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특구사람들]ETRI 책임연구원... 과학 학습사이트 운영

직업 특성상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인터뷰를 하게 되는데 최근 아주 강렬한 인터뷰이(interviewee)를 만났다.

바로, 과학의 전문지식을 남다른 철학으로 알리고 있는 박문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이다. ‘뇌, 생각의 출현(2008년 발간)’이라는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쉽고 재미있는 과학 알리기를 거부한다.
전문 학습사이트인 ‘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www.mhpark.co.kr·이하 박자세)’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해병대식(?) 과학교육에 힘쓰고 있다. 따라 올 사람만 따라오라는 식의 독특한 교육철학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괴짜 박사’다.

   
 
최근 ETRI에서 만난 박 연구원은 속사보 처럼 질문부터 던졌다.

“기자님은 강원도 석회암 동굴과 탄광이 언제 생겼는지 아십니까?”, “20억 년 전 대기 구성에 대해 설명할 수 있나요?”, “미토콘드리아 구조를 그릴 순 있는지요?”….
학창시절에나 배웠던 과학지식은 이미 잊혀진지 오랜데 멍해졌다. 답을 하지 못하자 훈계를 하기 시작했다. “과학담당 기자가 이런 기초지식도 모르냐?”며….

순간 ‘뭐 이런 무례한 사람이 있나?’, ‘그럼 자기는 과학 외 분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데?’라는 불쾌감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그의 얘기에 집중했다.
“기분 나빴다면 죄송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런 질문을 하면 대부분이 답을 못해요. 심지어 과학에 종사하고 있는 박사들도요. 한국의 과학 수준이 이렇습니다. 답답한 노릇이죠.”

그래서 직접 과학지식 알리기에 나서게 됐다. 1년여 전 뜻이 있는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박자세’ 사이트를 만들었고, 매주 일요일 서울 건국대에서 4시간의 심도 있는 과학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137억년 우주진화’를 주제로 강연했고, 하반기에는 ‘특별한 뇌 과학’을 특강한다.
박 박사의 수업에는 과학에 관심 있는 40-70대 일반인 100여명 정도가 참석하고 있다.

그런데 그 강연이 참 독특하다. 디지털 학습법이란 찾아볼 수 없다. 100% 판서와 육성을 통해 강의가 진행되고, 수강자들은 꼼짝없이 이를 필기하고 암기와 학습을 통해 전문용어와 지식을 익혀야 한다. 대학 전공자 수준의 학습을 3-4개월 안에 마치기 때문에 피나는 노력이 없으면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들다.

수강생들과 해외로 자연과학 학습을 떠나기도 한다. 최근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은 해외 학습 탐사 책자인 ‘서호주’를 출간해 관심을 모았다.

“한국의 과학교육이 ‘과학의 대중화’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쉽고 가벼운 과학지식 알리기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어떻습니까? 대중들이 만화같은 과학만 만나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이를 거부합니다. 제대로 된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중이 학습을 통해 과학을 만나는 ‘대중의 과학화’가 필요합니다.”
과학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 박문호 박사의 강의 모습.

평생을 과학도로 살았던 박 박사는 과학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역설했다.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 중요하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저는 과학을 예술·문화 등과 같이 놓고 보는 것에 분개합니다. 이것은 과학에 대한 모독이죠. 과학과 예술은 동등한 것이 아닙니다. 과학 내에 예술이 있는 것이죠. 과학은 137억년 우주 전체에 관한 연구입니다. 하지만 예술문화는 인간에 국한 된 것이니까 기껏해야 20만년 정도 밖에 되질 않았습니다. 결국 모든 게 과학 속에 있는 것입니다. 과학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중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뇌 과학 분야 전문가이긴 그에게 두뇌 개발법을 물었다. 그랬더니 황당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과학 교과서를 읽고 외우세요. 뇌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학습 근육, 학습 마라톤, 인지훈련(암기)이 토대가 될 때 뇌도 발달하는 것입니다. 창의성이 중요하고들 하는데 창의성도 10년 이상의 기억이 농축되어 나오는 것이죠.”

뇌를 깨우기 위한 특단의 비법은 없었다. 결국 끊임없는 학습을 계속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박문호 박사는 >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전자통신연구원에서 일하다 1991-1997년 미국 텍사스 A&M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자통신 보다 오히려 천문학과 물리학, 뇌 과학 분야의 전문가로 통한다. 삼성경제연구원, 서울대, KAIST 등에서 우주와 자연, 뇌를 주제로 강연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8년 펴낸 <뇌, 생각의 출현>은 그해 베스트 10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본인의 컨텐츠를 중심으로 한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www.mhpark.co.kr)을 이끌고 있으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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