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칼럼] 학비걱정 vs 혼수자랑

   
▲ 김학용 편집위원

염홍철 시장이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를 만났다. 현직 시도지사가 대선 국면에서 다른 당의 대선후보와 만난다는 것은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더구나 비공개 회동이 포함됐다면 정치적으로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염홍철-문재인의 만남은 공개적으로 만나 독대한 것이므로 ‘공개적 밀담’이라 할 수 있겠다. 염-문의 만남은 염시장 쪽에서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염 시장은 “조우(遭遇)한 것뿐”이라고 하고, 염시장 측근에선 “문후보 쪽에서 요청이 왔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문후보 쪽에서 회동을 먼저 요청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고, 조우도 아닌 것 같다. 대선후보와 시도지사 급이 조우한 뒤 즉석 ‘밀담’까지 하는 경우는 없다.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인으로 문재인후보 선대위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상민 의원도 “염 시장 측에서 여러 차례 연락이 와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염 시장 요청으로 만났다는 것이다.

염홍철 시장 “조우한 것뿐” vs. 이상민 의원 “염이 여러 차례 연락와 만나”

아무리 정치판이지만 선거가 임박해 오는 상황에서 대선후보가 다른 당 소속 광역단체장을 비밀리에 만나자고 요청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더구나 그 대상이 대선후보도 내기 어려운 처지에 있다면 그 정당의 핵심 인물인 광역단체장과 수상쩍게 만나는 것은 정치 도의상 힘든 일이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선진당 광역단체장을 공개적으로 만난 뒤 밀담까지 한 것은 선진당을 욕보이는 일이다. 문 후보가 그럴 만큼 매너가 없거나 바보는 아니다.

염 시장 쪽 주장대로 정말 문 후보 쪽에서 독대를 제안했다면 선진당에선 ‘문재인은 남의 마누라와도 밀담을 나누느냐’는 식의 논평이라도 나와야 할 텐데 선진당은 조용하다. 문후보 쪽에서 회동을 추진했다면 적어도 민주당 대전시당 간부들과는 협의를 거쳤을 것이다. 시당에선 염-문 회동 사실을 사전에 몰랐었고, 이 때문에 아주 불쾌해 했다고 한다.

문후보가 정말 염홍철과 접촉하고 싶었다면 안희정-안철수의 만남처럼 ‘완전한 비밀회동’으로 추진했을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난 사실은 나중에야 알려진 비밀회동이었다. 염-문 회동도 비밀회동으로 했어야 혹시 일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뒤탈이 없고, 정말 염 시장을 데려가는 경우에도 원만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염, 문재인 만난 2가지 이유 ‘대내용과 대외용’

염-문의 만남은 염시장의 간청으로 이뤄진 게 분명하다. 그럼 염 시장은 왜 문후보를 만나고자 했을까? 우선은 대전시장으로서 대전시의 현안을 유력한 대선후보에게 전달하고자 했을 것이다. 염 시장은 실제 문에게 과학벨트와 충남도청 부지 매입비 등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시도지사가 누구든지 만날 수 있는 권리는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대전시민을 위해서라면 대전시장이 만나지 못할 사람이 없다. 안희정 지사도 자신이 핵심사업인 ‘3농혁신’을 가지고 곧 여야의 대선후보를 만날 계획이다. 자연스런 일이고 권장할 일이다.

하지만 염시장의 경우 그것이 목적의 전부였다면 불륜 관계의 남녀가 길거리에서 만나듯 할 이유가 없다. 얼마든지 절차와 격식을 갖춰 여유있게 만날 수 있다. 염 시장이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만남의 진짜 목적이 다른 데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침몰하는 선진당에서 빠져나오고 싶어하지만 아직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라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함께 움직이기로 약속한 일부 구청장과 지방의원들에게도 ‘향도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도 ‘앞날’이 불안한 상태다.

염-문의 회동은 불안해하는 이들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는 데 실질적인 목적이 있다. 자신을 따르는 정치적 동지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 즉 염 캠프 ‘내부용’이다. 대외용 목적도 있을 것이다. 문 후보와의 만남은 박근혜 후보나 안철수 후보 측에게 ‘내게 관심을 좀 가져달라’며 관심을 유도하는 수단도 될 수 있다.

염, 문 만나 '학비 걱정’했나? '혼수 자랑’했나?

문 후보도 대선후보로서 만나자는 요청까지 거부할 수 없어서 만난 것뿐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염-문 회동의 단독면담에서도 중요한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도 별로 없다. ‘우리 만남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 달라’는 염시장과 문후보의 주문은 말 그대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것 같다.

염 시장은 지금 두 번째 ‘개가(改嫁)’해 들어간 시댁의 형편이 힘들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꼴이다. 남편이 제구실을 못해 아이들 학비(과학벨트 및 도청부지 예산 등 지역현안)도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그래서 아이들 학비를 구해볼까 해서 돈 많은 이웃집 남자(문재인)에게 간청하여 독대까지 하였다. 힘든 인생이긴 하지만 진정 아이들 학비를 위한 것이라면 정말 보람있고 위대한 어머님의 삶이 아닌가?

그러나 얘들 학비를 핑계 삼아 잘 사는 또 한 명의 외간 남자를 접촉하여 세번째 ‘개가’를 모색하고 있다면 참으로 기구한 삶이다. 혹시 그날 독대에서 염 시장이 “나의 ‘과거 전력’ 때문에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하지만, 나를 따르기로 한 구청장과 지방의원들도 이만큼이나 된다”는 식으로, 그 남자에게 ‘혼수(婚需)’ 자랑만 하였다면 딱한 인생이다. / 김학용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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