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잔소리]93

<원문> 子曰(자왈) 君子不器(군자불기)니라. (논어?위정편)

<풀이>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그릇 같은 존재가 아니니라.”하셨다.

<여설> 각각의 그릇마다 그 쓰임이 다정해져있고 다른 쓰임으로 쓰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밥그릇은 밥을 담는 데만 쓰고 국그릇은 국을 담는 데만 쓰게 되는 것이고 밥그릇에 국을 담고 국그릇에 밥을 담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공자는 군자를 이러한 그릇에 비유하여 불기(不器) 즉 절대 한 가지 용도로만 쓰이는 그릇과 같은 사람이 되지 말라고 한 것이다.
다시 말해 군자는 한 가지 지식이나 방법만을 고집하고 받아들이지 말고 다양한 지식이나 방법을 추구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군자불기’의 뜻을 삶의 지혜와 교훈으로 하였으면 한다.
● 첫째, 사람의 성품은 하나의 용도로만 쓰이는 그릇처럼 이성과 감성 어느 한쪽만 담겨진 성품이 아니라 이성과 감성이 조화롭게 모두 담겨진 성품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므로 지식 활동을 통하여 이성을 기르고 예술 활동을 통하여 감성을 길러 이성과 감성이 겸비되도록 해야 한다.

● 현 사회는 하나의 용도로만 쓰이는 그릇과 같이 한분야만 깊이 아는 전문가(specialist)보다는 다방면에 두루 잘 아는 박학다식한 ‘제너널리스트’(generalist)가 되어야 한다.
생산성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지난 백년간의 근대사회에서는 이른바 일인일기(一人一技)의 전문가를 필요로 했다면 정보화와 다양화를 추구하는 오늘날의 지식정보(IT)사회에서는 두루 해박한 ‘제너럴리스트’를 요구한다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자기의 전공분야나 전문지식 외에도 다양한 지식이나 정보를 습득하여서 박학다식한 지식인이 되어야 한다.

 ● 하나의 용도에만 쓰이는 그릇과 같은 전문인이 아니라 전인적(全人的)인 전문인이 되어야 한다.
법조인이나 기능인 ● 예술인 ● 체육인 등은 모두 그 분야의 전문인들이다.
이러한 전문인들은 자기전공분야에만 국한되다 보니 자칫 한 용도에만 쓰이는 그릇의 구실밖에 하지 못한다.
그러나 군자의 덕목을 지닌 전인적인 전문인은 자기의 전공분야를 더욱 빛나게 할 수 있고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전문인으로서 호감을 받게 된다.
이러한 전인적인 전문인이 되기 위해서는 틈틈이 문학 ● 역사 ● 철학 등의 인문학과 예술 분야의 공부를 하여야 할 것이다.
‘슈바이쳐박사’는 의사라는 전문인이지만 철학 ● 종교 ● 미술 ● 음악 등 그야말로 전인적인 전문인의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  ‘~하면서 ~한 사람’ 즉 중용의 덕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
공자의 제자들이 공자의 인품을 평하기를 ‘온화하시면서도 엄격하셨으며 위엄이 있으시면 서도 사납지 않으셨다.’ 라고 평하였다.
여기에서 그릇(器)과 같은 사람 즉 소인(小人)은 ‘온화하기만 한 사람’ ‘엄격하기만 한 사람’ ‘위엄이 있기만 한 사람’ 처럼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친 인품을 지닌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공자처럼 ‘~하면서 ~한 사람’ 즉 ‘온화하면서도 엄격한 사람’ ‘위엄이 있으면서도 사납지 않은 사람’ 처럼 양극단의 인품을 모두 지닌 사람을 대인(大人) 즉 군자라 할 수 있다.
대범하면서도 세심할 줄 알아야 하고 강직하면서도 부드러울 줄 알아야 하고 이지적이면서도 예술적이어야 할 것이다.

● 전인교육(全人敎育)을 통해서 통합형인재를 길러야 한다.
요즈음은 학생들이나 학교마다 입시와 취업이 최대의 목표요 가장 큰 이슈가 되다보니 학교교육이 전인적(全人的)인 인재양성교육이라기 보다는 입시교육, 취업교육이 되고 만 것 같다.
이러한 취업교육은 자칫 한 용도에만 쓰이는 그릇과 같은 소인의 교육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이외에도 리더십과 창조성을 두루 갖춘 통합형인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통합형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학교교육이 입시위주 교육이 아니라 전인적 교육이 되어야 한다. 2500여 년 전의 공자께서도 ‘군자불기’를 위해 육예(예, 음악, 활쏘기, 말 타기, 글쓰기, 수학)중심의 전인교육의 기초위에서 지식교육을 하였다.
필자는 전인교육의 한 방법으로 신 ● 언 ● 서 ● 판(身 ● 言 ● 書 ● 判)교육을 제의하고자 한다.

●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자는 음식을 그릇에 맞게 잘 담을 줄 아는 손이 되어야 한다.
국가의 지도자가 국가경영에 있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릇을 다루는 손이 그릇의 쓰임을 알지 못하여 밥그릇에 국을 담고 국그릇에 밥을 담았다면 음식이 제 그릇을 찾지 못하여 그 밥상은 뒤죽박죽이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가 지도자가 적재적소에 맞는 인재를 등용하지 못하면 국가 경영에 엄청난 차질을 빚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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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충남 교수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棠)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는 대전광역시 평생 교육문화센터와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또 어려운 한문이나 경서의 뜻을 쉽고 논리적이고 현대적 정서에 맞게 강의 할 수 있도록 하는 강의서를 집필중이다(김충남의『명심보감』, 김충남의『대학』, 김충남의『논어』, 김충남의『맹자』, 김충남의『중용』, 김충남의『생활한자』, 김충남의『고사성어』) 손전화 010-2109-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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