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A원장에 해임 통보…대덕특구 불똥 ‘전전긍긍’

주요 사업의 인센티브를 비자금으로 조성하고 단란주점 외상값을 직원들에게 대납시킨 대덕연구개발특구 기관장이 감사원 공직기강 감사에 덜미를 잡혔다. 감사원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A원장을 해임하라고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초기술연구회에게 통보했다. 대덕특구 내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A원장 사건의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비리 백화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대덕본원 전경. 기초과학지원연구원 A원장이 비자금 조성과 외상술값 대납, 부정채용 등으로 감사원에 적발돼 해임통보를 받았다.
12일 감사원에 따르면 A원장은 인센티브(성과급) 총액을 증액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받아야 할 인센티브보다 더 많이 지급하거나 대상자가 아닌 직원에게 지급한 뒤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A원장은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면서 그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줬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런 식으로 지난 2009년 8월부터 올 1월까지 6차례에 걸쳐 A원장이 전·현직 부장(책임연구원)들에게 수수한 돈은 6475만원이었다.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은 법인카드를 쓸 수 없는 골프장이나 단란주점 등에서 지인들을 접대하는 데 사용됐다.

A원장은 직원들에게 직접 현금을 요구해 수수하기도 했다. A원장은 2009년 6월초께 책임연구원 B씨를 불러 대외활동비 명목으로 직접 현금을 요구하고, 다른 책임연구원 C씨에게 B씨로부터 현금을 받아오라고 지시했다. A원장이 2011년 1월까지 B씨로부터 챙긴 돈은 1400만원이나 됐다.

부장보직을 맡고 있는 책임연구원들은 A원장의 술값을 대납하기도 했다. A원장은 2010년 3월께 D씨에게 68만원이라고 쓴 메모지를 주면서 유성구 봉명동의 한 단란주점 외상값을 대납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식으로 2010년 3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총 18회에 걸쳐 단란주점 등의 외상을 대신 내도록 시켰다. 이들 부장의 부탁을 받은 다른 부장이나 팀장들은 같은 기간 22회에 걸쳐 790여만 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하기도 했다.

이밖에 감사원은 A원장이 국제협력전문가(위촉직)을 채용하면서 국제협력 업무경력이 전혀 없는 조카딸이 채용되도록 부당하게 개입하는 등 친인척 채용, 청탁에 따른 부당채용 등 인사전횡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A원장이 전임원장 때부터 관행적으로 자신과 가까운 직원들로부터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연구원 발전을 위해 같이 사용했다는 등 적극적으로 해명했지만 신빙성이 떨어지고 비위정도가 현저해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에게 해임조치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원장의 임면권한은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에게 있다.

◇원장 선임구조 근본문제… 교과부 책임론도 불거져

   
대덕특구 전경. 최근 국무총리실 감찰반이 모 출연연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는 등의 소문이 횡행하는 등 대덕특구가 A원장 사태로 술렁거리고 있다.
A원장에 대한 해임이 사실상 확정되자 과학계에서는 현재의 출연연 원장 선임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불거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현행 출연연 원장은 교과부 산하기관(13개)은 기초기술연구회가, 지식경제부 산하기관(14개)은 산업기술연구회가 각각 선출한다. 기초기술연구회는 교과부 제2차관을 비롯해 기재부차관, 지경부차관이 고정적으로, 복지부차관과 국토부차관이 1년씩 번갈아가며 당연직 이사로 참여한다. 산업기술연구회도 주무부처인 지경부차관을 비롯해 기재부치관, 교과부 제2차관, 농식품부차관 등이 당연직이사로 참여한다. 원장 임면권을 행사하는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의 이사장은 각각의 주무부처인 교과부장관과 지경부 장관이 임명제청권을 갖는다.

그렇다보니 당연직 이사인 주무부처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크다. 대덕특구에서는 "원장선임은 주무부처 의 의중에 달려있다"는 게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대부분 대학교수인 선임직 이사들이 무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겠느냐”며 “교과부 제2차관이나 지경부 차관이 사실상 원장 선임의 키를 쥐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당연히 교과부도 A원장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A원장은 2008년에 이어 지난해 5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때도 말이 많았다. 연구원 내·외부에 적절치 못한 처신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기 때문. 민주적이고 공정하게 원장을 선출할 수 있는 선거제도 정착이 절실하단 얘기다.

A원장 사태가 불거지자 대덕특구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에는 한 출연연에 총리실 감찰반이 들이닥쳐 조사를 마쳤다는 소문까지 횡행하고 있다. 소문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사건의 전말은 A원장 사건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을 앞두고 과학기술부 부활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학계가 스스로 역설에 빠지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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