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잔소리]87

<원문> 子游(자유) 問孝(무효)한대 子曰(자왈) 今之孝者(금지효자)는 是謂能養 (시위능양)이니 至於犬馬(지어견마)하여도 皆能有養(개능유양)이니 不敬(불경)이면 何以別乎(하이별호)리오. (논어 ● 위정편)

<풀이> ‘자유’가 ‘공자’에게 ‘효’(孝)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씀하셨다. ‘오늘날의 효라는 것은 물질적으로 잘 봉양하는 것만을 일컫는 것 같다. 그러나 개나 말도 모두 사료를 먹여 기르고 있다. 부모를 마음으로 공경하지 않고 다만 물질적으로만 봉양한다면 개나 말에 사료를 먹여 기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하셨다.

<여설> 위의 공자 말씀의 핵심은 효의 근본은 경(敬) 즉 공경하는 마음임을 강조하신 것이다.
공자께서는 공경의 마음을 강조하기 위하여 가축을 기르는 것과 부모님을 봉양하는 것을 비교하여 개나 말을 기르는 데는 사료만 필요 되지만 부모님을 봉양하는 데는 반드시 공경의 마음이 필요함을 비유하여 말씀하신 것이다.

효도에 있어서는 물질적으로만 봉양하고 공경의 마음이 없다면 이것은 진정한 효가 아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께 밥해드리는 것이 귀찮아서 음식점의 아무리 좋은 음식으로 봉양해 드린다 해도 거기에는 공경의 마음이 없기 때문에 불효의 밥상이 될 것이고 비록 반찬이 없더라도 손수 지어서 봉양해 드린 밥상에는 공경의 마음이 있기 때문에 효의 밥상이 될 것이다.

효도에는 물질적 효와 정신적 효 즉 공경의 효가 함께 이루어져야 진정한 효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모님께서 좋아하시고 원하시는 옷이나 음식, 돈 등을 공경의 마음을 다하여 해 드리면 그것이 진정한 효가 아니겠는가. 공자의 말씀 중에 ‘문질빈빈’(文質彬彬)이라는 말씀이 있다.
이를 쉽게 풀이 하면 어떤 사물에 있어서 형식에만 치우쳐도 안 되고 그렇다고 내용에만 치우쳐도 안 된다. 형식과 내용이 고루고루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어야 그 사물이 빛나게 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문질빈빈’의 뜻을 떡에 비유해 보겠다.
문(文)에 비유할 수 있는 ‘보기 좋은 떡’으로만 좋은 떡이 아니다.
그렇다고 질(質)에 비유할 수 있는 ‘맛있는 떡’만으로도 좋은 떡이 아니다.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떡이 좋은 떡 즉 문질빈빈(文質彬彬)한 떡이라 할 수 있다.
 ‘문질빈빈’을 효(孝)에 적용해 보면 ‘봉양하는 것’은 문(文)에 비유할 수 있고. ‘공경의 마음’은 ‘질’(質)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므로 ‘봉양’과 ‘공경의 마음’이 함께 이루어 져야 ‘문질빈빈’한 효(孝)라 할 수 있다.

‘문질빈빈’한 효를 행한 어느 효자 이야기를 소개 하겠다.
명나라 말기에 단양 사람인 ‘추본성’은 아버지를 지극히 섬긴 효자이다.
집안은 가난하고 그의 아버지는 술만 즐기는 사람인지라 살림을 돌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아내와 더불어 아버지를 지극하게 모시고 행복하게 살았다.
그의 아내는 부지런히 길쌈을 하여 살림을 돕고, ‘추본성’은 힘써 농사를 짓고 뽕나무를 가꾸고 가축을 기르고 물고기를 잡아서 아버지를 봉양했는데, 매일 아침에는 채소 반찬으로 정결히 밥상을 차리고, 낮에는 잘게 썬 회와 연한 고기를 드리고, 저녁에는 반드시 따뜻한 술에 안주를 갖추어 아버지에게 마시기를 권하고서 부드러운 얼굴로 곁에 모시고 앉아서 술잔을 따른다.
아버지가 취하여 노래를 부르다가 노래가 끝나면 대야를 받들어 얼굴을 씻어드린 다음 부축하여 잠자리에 들게 한다.

밤에는 꼭 이불을 덮어드리고 휘장을 내렸으며 잠든 뒤에는 반드시 병풍 뒤에 서서 코 고는 소리를 듣고서야 물러 나왔다.
첫닭이 울면 일어나 즉시 아버지 곁으로 가서 모셨으며, 매양 제철에 맞는 신선하고 아름다운 물건이 나올 때마다 반드시 온갖 방법으로 사서 드렸다.
그리고 세금을 내는 일이나 반찬을 마련하는 일 외에는 시장에 가지 않았고, 농사짓고 나무하는 일이 아니면 아버지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렇게 30여 년을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죽자 몹시 슬퍼한 나머지 뼈만 앙상히 남았고, 늙도록 아버지를 사모하는 마음을 가졌다.
그렇다. ‘추본성’의 효도야 말로 ‘문질빈빈’한 본받음의 효가 아니겠는가. 부모와 나는 이 세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장 가까운 사이로서 일상을 함께 하고 있다.

우리 인간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생명의 근원인 공기와 물을 잊고 사는 것처럼 평소에는 부모님에 대한 은혜와 소중함과 간절함을 잊고 살게 된다.
부모님에 대한 은혜와 소중함과 간절함을 깊이 생각하는 마음, 그것이 바로 부모에 대한 공경의 마음이요. 효도의 발로(發露)가 되는 것이다.

? 그렇다, 하루에 한번 이상은 잊기 쉬운 부모님의 은혜와 소중함을 생각하는 습관을 지녀야 할 것이다.

? ‘문질빈빈’(文質彬彬)한 효도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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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충남 교수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棠)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는 대전광역시 평생 교육문화센터와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또 어려운 한문이나 경서의 뜻을 쉽고 논리적이고 현대적 정서에 맞게 강의 할 수 있도록 하는 강의서를 집필중이다(김충남의『명심보감』, 김충남의『대학』, 김충남의『논어』, 김충남의『맹자』, 김충남의『중용』, 김충남의『생활한자』, 김충남의『고사성어』) 손전화 010-2109-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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