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 송락경 카이스트 교수

   
송락경 카이스트 교수.

매주 토요일 아침이 되면 나는 한주의 피로와 묶은 때를 벗기러 차로 약 10분 거리되는 유성으로 가 온천물에서 목욕을 즐긴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조선 태조가 새 왕도 후보지를 물색하기 위하여 계룡산에 들렀다가 이곳에서 목욕하였다고 하며, 태종도 이곳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또한 대전하면 떠오르는 것은 4대강 중 하나인 금강, 대청댐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수자원을 총괄 ?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 본사가 위치한 곳이기도 한다. 아울러 이러한 수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기술들은 내가 있는 이곳 대덕연구단지에서 흔히 찾아볼 수가 있다.

모두가 기억하는 1959년 ‘사라(SARAH)’, 1987년 ‘셀마(THELMA)’, 1995년 ‘재니스(JANIS)’, 1999년 ‘올가(OLGA)’, 2002년 ‘루사(RUSA), 2003년 ‘매미(MAEMI)’, 2007년 ‘나리(NARI)’그리고 2012년 ‘볼라벤(BOLAVEN)’까지 한반도를 강타한 대표적인 태풍과 작년도 폭우로 인해 서울 시내가 물에 잠기는 일과 같은 자연재해에서 항상 벗어나 있던 ‘물’과 관련되어서 매우 축복받은 도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전은 이와 같이 ‘축복받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축복받은 도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타 지역에 비해 ‘물’에 대한 소중함을 크게 못 느끼고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과 수질악화에 대한 문제성이 심각해 대두가 되면서 물 산업은 21세기의 블루오션으로 급부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 강수량이 1,274mm로 세계 평균이 973mm보다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인구 밀도가 높다. 우리나라의 지형은 70% 정도가 급경사의 산지로 이루어져 있고, 동고서저 형태 즉 동쪽은 높고 서쪽은 낮아 비가 오면 강물이 순식간에 불어나고 빠른 시간내에 바다로 빠져나가 버리기 때문에 이용가능한 민물이 부족한 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강수량이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내림으로써 많은 비의 양이 하천이나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간다. 그래서 연강수량을 국토 면적과 인구에 대비하여 살펴볼 때, 우리나라의 1인당 연 강수량은 22,096㎥의 12.5% 정도에 불과하다.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하수 처리시설이 잘 구축되어 있어 수질 오염에 대한 국민의 체감은 낮은 편이다. 강수량만 따진다면 물 부족이 아닐 수도 있지만 물의 소비와 낭비가 심하고 또 너무 많은 물을 그냥 바다로 흘려 보내면서 매년 국지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 면적의 약 4분 1밖에 되지 않는 이스라엘 얘기를 잠깐 해보겠다. 이스라엘은 국토의 3분의 2가 건조지역이고 연평균 강수량(435mm)은 세계평균(880mm)의 절반인 나라이며, 연간 사용할 수자원의 40%를 공급받는 갈릴리 호수의 물을 주변국인 요르단, 팔레스타인과 공유하는 등 물 부족, 주변국과의 분쟁 위험 등에 상시적으로 노출된 나라이다. 게다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최근 5년째 가뭄이 이어지고 있으나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물 안보(Water Security)국가로 도약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물산업 육성은 기본적으로 1937년에 설립된 이스라엘의 수자원공사인 Mekorot의 역량에 기반을 두고 이루어졌다. 이스라엘은 70년 이상 Mekorot을 중심으로 하여 물산업과 관련된 250여개의 기업을 집적시킨 클러스터를 조성함으로써 물기술분야의 실리콘밸로로 평가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Mekorot 내에 설치된 WaTech은 기업가정신 및 파트너십 센터로서 클러스터에 포함된 벤처기업들의 신기술개발, 마케팅, 투자유치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물산업 육성정책의 성과로 관련 기술업체의 해외 수출은 2005년 7억달러에서 2006년 8.5억달러, 2007년 11억달러, 2008년 14억달러로 빠르게 성장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물산업 기술은 100여개의 국가로 수출되고 있으며, 전체 250여개의 관련 업체 중 신생기업을 제외한 200개의 업체가 자사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8천여명의 고용창출까지도 실현하고 있으며, 2020년 수출목표를 20조원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스라엘은 척박한 상황을. 즉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세계적인 물산업 선진국가가 되었다. 반면에 앞서 말한바와 같이 우리 대전은 ‘축복받은 도시’이기 때문에 물의 소중함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주요 국책연구소들이 밀집이 되어 있으며 KAIST, 충남대 등 국공립대학교, 그리고 1,200개정도의 벤처기업이 모여있는 이곳 대전은 물산업보다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표방하면서 지난 20여년을 달려왔다.

물론 실리콘밸리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잘 생각을 해본다면 이 곳 대전은 이스라엘보다 훨씬 훌륭한 기반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말했던 유성온천이라는 보물을 시작으로 금강이라는 풍부한 물자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어떠한 집중 호우에도 큰 피해를 받지 않는 지리적 환경을 기반으로 하여 물자원 관련(담수화 기술 등) 특허를 어느 타지역에 비해 많이 확보하고 있는 어쩌면 전 세계에서도 가장 물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최적의 인프라를 타고난 도시가 아닐까 싶다.

이에 따라 대전시를 중심으로 하여 대전테크노파크,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등 정부조직과 국가공기업의 효율적인 기능분담을 통해 대전을 물산업 클러스터의 중심으로 발전시키고 국책연구소를 중심으로 물산업 기술, 정책관련 인력을 공급하고 기술의 융복합화를 이뤄 전국에 흩어져 있는 물 관련기업들을 대전으로 유치하여 기술과 인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중앙정부, 지방정부, 관련공기업)과 민간부문(기업, 대학, 연구소 등)사이의 긴밀한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이 형성되어 클러스터의 운영이 성공적으로 운영이 된다면, 1만명이상의 고용 창출과 1조원 이상의 수출이 증대될 것으로 충분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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