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와 반값 임대료, 공모 반대 등

   
▲ 김학용 편집위원

대전시와 롯데가 밝히고 있는 엑스포과학공원 내 롯데테마파크 관련 수치, 계획, 대책 가운데 믿을 만한 게 과연 있는가? 온통 과장되고 의문스런 것투성이다.

1) 엉터리 여론조사 : 대전시는 롯데테마파크 조성 찬성률이 85%나 되었다는 설문조사를 하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응답자들에게 들려줬다.

‘롯데월드 컨셉의 복합테마파크를 유치하면 일부에서는 대기업 특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중소상공인의 피해, 교통혼잡 유발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있지만, 1만9천명의 고용창출 및 연간 800만 명의 관광객 유치로 인해 약 2.6조원의 경제 파급 효과가 예상됩니다.’

이런 식으로 안내문을 읽어주고 테마파크 조성에 대한 찬성 여부를 물으면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찬성 답변 85%는 당연지사다. 만일 말을 바꿔 ‘2.6조원의 경제파급 효과가 예상되지만, 중소상인의 피해가 우려되고 교통혼잡도 우려된다’고 안내한 뒤 물으면 찬성률은 뚝 떨어졌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문항은 또 있다. 지문에서 이미 ‘롯데월드 컨셉’이라며 롯데를 언급해 놓고, 테마파크 조성 주체로 누가 적합한지를 물었다. ① 전문성 있는 대기업 ② 지역의 중소기업 ③ 대전광역시 등 자치단체 3가지를 선택지로 제시했다. 롯데가 대기업이란 걸 모르는 바보가 아니면 ②를 선택할 사람은 없다.

이처럼 확실한 유도성 질문을 해놓고도 대전시는 언론에 설문조사의 공정성을 위해 일체를 조사업체에 맡겼다고 말했다. 거짓말이다. 찬성율 85%는 롯데테마파크에 대한 시민단체 등의 비판이 이어지자 대전시가 꾸민 ‘조작 여론’이다.

2) 반값 임대료 : 대전시는 엑스포과학공원 부지 가운데 10만평을 내주고 연 100억원 정도 받을 생각이다. 염 시장이 KBS 인터뷰에서 처음 밝힌 금액이다. 이후에도 염 시장은 100억원이 적당하다는 식으로 거듭 말하고 있다. 대전시와 롯데가 대략 합의된 수준 같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100억원은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시유지 같은 공유관리부지를 빌려줄 때 받는 대부료는 5%가 기준이다. 롯데가 빌리는 면적의 땅값만 알면 임대료 수준을 알 수 있다. 롯데가 임대하려는 10만평 전체가 사실 상업용인 셈이나 그렇게 계산하지는 않을 것이다. 쇼핑시설(문화수익시설) 등이 들어서는 2만 평만 상업지역으로, 나머지 8만 평은 값싼 녹지로 칠 것이다.

상업지역 땅값은 평당 1000만원 정도다. 3년 전 박성효 시장 시절 엑스포재창조사업 때 산출된 금액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엑스포과학공원을 녹지로 해도 평당 300만원은 된다고 말한다.

이를 기준으로 대략의 땅값을 산출할 수 있다. ①2만평×1000만원=2000억원, ②8만평×300만원=2400억원. 즉 땅값 총계 즉 ①+②는 4400억원이다. 여기에 공유지 대부율 5%를 적용하면 220억원이 나온다.

롯데테마파크 백지화를 요구하는 새누리당 대전시당은 임대료 수준을 500억원까지 계산하고 있다. 전체를 상업지역으로 봐서 나온 금액이다. 엑스포과학 공원 전체를 상업지역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해도 녹지의 상업적 가치를 반영하면 최소 250억은 된다고 계산하는 전문가도 있다. 모두 대전시의 100억원보다는 2~5배 높은 수준이다.

3) 사업공모 반대 : 염 시장 말대로 100억원을 받는 게 적당한지 새누리당 주장처럼 500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지는 사업을 공모에 부치면 알 수 있다. 비교적 합리적 가격을 얻을 수 있다. 염 시장은 박성효 시장 때 공모를 했으나 실패했다는 이유를 내세워 공모에 반대한다.

하지만 박 시장 때는 공모의 방식도 대상도 지금과는 전혀 달랐고, 시장선거가 치러지던 당시 유력한 염홍철 후보 자신이 반대한 것도 공모가 실패한 원인이었다. 지금 대전시가 롯데에 주려는 조건이면 대전시에 훨씬 유리한 기업에서 응모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4) 관광객 뻥튀기 : 대전시는 롯데테마파크가 들어서면 연 1100만 명이 찾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2500만 수도권의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의 관광객도 500만~700만 명에 불과하다. 충청도 인구는 수도권의 5분에 1에 불과한데 관광객이 수도권의 두 배에 이를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믿기 어려운 뻥튀기다.

그래도 염홍철 시장은 롯데가 준 자료를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염 시장은 요즘 와서 (500만 명이라는) 롯데월드도 단지내 상업시설이나 호텔까지 포함하면 2200만 명이라고 말하고 있다. 롯데테마파크도 그런 식으로 부풀린 게 1100만이면 본래는 300만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 아닌가?

5) 교통난 무대책 : 실제 관광객이 예상에 못 미친다고 해도 교통대책은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2~3개 차선의 추가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도로 부지를 확보해야 되는데 현실적으로 차선 확충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대전시는 아직 차선을 어떻게 확보하겠다는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는 ‘버스 타고 오면 된다’식의 무대책이다. 그러면서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 문제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6) 경제효과 뻥튀기 : 대전시는 롯데가 들어오면 19000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서울 롯데월드에 근무하는 사람이 정규직 800여명을 합쳐 1600명이다. 지역의 한 경제학자는 “롯데테마파크는 기본적으로 놀이시설이란 점에서 전체 일자리가 많지 않을 것이고 그나마 아르바이트 수준의 비정규직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롯데테마파크는 대전 도심 속의 ‘롯데성(城)’이 될 가능성이 높아 지역경제에 주는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1만9천개와 2조6천억원 주장도 뻥튀기일 가능성이 높다.

7) 유통시설 아니다? : 사실상 가장 중요한 문제다. 테마파크는 돈 되는 사업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롯데가 땅 파서 장사하는 게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유통업의 ‘선수’가 무엇을 생각하겠는가? 롯데테마파크에 ‘롯데쇼핑’이 절반의 지분으로 참여하는 것도 수상쩍다.

대전의 한 가운데 위치한 엑스포과학공원 부지는 유통시설로도 적지다. 롯데가 욕심을 내는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롯데가 아직도 사업 내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대전시는 모든 시도가 앞다퉈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하는 마당에 유통업계의 거인을 대전 한복판에 들여놓는 꼴이다.

롯데를 데려오면 ‘롯데유통’ 말뚝을 대전 한 가운데 박는 것과 같다. 정용진 신세계부회장은 “이제 유통업의 경쟁상대는 테마파크가 될 것”이라고 했다. 테마파크도 결국 유통으로 간다는 의미다.

유통은 허가를 안 내주면 된다고? 롯데는 정부를 상대로 공군 비행장 활주로의 방향까지 돌릴 수 있는 회사다. 대전시는 당할 재간이 없다. 대전의 중소상인들은 롯데가 입성하는 날부터 노심초사해야 할 것이다.

8) 과학도시 훼손 : 전문가들은 “엑스포과학공원이 대기업의 놀이공원으로 사용된다면 과학공원의 상징성이 급격히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염홍철 시장은 “현재 (엑스포과학공원에) 있는 과학기능을 없앤다면 훼손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현재의 기능을 100% 유지하고 거기에 더 첨가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게 가능할까? 이런 예를 들어보자. 주택가에 매춘행위를 하는 집이 들어오면, 3집 건너 한 곳씩 매춘영업을 하더라도 그 동네는 집창촌이 되고 만다. 더 이상 주택가가 아니다. 과학시설이 위락시설로 가득해 수백만~1천만 명이 찾는 대기업놀이터에 파묻히게 된다면 더 이상 과학공원이 아니다.

9) ‘그럼, 방치만 하나?’ : ‘엑스포과학공원을 그냥 놀리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서 수익을 올리면 대전 경제에 낫지 않느냐’는 주장이 있다.

위험한 생각이다. 안하는 것보다 무엇이든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은 젊은 시절 경험 쌓을 때 가져야 할 자세다. 150만의 대표 대전시장이 그렇게 생각하면 위험하다. 더구나 경제효과도 의문시되고 지역 중소상인들을 사지로 몰 우려가 큰 시설이면 해선 안 된다.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는 괜찮은 대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건 방치가 아니다. 도시 계획에서, 특히 엑스포공원 같은 도시의 노른자위 땅이면 방치보다 더 경계해야 할 건 그 땅을 망치고, 도시를 망치는 일이다.

10) 대기업 임대 :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공유지를 대기업에 상업용으로 빌려주는 게 타당한가 하는 의문이 있다. 공유지는 말 그대로 공공의 용지다. 사용 목적이 수익성보다는 공익성에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공유지는 공익성이 강한 용도나 딱한 처지의 사람 기관 단체 등을 대상으로 임대되고 임대료도 싸게 받는다.

그런 땅을 재벌기업한테 빌려줘 장사하는 데 쓰는 게 공유지의 활용 목적에 부합한가 하는 의문이다. 10만평씩이나 되는 도심 노른자위 땅을 대기업의 장사터로 임대해주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일 것이다.

롯데가 정말 엑스포과학공원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면 그 땅을 사서 해야 한다. 물론 롯데로선 임대로 쓰는 게 경제적이고, 그 땅을 빌려주겠다는 시장도 있으니 그렇게 할 리는 없겠지만.

염홍철시장이 소속 선진당과 새누리당이 합당하고 염시장도 합류할 경우 염시장이 롯데테마파크를 백지화하라는 새누리당의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지만, 중앙당까지 나선다면 롯데 문제에 변수가 될지도 모르겠다. / 김학용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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