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잔소리]77

<원문> 有子(유자) 曰(왈) 信近於義(신근어의)면 言可復也(언가복야)며, 恭近於禮(공근어례)면
遠恥辱也(원치욕야)며 因不失其親(인불실기친)이면 亦可宗也(역가종야)니라. - (논어•학이편) -

<풀이> ‘유자’가 말했다.
“약속이 의(義)에 가까워야 그 말이 실천 될 수 있으며, 공손함이 예(禮)에 가까우면 부끄러움과 욕됨을 멀리 할 수 있으며, 내가 의지하려고 하는 사람이 그의 친한 사람들로부터 신임을 잃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이야 말로 평생 종주(宗主)로 받들 수 있는 인격의 소유자이니라.”

<여설> 위의 글에서 공자의 제자인 ‘유자’는 ‘남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에 대해 몇 가지를 제시하였다.

첫째, ‘남에게 하는 약속의 말에는 반드시 신의(信義)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는 것이다. 남에게 하는 약속의 말속에는 실천 할 수 있는 가능성과 도의성(道義性)의 조건이 갖추어져야 실천할 수 있는 약속의 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정치인이 선거 때 무조건 당선을 위하여 선거구민에게하는 지킬 수 없는 허황된 약속인 빌 공자 공약(空約)은 믿음이 없는 약속의 말로서 실천될 수 없는 약속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도둑들이 서로 도둑질 잘하자고 하는 약속의 말은 도의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지킬 수 없는 약속이라 할 수 있다.

오륜(五倫)의 하나인 붕우유신(朋友有信) 즉 ‘벗과 벗 사이에는 믿음(信)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친구와 친구 사이는 살면서 필요에 따라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언제라도 헤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벗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믿음(信)이 전제 되지 않으면 그 관계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말이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약속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때가 있다.

대개 이때는 두 가지 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 하나는, ‘어떤 경우라도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대의 명분론이고 다른 하나는 ’지킬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현실론이라 할 수 있다.

미생지신(尾生之信)의 고사(故事)에 나오는 ’미생‘이라는 사람은 애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버렸는데 이를 두고 ’소진‘이라는 사람은 ’미생‘을 신의 있는 사람이라고 높이 평가했고 ’장자‘는 쓸데없는 명분에 구애되어 소중한 목숨을 소홀히 한 어리석은 자라고 ’미생‘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던 것이다.
세종시 문제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론과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한다.’는 현실론이 대두되었을 때 결국은 명분론을 선택하였기에 현재 행정 도시로서 세종시가 건설된 것 아니겠는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능한 약속은 지켜야겠지만 부득이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그 약속을 지킴에 있어서 ’명분론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현실론을 따를 것인가.‘는 참으로 택하기 쉽지 않은 문제일 것이다. 현명한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둘째, ’남에게 공손하되 예의와 정도에 맞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손‘이라 함은 ’나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것으로서 예(禮)의 출발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손함이 지나치면 오히려 남에게 비굴함이나 아첨으로 보이게 되고 또한 내 자신을 부끄럽게 하고 욕됨이 되게 한다.
그러므로 남에게 공손함을 나타낼 때는 항상 모자라거나 지나침이 되지 않게 정도와 예의에 맞게 해야 한다. 그렇다, 내가 부족하기 때문에 낮추는 것은 ’비굴‘이요. 내가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낮추는 것은 ’겸손‘임을 명심하여 공손함속에는 당당함이 깃들여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존경 받는 사람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아주 평범한 진리 같지만 참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말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진정으로 안과 밖에서 모두 존경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히 지도자 나 정치인, 유명인들 중에는 밖에 나타난 명성과는 달리 가까이에서 대하거나 또한 가까운 사람들로 부터는 존경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인사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어느 국회의원은 일반 지역구민에게는 상당히 존경과 인기를 얻고 있는데 막상 그의 비서들이나 측근들로 부터는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밖에서 존경을 받으려 하기 이전에 먼저 가정에서 또한 가까운 지인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사람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 안과 밖, 겉과 속이 모두 한결같이 존경과 신뢰를 받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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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충남 교수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棠)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는 대전광역시 평생 교육문화센터와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또 어려운 한문이나 경서의 뜻을 쉽고 논리적이고 현대적 정서에 맞게 강의 할 수 있도록 하는 강의서를 집필중이다(김충남의『명심보감』, 김충남의『대학』, 김충남의『논어』, 김충남의『맹자』, 김충남의『중용』, 김충남의『생활한자』, 김충남의『고사성어』) 손전화 010-2109-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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