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과 시도통합 가능성

   
▲ 김학용 편집위원

이번 대선의 이슈 중 하나인 지방분권 문제는 지방행정구역 개편을 동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특히 연방제 수준으로 지방분권이 이뤄진다면 시도통합 같은 지방행정 개편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안희정 지사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차기정부 지방분권 정책 토론회’에서 한 발언도 지방행정구역 개편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이날 안 지사는 우리나라 지방분권의 바람직한 모델을 언급하면서 ‘광역시 폐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안 지사는 “분권형 국가 건설을 위해 국가 시스템을 분권광역산업경제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면서“이를 위해 광역시는 폐지하고 ‘충남·대전·충북’, ‘전남·광주·전북’ 등을 단위로 하는 ‘특별자치도’로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연방형 지방분권을 하자는 게 안 지사의 주장이다. 그러려면 지금의 16개 시도(市道)를 권역별로 통합, 광역행정 단위를 더 넓힐 필요도 있다. 특히 지역경제 권역부터 넓혀보자는 생각 같다.

안희정 "대전광역시 폐지하고 특별자치도 만들자"

그는 행정구역을 광역으로 개편하기 전까지 과도적인 관리기구로 ‘광역경제개발기구’를 설치한 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지역개발기구를 설립하자고 주장한다. 프랑스의 광역행정 단위인 레지옹의 장(長)은 주민들이 아니라 국가에서 임명하는 관선(官選)이다. 안 지사가 제안하는 중앙과 지방정부의 컨소시엄 기구는 프랑스의 레지옹을 연상시킨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구상했던‘5+2광역경제권’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관선이든 민선이든 지금의 시도보다 덩치가 큰 지방정부(기구)를 만들고 권한도 더 많이 줘서 무역 외자유치 같은 업무를 지방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지방정부가 세계를 무대로 한 경쟁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것이 이른바 세계화와 지방화를 결합한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이다. 이는 프랑스나 일본 등이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프랑스는 광역행정 단위인 26개 레지옹을6개로 통합하려 하고, 일본은 47개 도도부현을 10여개의 도(道)와 주(州)로 통합하는 도주제(道州制)를 추진하고 있다.

연방제 수준 지방분권 하려면 행정구역 개편 필요

이들 나라의 지방과 경쟁하려면 우리도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이뤄야 한다. 지방분권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적으로도 경제 교육 문화 등에서 지방은 더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세계무대에서도 경쟁의 주체는 이제 국가보다는 지역과 지방이라는 점에서 연방제 수준의 분권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에는 시도통합 같은 지방행정 개편이 전제되어야 한다. 안 지사 주장대로 대전 광주 대구 부산 같은 광역시는 폐지될 수도 있다. 대전도 광역시 지위를 버리고 충남과 재통합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시군 통합을 추진, 청주-청원 등 전국에서 몇 군데의 행정구역을 통합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행정구역 개편은 커다란 방향조차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연방제로 간다면 시도통합 안도 검토돼야 한다.

안 지사의 광역시 폐지론은 여기에서 나왔을 것이다. 이는 충남도청의 내포 이전 문제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광역시가 폐지되면, 즉 대전시가 충남도와 재결합한다면 굳이 도청을 옮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내포로 옮겨가는 도청을 대전으로 다시 가져와야 된다는 법은 없으나 도청 소재지 문제는 또다시 논란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내포로 옮기는 충남도청은 어떻게 되나?

안 지사의 광역시 폐지 주장은 내포로 떠나는 이삿짐을 싸고 있는 도공무원들과, 어서 빨리 도청이 오기를 기다리는 홍성 예산 주민들에겐 혼란을 줄 수 있는 발언이다. 당장 지방분권이 실현되는 게 아니고 더구나 시도통합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해도, 행정구역 개편에 따른 도청 이전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안 지사의 광역시 폐지론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대전시와 충남도를 합쳐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그러나 도청 이전 결정을 번복할 경우 이에 따른 혼란과 비용을 감당할 수 없고, 행정의 지속성에도 문제가 있어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고 인터뷰에서 말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번 그가 주장한 광역시 폐지론은 도청 이전의 문제점을 거듭 거론한 결과가 되고 있다. 혼란을 줄 수 있는 말이다.안 지사는 이 문제를 보다 상세하게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 김학용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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