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스타일]

   
▲ 김학용 편집위원

요즘 염홍철 시장의 대선 관련 발언을 보면 모순투성이다. 특히 대선후보 지지 문제에 대한 언급은 같은 장소에서 하는 말도 앞뒤가 다르다.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하겠다.”(특정후보 지지하겠는 말, 대전일보 8월31일)
-“선거법에 제약이 많이 있다. 공개적 지지는 어렵다.”(특정후보 지지가 어렵다는 말, 오마이뉴스 9월5일)

-“지역의 이익과 결부해서 당적과 관계없이 특정후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특정후보 지지가 필요하다는 말, 오마이뉴스 9월5일)
-“현재의 당적이 시정 운영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고 있다.”(특정후보 지지가 필요없다는 말, 오마이뉴스 9월5일)

염, ‘특정후보 지지하겠다’는 진짜 의미는?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건지 않겠다는 건지, 지지할 필요성이 있다는 말인지 없다는 말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선진당 탈당 문제에도 오락가락이다. 그는 “탈당 의사가 없다”면서도 “선진당 소속 시의원 구청장들과 상의해 좋은 방안을 모색해본 뒤 합의에 도달하면 개인 의견을 말하겠다”며 탈당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치인들 말이 본래 모호한 편이나 한 장소에서 하는 말조차 앞뒤가 안 맞는 경우는 처음 본다. 이유는 있을 것이다. 염 시장은 지금 ‘대선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는 연말 대선에서 자신의 정치적 변신을 위해선 뭔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상황으론 아무 일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은 거기서 오는 당혹감이 원인으로 보인다.

물론 의도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염 시장은 ‘자치단체장은 대선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대선후보를 지지할 것처럼 말하는 건 실수가 아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말은 정말 지지하겠다는 예고가 아니라 유력 정당과 대선주자들에게 보내는 염 시장 자신의 광고다.

‘여기, (대선후보) 누구라도 도와줄 수 있는 광역단체장 염홍철이 있어요!’ 하는 선전이다. 그러면서 ‘나를 외면한다면 다른 후보를 도와줄 수도 있습니다!’는 경고성 메시도 담고 있다.

3당 돌아...버렸던 당 문 두드릴 처지

선진당이 설사 사라진다 해도 다음 시장선거에 관심이 없다면 말이 모순어법처럼 이렇게 오락가락할 이유가 없다. 침몰하는 선진당을 탈당해서 가능성 있는 정당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지만 그게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유력한 정당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인데 둘 다 자신이 버리고 나온 당이다. 그는 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시장에 당선됐으나 탈당한 뒤 여당으로 바뀐 열린우리당(민주당)에 입당, 노무현 정부에서 중소기업특별위원장을 한 뒤 바로 탈당했다. 지난선거에선 선진당에 들어가 시장에 당선됐으나 당이 몰락할 위기에 있다.

염 시장이 또 출마하려면 또한번 당을 골라서 후보자리를 꿰차야 한다. 그런데 이번엔 그게 여의치 않은 상황 같다. 먼저 민주당 쪽 문을 두드렸으나 성과가 없는 것 같다. 지역의 친노 핵심인사가 제동을 걸었다는 소문도 들린다.

그래서 새누리당 쪽으로 타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염 시장은 새누리당의 실력자 박근혜 후보에게 ‘믿지 못할 사람’으로 찍혀 있다. 박 후보가 당장은 누구와도 손을 잡아야 하는 아쉬운 입장이지만 염 시장이 그 이상의 약속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안 팔리는 ‘현직 광역시장 상품’

지금으로선 염 시장이 유력 정당에 들어가 다음 선거 시장후보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번 대선이 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지만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직 시장은 선거에 맞춰 입당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데 ‘후보 보장’ 같은 조건이 달리면 받아줄 곳이 없을 것이다. 염 시장이 최근 “탈당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하는 말은 아직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염 시장은 시장 선거 때마다 정당을 갈아타고 출마했다. 그는 충청권 메이저 3당(새누리-민주-선진)의 시장후보로 출마해 본 유일한 사람이다. 그가 당을 자주 옮길 수 있었던 것은 나름의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시하지 못할 ‘득표력’이었다. 그는 낙선할 때도 큰 표 차로 진 경우가 없다. 그의 득표력은 정당의 문을 노크하는 데 큰 재산이었다.

그는 지금도 득표력만 있으면 정당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얼마 전 염 시장은 ‘무소속의 안철의 힘’을 언급하면서 “내가 선진당에 입당하려 할 때 이회창 전 대표 등은 부정적으로 봤지만 시장후보로서 내 지지율이 가장 높았기 때문에 과거 정치 행적이나 모든 것이 무마됐다"고 말했다.

더 이상 갈곳 없는 ‘염홍철 스타일’

그는 득표력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늘 당보다는 ‘표밭’에 더 신경이 가 있다. 시장으로서 정기적으로 많은 시민들을 만나는 ‘아침산책’이나 시민들 100~200 명씩과 함께 하는 ‘청소행사’, 5개 구청장과 진행하는 ‘교차특강’ 등은 ‘표밭 관리’ 성격이 짙다. 표밭 관리는 잘 되고 있다.

정당 문제만 잘 풀면 되는데 이번엔 그게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현직 시장이면서도 ‘특정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자극적인 멘트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중이다. 그러나 진짜 유능한 인재는 광고하지는 않는다. 소리 소문 없이 스카우트된다. ‘현직 광역시장이란 상품’이 러브콜을 받지 못해 스스로 광고에 나서야 할 정도면 그 상품은 끝내 팔리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염 시장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내 표밭만 잘 관리하면 정당은 그때그때 갈아타면 된다는 식의 ‘염홍철 스타일’이 이번 대선에선 딜레마에 빠져 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 김학용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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