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저우 서점과 대전 서점]

   
▲ 김학용 편집국장

중국의 정저우(鄭州)는 허난성(河南省)의 성도(省都)다. 행정구역상 면적은 서울시의 12배이고, 농촌지역을 포함한 정주시 전체 인구는 1000만 명이지만 도회지 인구는 400만 명 쯤 된다. 이 도시에는 5층 건물 전체를 매장으로 쓰는 서점이 있다.

지난주 복희씨 등의 유적 등을 둘러보기 위해 정저우를 찾은 대전동방문화진흥회 일행과 함께 이 서점에 들렀다. 책을 고르거나 서점 바닥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카운터 직원은 하루에 5000~1만 권 정도 팔린다고 했다. 정저우에는 이런 규모의 서점이 3~4개는 된다고 한다. 정저우에선 인구 1000명이 최소 하루 5권~10권을 산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루 5000권~1만원 파는 정저우(鄭州) 서점

대전은 어떤가? 대전을 대표하는 서점 중 하나인, 옛 충남도청 앞 계룡문고는 올해 들어 1주일에 9000권(하루 1300권) 정도 팔고 있다.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동구 용전동에 재작년 말 문을 연 영풍문고 대전점도 이와 비슷한 양의 책을 팔고 있다. 150만 인구 대전의 대형서점에서 하루에 팔리는 책이 2500권 쯤 되고, 1000명당 하루 1~2권의 책을 사고 있다는 얘기다. 정저우의 5~10권과는 비할 바가 못된다.

인터넷 판매에서 한국이 중국보다 많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중국의 독서열을 따라가기는 힘들지 않나 하는 우려는 지우기 어렵다. 책의 판매량도 경제력과 무관하지 않다. 먹고 살 처지가 돼야 책도 읽는다.

정저우는 중국에서 개발이 가장 늦은 편인 내륙도시다. 앞서 가는 중국의 다른 도시보다 독서 환경이 좋을 리 없다. 그런데도 건물 전체를 매장으로 쓰는 서점엔 분야별로 나눠 꽂혀 있는 책들이 가득하고, 그 책방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는 서점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대전에선 세이문고가 문을 닫는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리고 있다. 서점을 문 닫게 만들고 있는 인터넷 판매도 줄어드는 추세이고, 종이책을 대신할 거라는 전자책 판매의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는 게 출판 관계자의 말이다.

200배 넘게 오른 중국 대학교수 월급

이런 우리와 비교하면 중국의 지식산업 성장세는 더욱 눈에 띈다. 우리를 안내한 가이드는 중국인들의 수입이 지난 35년 간 100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상승세가 특히 빠른 분야가 지식산업이다. 1만원도 안 되던 대학교수는 이제 우리 돈으로 2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고 한다. 200배가 넘게 오른 셈이다.

과거 대학교수는 특별히 더 대우를 받는 직업은 아니었으나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가이드는 “대학교수 봉급의 상승률이 일반 직장인들의 상승률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고 했다. 초청 강연을 위해 교수를 한번 부르려면 시간당 40만~50만원은 줘야 되고 유명한 교수의 강연료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것이다.

과거엔 미국 등 선진국으로 나간 중국 유학생 가운데는 고국으로 귀환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으나 이제는 유학생의 80%가 귀국하고 있다. 이들의 마음을 바꾼 것은 애국심보다는 그들에 대한 현실적인 대우다. 칭와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보통 10억~20억원을 연구비로 받는다.

교수만이 아니다. 의사, 변호사, 과학자 IT전문가 등 전문직과 고급인력의 임금 상승률이 다른 직종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중국은 커진 경제력으로 고급 인력을 끌어 모으고, 그 인재를 지식산업의 성장엔진으로 만들고 있다.

경제력 바탕으로 ‘지식강국’으로 커가는 중국

지식산업 경쟁력의 바탕은 국민교육이다. 중국은 9년제 의무교육이다. 가장 잘 사는 지방인 광둥성(廣東省)에선 12년제 의무교육을 제일 먼저 실시하고 있다. 학교가 없던 시골에는 학교가 세워지고 의무교육을 더 늘려가고 있다. 국가의 경쟁력이 궁극적으론 교육과 지식산업에 있다는 것을 중국은 잘 알고 있다. 중국인들은 열심히 읽고 배우며 ‘지식강국’으로 커가고 있다.

중국 도시의 뒷골목과 농촌은 우리의 60년대 수준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14억 대국을 앞장서서 끌어가는 사람들은 벌써 우리를 앞찔러 가고 있다. 이들이 결국은 도시의 뒷골목과 산골벽지까지 바꾸고 말 것이다. 정저우 서점의 활기와 대학교수 월급의 가파른 상승률 소식은 중국의 성장을 견인하는 가장 강력한 엔진소리로 들려왔다.

중국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하고 있지만 빈부격차는 더 심해지고 있고, 부패도 여전하다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중국식 국가자본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진단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지식강국으로 가는 한, 누구도 당해내기 어려운 강대국이 될 게 틀림없다. 

중국의 힘이 커지면서 주변국과의 마찰도 더 심해지고 있다. 잘 나가는 이웃, 중국을 무심하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 김학용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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