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보이는 대전시의회]

   
▲ 김학용 편집위원

시장과 부시장이 함께하던 술자리에서 서로 고성이 오가고 음식상까지 난장판이 되는 일이 벌어졌다면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수 있을까? 그 부시장의 술버릇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없던 일로 치고, 그 자리에서 화해의 술상을 다시 차리는 것으로 끝낼 수 있나?

시장이 아끼는 부시장의 실수로 인한 것이고, 그 술자리가 사사롭게 마련된 경우라면 없던 일로 할 수도 있겠다. 부시장과 시장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도 형제 모임 같은 사적(私的)인 자리였다면 부시장이 시장에게 사죄하고 시장은 관용을 베푸는 것으로 끝낼 수도 있다.

‘실세 부시장’에게 봉변당한 시민의 대표 대전시의장단?

그러나 부시장과 시의장단 사이에 이런 일이 있었다면 얘기가 다르다. 근래 대전시청 부근의 한 음식점에서 염홍철 시장의 최측근이며 실세라는 김인홍 정무부시장과 곽영교 대전시회의장 등 의장단이 만나,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음식상까지 난장판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도 내용을 보면 식당에 늦게 도착한 부의장 한 명이 부시장한테 핀잔을 들으면서 시비가 된 듯하다.

의장단은 집행부 공무원한테 봉변을 당한 것이니 창피하여 입을 못 여는 것 같고, 부시장도 지은 죄가 있으니 다 실토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의장단이 부시장을 이유 없이 공박하다가 벌어진 일이 아니라면 - 그럴 가능성 커 보임 - 시의회 대표 3명이 부시장한테 봉변을 당한 황당한 사건이다.

사사롭게 만나는 자리였다면 멱살잡이까지 갔어도 그야말로 사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날 만났던 4명은 친구 사이도, 동료 사이도, 선후배 사이도 아니다. 의장단이 아니고 부시장이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서 만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날 대화의 주제도 시의원의정비 인상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가 시장이라도 그런 실수 했겠나?

그런 자리에서 부시장이 의장단에게 고함을 치고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단순한 실수로 넘기기 어렵다. 그 이유는 첫째, 부시장이 애초부터 의장단을 우습게보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부시장이 임명권자인 시장한테도 그런 실수를 하겠는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의장단처럼 상대가 좀 만만하게 보일 때 나오는 실수는 실수가 아니다. 모욕이다.

둘째, 만에 하나 실수로 저지른 행동이라고 해도 부시장은 시의회에게 사과해야 한다. 시의장단은 대전시의회를 대표하고, 시의회는 시민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의장단은 곧 시민의 대표다. 그런 의장단인데 식당에 지각했다는 이유로 부시장한테 모욕을 당하고도 사과도 못 받는다면 그런 의회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음식점의 사건’은 시의장단은 물론 시의회의 명예와 권위를 실추시켰다. 부시장은 시의회에 시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재발방지 약속이라도 받지 않는다면 부시장과는 무서워서 밥이라도 먹겠는가? 임명권자인 대전시장도 부시장에 경고를 주고, 시의회에도 사과하는 게 옳다. 그런 사람을 중용한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제의 부시장이 시장 자신의 최측근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정무 부시장은 시의회와 시민에게 사과해야

시의회는 요즘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적잖은 시의원들은 대전시 간부공무원들을 불러 놓고 호통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시장의 사과도 못 받는다면 감사의 권위가 설 리가 없다. 부시장에게 봉변이나 당하는 의회가 그 아래 공무원인들 제대로 감시할 수 있겠는가?

의장단도 이번 일을 그냥 넘겨선 안 된다. 이번 일은 시민의 대의기관인 권위와 명예에 관한 문제다. 우선 의장단 스스로에게도 문제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이번 사건은 시의회의 견제기관인 집행부의 정무부시장이 초청한 모임에 의장단 3명 전원이 참석한 자리에서 발생했다.

의전상으로도 그 자리는 문제가 있었다. 그날 모임은 그 사건으로 ‘정무부시장’이 예를 갖춰 ‘의장님’과 ‘부의장님들’을 ‘모시는’ 자리가 아니라, ‘시장의 측근 실세 정무부시장님께서’ ‘시의장’과 ‘부의장들’을 ‘집단 호출한’ 자리가 되고 말았다. 그 사건이 아니었더라도 애초 ‘부시장님께서’ 의장단을 ‘호출한’ 자리 아니었나 하는 의문도 든다. 그동안 대전시의회가 시장에게 너무 잡혀 있어 제 구실을 못해온 터라 그렇다.

의전보다 소통이 중요하지만 의전도 무시할 수 없다. 만일 시의회 부의장 한 명이 특별한 이유 없이 시장과 부시장 2명을 같은 자리에 초청한다면 그것은 ‘모시는’ 게 아니라 ‘불러내는’ 자리다. 물론 시장에 큰 결례다. 그런데 시의장단은 그런 자리에 가서 망신까지 당하고 말았다.

부시장의 의장단 ‘집단 호출’ 황당한 의전 시의회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의장단은 사과 요구는커녕 실세 부시장과 형님 동생 하기로 했다며 입을 다물고 있다. 관용은 미덕이지만, 힘센 자에 대한 관용은 관용이 아니라 비굴함이다. 부시장이 무서워 사과도 못 받는 시의회가 시민을 대표하여 어떻게 집행부를 견제하겠는가? 시민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시민들 세금을 줄줄 새고 있는데 시의회가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되었나? / 김학용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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