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장을 위한 새 관변단체

   
▲ 김학용 편집위원

염홍철 시장을 응원하는 대규모 단체가 새로 생겼다. 17일 출범 사실을 알린 '대규모 현안사업 성공 추진을 위한 대전발전범시민실천본부'라는 단체다. 명칭에서 보듯 이 단체는 대전시가 추진하는 대규모 사업을 응원하며 힘을 보태려는 ‘관변단체 연합체’다.

이 단체의 구성 멤버만 봐도 '대전시장을 위한 단체'임을 알 수 있다. 손종현 대전상공회의소회장, 정성욱 대전개발위원회장, 이상윤 대전사랑시민협의회회장을 비롯한 각종 기관 단체와 지역기업들이 들어가 있다. 대부분은 대전시장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든 단체와 기업들이다.

손종현 회장은 올봄 대전상공회의소에 상근부회장 자리를 새로 만들어 염 시장 측근을 앉힌 사람이고, 정성욱 회장은 민선5기 들어 대전시 관련 행사에 스폰(후원)을 가장 많이 하는 건설회사의 오너이며, 이상윤 회장이 맡고 있는 대전사랑시민협의회는 운영 경비 일체를 대전시장한테 타 쓰고 있는 곳이다.

'대전발전범시민실천본부'는 대전시장 위한 관변단체

대전발전범시민실천본부는 출범과 함께 "엑스포재창조사업(롯데테마파크), 유니온스퀘어, 과학벨트, 도시철도2호선 등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는 첫 성명서도 냈다. 국가사업인 과학벨트를 제외하면 모두 타당성 논란을 빚고 있는 염 시장의 핵심 사업들이다. 염 시장이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기어이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들이다. 반대 여론이 점점 커지면서 난항을 겪는 사업들이다.

특히 롯데테마파크 사업은 대기업에 대전의 노른자위 땅 10만평을 '반값 임대료'만 받고 장기간 임대해주면서도 고용창출 효과는 의문시되고 지역 상인들만 도태시킬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반대여론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나온 게 대전시의 '여론전(與論戰)'인 것 같다. ‘시장님의 생각을 받드는' 관변단체의 의견을 여론으로 치장하여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여론전은 대전시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관변단체라도 내세우지 않으면 추진력을 발휘하지 못할 만큼 문제가 있다는 의미 아닌가? 그러나 시민들이 동의하고 찬성하는 사업이면, 설사 일부 시민단체와 언론이 반대한다고 해도 걸림돌이 될 수 없다.

대전시장 반대하는 의견 제압하려는 게 목적

자치단체장은 '여론전'까지 구사해선 안 된다. 대전시장의 경우도 자신의 생각을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예산과 조직을 가지고 있다. 시정 홍보에 수천만 원~수억 원의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 또 1000명이 넘는 시공무원들이 시장의 팔다리가 되어 그의 생각을 따르고 있지 않는가? 시장은 또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언제든지 시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시장이 시민과 소통하는 방법으론 이것이면 충분하다. 여론전은 시장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이는 시장이 시민과 싸우겠다는 뜻이다. 여론을 조작하고 왜곡이라도 해서 시장 자신과 다른 의견들을 제압하고 억누르려는 것일 뿐이다.

시장의 여론전은 무엇보다 시민들 사이에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시민단체'가 롯데테마파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논평을 내면 관변단체에선 "무슨 소리냐?"며 시민단체에 반대하고 대전시에 동조하는 주장이 나올 것이다. 관변단체도 관(官)에 의존하지만 본분은 민(民)이다. 두 단체가 싸우면 '민민(民民) 갈등'이 된다.

관중 “정치가 망하는 것은 민심을 거역하기 때문”

대전발전 범시민실천본부가 출범하던 날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들의 행위가 '민민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한다는 논평을 냈다. 앞으로 두 단체는 대립하고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시민 화합이 아니라 시민 분열을 부추기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사업이라도 시민들을 분열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해선 안 된다.

대전시장의 '여론전 전략'은 중단되어야 한다. 150만 대전시민의 최고 수장(首長)이 할 노릇은 아니다. 도대체 시민들을 분열의 수렁으로 끌고 가서 어쩌자는 것인가?

관중(管仲)은 "정치는 민심을 따르는 데 있고, 정치가 망하는 것은 민심을 거역하는 데 있다"고 하였다. 시장이 관변단체를 만들어 여론전을 펴는 것은 민심을 거역하고 이기려는 것이다. 염 시장이 정치인으로서, 또 시장으로서 망하지 않으려면 여론전 전략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 김학용 편집위원

   
▲ 17일 출범 사실을 알린 '대규모 현안사업 성공 추진을 위한 대전발전범시민실천본부'에 참여하는 기관 단체 기업들. 참여 단체를 보면 ‘관변단체 연합체’에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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