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염홍철의 엇갈린 운명

   
▲ 김학용 편집위원

염홍철 ‘난제’ 해결해준 선진-새누리 합당

선진당과 새누리당의 통합을 가장 반기는 사람은 염홍철 시장이다. 염 시장은 선진당을 새누리당과 합당시킨 이인제 대표에게 큰 절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이인제 대표는 염 시장의 큰 고민거리를 덜어줬다.

염 시장에겐 다음 지방선거가 고민거리였다. 2014년 대전시장선거에 출마하는 쪽으로 맘은 먹었으나 현재의 선진당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시장선거에 나가려면 유력한 다른 정당으로 갈아타야 하는 입장이다.

오라는 곳이 있다 해도 선진당이 깃발을 내리지 않는 한 또다시 탈당해야 할 처지였다. 새누리에서 민주당으로, 민주당에서 선진당으로 옮긴 전력 때문에 그에게 탈당은 아주 곤혹스런 문제였다. 이인제 대표는 합당으로 그 고민을 말끔하게 해결해줬다.

염 시장이 차기시장에 당선되려면 ‘1)무너져가는 선진당 탈당 2)유력한 정당 입당 및 당내 예선 승리 3)후보출마 본선 승리’라는 3단계를 거쳐야 한다. 탈당 문제가 최대 약점인 그에게는 1)단계가 가장 큰 난제였다. 그동안 그는 이 문제로 고민을 해왔으나 해답을 얻지 못한 상태였다. 민주당 문을 두드리고 문재인 후보까지 만났으나 답을 얻지 못했고, 새누리당 쪽에서도 ‘개별 입당은 안 받는다’는 반응만 나온 상태였다.

선진-새누리의 합당으로 가장 어려운 1단계 문제가 해결되었다. 염 시장은 합당 얘기가 나올 때 속으로 ‘야호!’를 외쳤을 것이다. 염 시장이 합당 선언 전날까지도 ‘합류할 거냐?’는 기자들 질문에 유보적 입장인 것처럼 대답한 건 ‘표정관리’이고 ‘멘트관리’였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합당은 염 시장에게 가장 해피한 결정”이라고 했다.

갈 곳 없던 염 시장 제1당 차기 시장 유력후보

선진-새누리 합당으로 갈 곳을 못 찾던 염 시장은 한 순간에 ‘제1정당의 광역시장’으로 지위가 바뀌게 되었다. 염 시장은 이제 새누리당 내에서의 경쟁만 준비하면 된다. 일단은 현직 시장인 만큼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선진당의 핵심 권선택 전 의원이 선진당의 합당 결정에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권 전 의원이 합당에 합류, 새누리당으로 갈 경우 시장에 출마하려면 염 시장과 당내 경쟁을 벌여야 한다. ‘예선’부터 현직 시장과 또다시 싸움을 벌여야 하는 입장이다. 현직 시장을 이기기는 쉽지 않은 싸움이다.

만일 권 전 의원이 새누리당과의 합당을 거부하고 민주당으로 간다면 바로 ‘본선’에 진출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권 의원이 민주당으로 가는 게 꼭 유리한 것은 아니다. 염 시장이든 권 전 의원이든, 이들이 시장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면 이번 대선 결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죽어야 염홍철 사는 선거..둘의 '얄궂은 운명'

염시장이 새누리당 시장이 된다고 해도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 염 시장은 ‘1차 관문’인 당내 경선에서 대통령 박근혜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박근혜에게 염홍철은 여전히 믿지 못할 ‘배신자’다. 과거 행정도시 문제로 코너에 몰린 자신을 버리고 도망쳤던 믿지 못할 사람이다.

당장은 대선이라는 대사를 앞둔 시기여서 과거의 원수와도 통합의 이름으로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니 구원(舊怨)을 문제삼을 수는 없는 처지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뒤에도 그 손을 잡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염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생하면 그 순간부터 이 문제에 본격적으로 매달려야 할 것이다. 염 시장은 그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그럴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염 시장이 박근혜를 통과해도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면 염 시장은 여당후보가 될 텐데, ‘중간선거에선 여당 후보가 오히려 불리하다’는 게 문제다. 대선 다음에 중간선거의 성격으로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주로 야당이 이겨왔다.

대전 충남의 경우 여당 후보가 당선된 경우가 없다. 염홍철 시장 자신도 두 번 민선 대전시장에 당선됐지만 모두 야당 후보로 당선됐었고 이전의 홍선기, 박성효 시장도 다 야당 후보로 시장이 됐다. 충남도의 경우도 모두 야당 후보가 도지사로 당선됐다.

염시장이 박근혜 품으로 들어갔지만 박근혜의 승리가 염 시장 자신에게 오히력 독(毒)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염 시장으로선 2014년 선거를 위해선 박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지고, 박 후보의 새누리당 장악력이 약해져야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염과 박의 얄궂은 운명이다.

이는 염 시장 뿐 아니라 내후년 지방선거에 나설 선진당 사람들이 모두 비슷한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적어도 지방선거에서 한 자리 얻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같은 처지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이런 계산을 하고도 ‘선진당 벼슬아치’들을 받아들였는지 궁금하다.

물론 염 시장은 다음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언한 적은 없다. 그러나 최근 그의 행보를 보면 차기 출마를 굳혔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유력한 경쟁자이면서 2010년 선진당 대전시장 후보 결정 때 ‘차기 불출마 밀약’을 해줬다는 권선택 전 의원과 거리가 멀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권선택은 민주당 선택이 유리해보이긴 하지만

‘중간평가(지방선거)는 여당이 불리하다’는 점에서 보면 권선택 의원의 입장도 정당 선택과 이해가 엇갈리게 되어 있다. 그가 새누리당과의 합당을 거부하고 민주당으로 가면 새누리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게 그에겐 나을 수 있다.

권 전의원이 염시장과 함께 새누리당에 합류하고, 새누리당이 대선에서 이기면 당내 경선에서 염 시장에 비해 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겠지만 대신 본선이 어려워진다. 박근혜 후보가 패하면 본선에선 유리하지만 당내 경선에선 불리하다. 권 전 의원은 지금 이 점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권 전 의원으로선 새누리당 행에 합류해 시장선거에 나갈 경우 예선과 본선 모두 걱정해야 할 입장이다. 이 점에서 보면 권 전 의원은 민주당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으로 가면 예선 걱정을 덜 수 있다.

후년 대전시장 선거라면 박성효 의원의 변수도 중요하다. 박근혜가 대선에서 승리하든 패배하든 박근혜의 영향력이 살아있는 한 박성효의 선택은 중요한 변수다. 그러나 그는 현역 의원이란 점이 약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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