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테마파크는 총대행정

   
▲ 김학용 편집위원

한달 전 쯤 대전지방법원에서는 대전시의 행정 행태를 알 만한 법정증언이 나왔다. 한때 염홍철 시장과 친분이 두터웠다는 사람이 수년 전, 민원을 들고 찾아간 시장실에서 보았던 염 시장의 말과 행동에 대해 증언했다. 이 사람은 얼마 전 구속된 아주미술관 이사장이다.

증언은 6~7년 전의 일이지만 10년째 불법 건축물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대전IC 건너편의 이 미술관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개인 소유의 이 미술관은 합법적인 도로가 없어 1년에 1000만원씩 강제이행금을 물면서 영업하고 있다.

이 미술관 이사장은 “(염홍철) 대전시장에게 진입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니까 그 자리에서 유성구 부구청장에게 전화해서 해결책을 물었고, 잠시 후 부구청장이 총대를 메고 해결하겠다고 하니 기다려 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사장과 함께 시장을 찾아갔던 모씨도 이사장의 증언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민원인들 앞에서 부구청장에 전화 건 염홍철 시장

이를 취재했던 기자는 대전시 비서실을 통해 염 시장에게 사실 확인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회신은 없었다. 취재 불응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염 시장을 찾아갔던 두 사람의 말이 같은 걸 보면 그 증언은 사실로 보인다. 그날 시장이 민원인 세 사람 앞에서 부구청장에게 전화 거는 장면은 대전시에서 행해지고 있는 ‘총대 행정’을 상징하는 한 장의 그림 같다. 시장이 자신이 부구청장에 앞서 이미 총대를 메고 있는 그림 아닌가?

어려운 일, 남들이 꺼리는 일을 위해 대표로 나서 총대를 메는 것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다. 서민들의 민원이거나 보통 시민들의 숙원 사항이라면 시장이 총대를 메는 모습은 오히려 자랑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그게 특정인을 위한 것이라면 부끄럽고, 의문을 자아내는 모습일 수밖에 없다.

개인 미술관을 위한 염 시장의 ‘총대 행정’

이 미술관은 건축한 지 10년이 다 돼가지만 불법 건물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염 시장이 민선3기 임기를 시작한 2002년 12월에 이사장은 미술관 부지를 사들였고, 1개월 뒤 대전시로부터 미술관 설립계획을 승인받았으며, 그 다음 달엔 유성구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땅을 산 지 2달 만에 일사천리로 건축허가까지 받은 것이다. 염시장이 처음부터 총대를 멨다는 뜻이다.

이 미술관이 여전히 불법상태인 것은 이사장이 도로 개설을 약속하고도 지키지 못한 때문이다. 그런데도 염 시장은 계속해서 그를 밀어주려 했다. 이를 말해주는 증거가 ‘유성구 부구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법정 증언이다. 이사장은 “2003년 아주미술관 기공식에 참석한 염 시장이 400명이 모인 청중 앞에서 진입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는 증언도 했다.

문제는 염 시장의 ‘총대 행정’이 이것뿐이겠는가 하는 점이다. 대전시가 벌이는 많은 사업 가운데 이 한 건만 시장이 총대를 멨을 뿐 다른 사안은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추진했다고 믿을 수 있는가? 그렇게 보긴 어렵다.

롯데테마파크는 대기업 밀어주는 ‘총대 행정’

대전시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롯데테마파크 사업도 전형적인 ‘총대 행정’이라고 본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효과 등을 심하게 뻥튀기해서 명분으로 삼고 있으나 롯데를 위한 총대행정에 불과하다. 지금 염 시장은 롯데테마파크 문제에 관한 한 대전시장이 아니라 롯데사장처럼 보일 정도다.

시장은 롯데를 위한 총대를 확실하게 메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기업 장사하러 오는데 시에서 ‘반값 임대료’에다 도로 넓혀주고 다리까지 놔주려 생각하겠는가? 대전지역시민단체가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사실상 유통시설인 롯데테마파크가 들어오면 다 죽게 생긴 중소상인들이 울부짖으며 반대하는 데도 밀어붙일 이유가 없다.

‘총대 행정’에는 공적, 사적 피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시장이 총대를 멨던 미술관 사업에 돈을 댔던 모씨는 십수억 원을 날리고 힘든 법정 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총대행정으로 건축된 그 미술관이 아니라면 입지 않았을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테마파크로 인한 개인적 피해는 가늠하기도 힘들다. 롯데가 들어오면 대전의 수많은 상인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총대 행정 따른 공적 사적 피해 너무 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공적 피해도 크다. ‘총대 행정’은 특정 수혜자를 위해 시민 세금과 시민의 이익의 희생으로 추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시민 세금을 도둑질하는 것과 같다.

시장이 미술관을 위해 총대를 멨던 것은 결국 시장과 잘 알고 지내던 건축주가 부담해야 할 진입로 개설 비용을 시민 세금 가지고 해보려 했던 것 아닌가? 롯데테마파크는 대전시민들의 도심 금싸라기 땅 10만평을 대기업 장사하는 데 반값 임대료로 빌려주면서 시민 세금으로 다리 놓고 도로 확장하려는 것이니 그 손익은 더 따져볼 필요도 없다. / 김학용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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