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안희정’ 타격 커

   
▲ 김학용 편집위원

‘삼성의 후원 광고’는 이완구 지사 때도 안 받던 광고라고 한다. 당시 이 지사는 서해안 유류피해 어민들 때문에 삼성 관련 기업은 유치하면서도 삼성의 협찬을 받는 데는 반대했다고 한다. 그런 협찬을 안희정 지사가 왜 받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삼성 광고 사건은 안 지사의 한계와 헛점 몇 가지를 노정시켰다.

첫째, 안 지사가 어려움에 처한 유류피해 어민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삼성 때문에 피해를 입은 어민들이 그 회사와 사투하다시피 하고 있는 마당에 그 회사로부터 공돈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은 서해안유류피해 사건에 대한 안 지사의 안이한 인식이 근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도와 안 지사가 주민들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면 그들을 울리고 있는 기업한테 공짜 돈을 받아서 광고하겠다는 생각은 나오기 어렵다.

안 지사가 오늘 사과 회견에서 밝혔듯, 피해주민의 대표가 할복까지 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들과 소송중인 기업에게 어떻게 손을 벌릴 수 있는가? 한 달 전에도 안 지사는 “주민들의 피해 구제를 위해 삼성의 책임을 적극 물을 것”이라고 했지만 주민들은 이제 그런 말을 믿기 힘들게 되었다.

재벌개혁 외치는 정치인이 받는 '공짜 협찬'

둘째, 안 지사의 재벌에 대한 생각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도 의심을 사게 되었다. 서해안유류피해 문제가 아니더라도 재벌에게 공돈 뜯어내는 것은 적어도 새 정치를 부르짖는 안 지사에겐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이는 다른 재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만 재벌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삼성에 대해선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안 지사는 삼성한테 공짜 돈 1억을 받아냈다. 그 돈이 안 지사 개인에게 준 돈은 아니지만 충남도와 도지사 보고 준 건 사실 아닌가? 충남도가 부탁하지 않았다면 삼성이 충남도를 홍보하는 방송 광고비를 댈 이유가 없다. 개혁 대상이라는 재벌에게, 특히 삼성에게 이런 신세를 지는 사람이 그들을 제대로 개혁할 수 있겠는가?

도청 광고비를 왜 삼성이 내나?

셋째, 이번 사건은 안 지사가 줄곧 내세우고 있는 ‘행정 혁신’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협찬이란 명목으로 기업한테 돈을 뜯어내는 관행은 없어져야 할 구태 행정이다. 삼성이 아니라 다른 기업들에게도 협찬을 받아선 안 된다. 충남도청 이전 홍보비를 기업들이 낼 이유가 없다. 도청 광고라면 도가 예산 세워서 해야 한다.

기업들이 정부기관 등에 협찬금을 내놓는 것은 대가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협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뭔가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시도 자치단체들도 기업체로부터 이런 공돈을 자주 뜯어낸다. 행정혁신을 외치는 도지사라면 이런 관행은 없애야 한다. 안 지사가 구습을 탈피하지 못하고 새누리당한테 ‘삼성 장학생’이란 비아냥까지 듣고 있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삼성 장학생이란 말은 과도한 표현이긴 하지만, 이번 일로 안희정의 이미지는 크게 먹칠을 했다. ‘도지사 안희정’에 대한 도민들의 신뢰감에도 손상도 입었고, 무엇보다 혁신과 개혁을 주창해온 ‘정치인 안희정’이 받은 타격은 커 보인다. 개혁을 외치지지만 말과 행동이 다른 것 아닌가 하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도지사 안희정, 정치인 안희정 돌아보는 계기 돼야

삼성의 광고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졌는지는 모르나 그 책임은 안 지사에게 있다. 아래 사람이 낸 아이디어를 채택한 것이라고 해도 안 지사 책임이다. 안 지사가 서해안 어민들의 고충, 재벌의 문제, 그리고 기업 협찬 관행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이번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일로 안 지사 주변 사람들이 도지사를 제대로 보좌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물론 사실이다.

안 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도의회와 주민들의 압박에 떠밀려서 억지로 사과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사과문도 너무 간략하고 기자회견에서 질문답변도 없었다고 한다. 안 지사는 상대가 이번 사건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데 불만을 갖기보다 도지사 안희정, 정치인 안희정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 김학용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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