시를 지상의 땅에 굳건히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개념상으로만 존재하는 ‘내포’ 신도시를 구체적인 행정구역으로 완성해야 한다. 안 지사의 적극적 역할과 발상의 전환을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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