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성남, 대전중구문화원장 前중도일보주필

   
▲ 조성남 전 중도일보주필

지난 7월 17번째 광역자치단체로 출범한 세종시는 하루가 다르게 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다. 지난 9월15일 국무총리실 소속 직원 140명을 시작으로 정부부처 이전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2002년9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신행정수도 건설을 대선공약으로 내놓은 지 10년 만에 대역사의 물줄기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위헌판결을 비롯해 국회에서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결정, 세종시로의 수정 등 그야말로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충청인의 마음을 무던히도 애태웠다. 이제 지난 세월의 그 모든 앙금을 뒤로한 채 대한민국의 미래도시의 전범으로 세종시를 건설해 나가야 할 책무가 지역민에게 주어져 있다. 세종시 건설은 두 가지 흐름으로 이루어진다.

그 하나는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국가적 목표를 위해 건설되는 국책사업이라는 점이다. 오는 2030년까지 인구 50만 명의 국제도시로 만들기 위해 정부는 예정지 건설에서만도 국가예산 22조5000억 원을 책정해 놓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로 지방분권형 국정관리 체제 바뀌어야

막대한 예산을 세종시 건설을 위해 쏟아 붓고 있다. 중앙행정부처가 이원화되는 속에서 국민들은 세종시가 새로운 국정의 모델로 정착될지 아니면 일부 국민들의 우려처럼 비효율로 이어질지 그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학계에서는 세종시 건설을 계기로 국정운영의 틀을 중앙정부 위주의 운영방식에서 ‘지방분권형 국정관리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측면과 함께 세종시는 우리 지역의 도시로, 세종시의 성공적인 건설을 위해 지역민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세종시는 온통 하드웨어 건설에 여념이 없다. 건설현장의 망치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으며 어제의 도로위치가 얼마 후에는 바뀌는 일도 흔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세종시건설의 현재이며 또 앞으로도 이런 하드웨어건설은 계속될 것이다. 허허벌판 위에 만들어지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속에서 지역민들은 세종시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살기 좋은 세계적인 명품도시’라는 세종시의 목표달성을 위해 지역민들은 하드웨어에 걸 맞는 소프트웨어를 갖추도록 지금부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세종시라는 이름이 조선조의 성군 ‘세종’에서 유래된 것처럼 세종시는 그야말로 세종대왕이 보여준 통치이념을 구현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세종의 탁월한 리더십 가운데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문화 분야다. 세종은 집현전을 통해 학문을 장려했고 한글을 창제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한층 드높였으며 측우기 발명과 같은 과학적인 업적을 쌓았다. 그렇다면 세종시는 무엇보다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지금부터 그 토대를 쌓아나가야 할 것이다.

도시는 사람이 만드는 것..지역민 의지 중요

필자는 지난 2001년 세계적인 호수 바이칼을 여행한 적이 있는데 그 바이칼 호를 끼고 있는 도시가 ‘이르쿠츠크’시로 ‘시베리아의 파리’로 불릴 만큼 이 도시의 풍경은 매우 아름다웠다. 바이칼로 이어지는 앙가라 강이 도심을 가로지르는 이르쿠츠크의 도심은 200~300년 된 건축물은 물론 골목의 목조 가정집도 창문과 대문에 각양각색의 문양으로 장식돼 있어 고색창연한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 도시가 시베리아의 파리가 된 데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는 것을 그곳 사람들로부터 듣고는 숙연한 마음이 들게 되었다. 1652년 코사크기병대가 이 지역의 원주민을 정복하고 이어 제정러시아가 도시개발에 나서면서 이르쿠츠크 시는 동시베리아의 교통의 요충지로 성장하게 되는 반면 이곳은 또 제정러시아 이래 스탈린시대까지 정치범의 유배지로 악명을 떨친 곳이기도 하다.

제정러시아 시대 차르의 폭정에 반기를 든 데카브리스트의 당원으로 반란의 주모자로 간주된 젊은 장교들이 사형판결을 받았다가 이곳으로 유배됐을 때 그들의 부인들은 모스크바에 남을 수 있음에도 남편을 따라 이르쿠츠크에서의 험난한 삶을 선택했으며 이들은 이곳을 유럽의 그 어느 도시 못지않은 문화도시로 건설하기 위해 온 몸을 던졌다는 전설 같은 얘기를 듣게 되었다. 이르쿠츠크 시내에는 데카브리스트박물관이 있는데 당시 유배된 데카브리스트당원들이 살았던 집이라고 한다.

젊은 시절의 혁명을 향한 이상이 좌절된 청년장교와 정치범들 그리고 부인들이 동토의 땅에서 추위와 굶주림을 앞에 안은 채 ‘시베리아의 파리’를 건설하려했던 그들의 뜨거운 열정이 오늘의 이르쿠츠크를 만들어 낸 원동력이 되었다는 얘기에 필자는 큰 감동을 받았던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결국 도시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세종시도 이곳을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만들어나가겠다는 지역민의 의지가 중요한 관건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세종시의 하드웨어는 중앙정부가 만들지만 그 소프트웨어는 세종시민들이 채워나가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세종시가 세계적인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열정이 뒷받침돼야 하며 그 열정은 세종대왕의 리더십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동시에 세종시를 ‘대한민국의 파리’로 만들어 이곳에서 문화대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을 전 세계인들이 와서 보도록 할 때 세종시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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