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고]민복과 호국의 대한중흥을 여망함

2012년 한 해를 돌아본다. 육십년만의 흑룡의 해를 향한 대망(大望)으로 시작한 2012년. 4월엔 총선이 있었고 12월엔 대선이 있었다. 대선에선 공교롭게도 1952년 용띠 출신 두 후보가 출마하여 박근혜 후보가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용의 해에 용의 운세를 얻은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게 된 해이다. 아울러 51.6%의 지지를 얻은 박근혜 당선자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48% 국민을 끌어안아야 하는 과제를 남긴 한 해이기도 하다.
   
▲ 2012년은 60년만의 흑룡의 해를 맞아 많은 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운룡정상(雲龍呈祥)’, 즉 구름을 타고 오르는 용이 상서로운 기운을 드리운다는 테마로 올 2월 중순부터 3월초까지 공아트스페이스열린 ‘운룡정상(雲龍呈祥)’ 기획전시회 포스터.

2012년은 60년만의 흑룡의 해를 맞아 많은 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운룡정상(雲龍呈祥)’, 즉 구름을 타고 오르는 용이 상서로운 기운을 드리운다는 테마로 올 2월 중순부터 3월초까지 공아트스페이스열린 ‘운룡정상(雲龍呈祥)’ 기획전시회 포스터. 
민복(民福)과 미래, 나아가 호국의 상징 용(龍)
 용(龍)은 우리 민족 전통 속에서 기린(麒麟), 봉황(鳳凰), 거북(龜) 등과 더불어 사령(四靈)이라 불려온 상상 속의 동물로 농경시대에 가장 중요한 ‘치수(治水)’의 상징이자 ‘미래(未來)를 여는 상징이었다.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는 ‘龍(용)’자를 ‘미르 룡’이라 하였고 미르는 물(水)의 옛말, 즉 ‘믈’과 상통하는 말인 동시에 ‘미리(豫)’의 옛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의미로 기록하고 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등에 수록된 각종 설화 속의 용은 또한 호국(護國)의 상징으로 표상되었다.
 실제로 용이 등장하는 문헌과 설화, 민속 등에서 보면 용의 등장은 반드시 어떠한 미래를 예시해주고 있으며 실례로 우리나라 역사의 개술서(槪述書)라 할 ≪문헌비고≫에서는 신라 시조 원년으로부터 조선조 1714년(숙종 40) 사이에 무려 29차례나 용의 출현에 관한 기록이 보이는데, 이러한 기록 뒤에는 거의 빠짐없이 태평성대, 성인의 탄생, 군주의 승하, 큰 인물의 죽음, 농사의 풍흉, 군사의 동향, 민심의 길흉 등과 같은 거국적인 대사(大事)의 기록들이 따르고 있다.
 또한 불가(佛家)에서는 과거불을 비바시불(毘婆尸佛), 현세불을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 그리고 미래불을 미륵불(彌勒佛)이라 하는데, 여기서의 미래불인 ‘미륵’ 역시 ‘미르’, 즉 용(龍)의 의미와 상통한다. 아우르면 용(龍)은 민복(民福)과 미래(未來), 나아가 호국(護國)의 상징인 셈이다.    
 
우리 민족사 속 건국과 영웅의 상징 ‘용(龍)’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서 용(龍)은 건국과 영웅의 상징이었다. 고구려의 건국신화인 주몽신화에는 해모수의 수레를 끄는 ‘오룡거(五龍車)’가 나온다. 주몽은 죽어서도 용을 타고 승천한다. ‘오룡거(五龍車)’는 삼국유사 북부여 편에 천제(天帝)가 흘승골성에 내릴 적에 탄 수레라는 기록도 있다. 신라의 박혁거세 신화에는 국모 알영이 계룡의 몸에서 태어났다고 기록하고 있고 신라 석탈해왕, 백제 무왕, 고려 태조 왕건 역시 모두 용의 후예임을 내세웠다.
 지금으로부터 620년 전 조선을 건국한 해도 용의 해였고 용(龍)은 조선 건국의 상징이었다. 조선 건국 5년에 태어난 세종은 피로 물든 건국초기 권력다툼을 ‘시인발정(施仁發政)’의 국시로 평정하였다.
 “해동(海東) 육룡(六龍)이 ??샤 일마다 천복(天福)이시니” -《용비어천가》제1장
   
▲ 계명대학교에 소장되어 있는 <용비어천가> 판본. 사진은 문화재청 문화재 정보 제공.

 ‘육룡(六龍)’은 선대의 여섯 왕이었고 천(天)은 하늘이요, 곧 백성(民)이었으니 세종은 선대왕의 업적을 아우르며 백성을 위해 새로 만든 한글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를 지어 선대를 아우르는 조선 대동(大同)의 기틀 위에 태평성대(太平聖代)의 국운을 열었다.
 오늘날에는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를 권력에 맹종하는 아세(阿世)의 목소리로도 비유하나 창작 본연의 뜻과 의지가 ‘어짊(仁)’과 ‘대동(大同)’에 있음은 우리가 긍정하여야 할 대목이다.  
  
“해동(海東) 육룡(六龍)이 날으시어 일마다 천복(天福)이시니” -《용비어천가》제1장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릴 새 꽃이 좋고 열매가 풍성하나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마르고 내를 이루어 바다로 가나니" -《용비어천가》제2장
 이렇듯 아름다이 ‘민복(民福)의 꿈을 염원한 구절이 또 있을까?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고 샘이 깊은 물은 내를 이루어 저 드넓은 태평(太平)의 바다로 도도히 흘러 가나니...
 그러나 이러한 세종의 성업은 후대로 이어지지 못한 때가 더 많았다. 우리 민족은 그러한 한(恨)을 또한 용에 담았다. 홍길동을 비롯한 의적과 의인의 탄생은 용꿈의 태몽과 함께였고 민심은 이러한 의인의 출현을 여망하였으나 조선은 당파와 쇄국의 병폐 속에서 무너지며 백성의 생존마조 외세에 넘겨주고 만다.  
 용띠 태생인 단재 신채호 선생(1880~1936)은 1928년 써서 유고로 남긴 장편소설 <용과 용의 대격전>을 남겼다. 백성을 잘 보살폈어야 할 본분을 저버리고 민중을 착취하던 동양의 용 미리는 상제와 함께 향락을 누리다가 민중의 궐기에 각각 토우상과 쥐로 변해버린다. 민중의 편에서 미리와 맞서 싸우는 서양의 용 드래곤. 미리가 끊임없이 민중을 억누르는 봉건주의 압제자의 대표라면, 드래곤은 지상의 민중혁명을 구현해 가는 지도자로 상징된다.
 조선 말기의 무력한 봉건왕조와 사대부에 실망한 단재 선생은 20세기초 서구를 휩쓸던 혁명의 광풍에 빗대어 우리 대한민족의 활로를 소망하였던 듯하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용에 담은 여망은 백여년이 지난 오늘 광복 이후 동족상잔과 분단으로 점철되어온 대한민국 역사에 여전히 살아서 오늘을 사는 우리 시대의 사명과 소원으로 맥박치고 있다.
용의 기운으로 대한중흥(大韓中興)을 여망함  
 
 2012년을 보내며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용(龍)’에 담긴 여망과 상징을 되새겨 아우르는 이유는 그 웅혼한 의미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소망하는 때문이다. 이제 2012년 흑룡의 해를 돌아보며 용의 기운을 얻은 박근혜 당선자가 민복과 미래, 나아가 호국의 대한민국을 열어가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대선에는 졌으되 여절반의 민심을 안은 문재인 후보 또한 대통합의 큰 흐름을 상생의 마음으로 함께 해주기를 소망한다.
   
▲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박근혜 당선자와 비록 선거에는 졌지만 과반 가까운 지지를 얻은 문재인 후보의 상생 통합의 화합을 소망하고 싶다. 사진은 문화일보 김연수 사진부장의 개인저작을 제공받았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이태리삼걸전> 서문을 통해 갈(喝)하셨다.
 “문명의 등불은 육주(六洲)에 찬란하고 자유의 종은 사방에 요란한데, 우리들은 무슨 죄가 있어 홀로 이 지옥인고.....(중략).... 이 책(이태리삼걸전)의 소개로 대한중흥 삼걸전, 아니 삼십걸전, 삼백걸전을 쓰게 되는 것이 나 무애생(無涯生)의 피 끓는 영원한 염원이다.”
 대한중흥(大韓中興)의 미래는 박근혜 당선자 혼자만이 아닌 문재인, 안철수, 나아가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대동(大同)으로 나아가고 이루어야 할 우리의 사명이다.
 더하여 우리 겨레가 용에 바라 소망하였던 천변만개의 조화와 신통력을 우러러 통일까지 나아가기를 여망한다. 우리 전통 풍수지리에서 백두에서 한라까지 한반도는 용의 기운으로 설명하였다. 우리 나라의 태조산인 백두산에서 뻗어 나오는 큰 산맥을 간룡(幹龍)이라 하고, 주산맥에서 분류하는 지맥을 지룡(枝龍)이라 하여 백두대간을 용의 기운과 형상에 비유했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이 하나되는 대통합의 운기가 ‘운룡정상(雲龍呈祥)’의 서기로 뻗어 통일까지 나아가기를 간구한다.   
심상협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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