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무원 인터넷 감시]

   
▲ 김학용 편집위원

공무원들이 늦게 퇴근하는 것은 인터넷 때문이다? 염홍철 시장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염 시장은 간부회의에서 “(공무원들은) 집중근무로 빨리 업무를 끝내야 하는데 이를 저해하는 것이 웹서핑(인터넷서핑)”이라고 했다.

염 시장은 이를 막는 방안도 제시했다.  “공무원의 인터넷 사용에 대해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콘트롤타워(시청 지휘부)에서 공무원들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근무에 지장을 주는지, 낮시간에 웹서핑에 시간을 뺏기는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 공무원의 인터넷 사용을 감시하라는 지시다.

염시장이 생각하는 해법은 금지가 아니라 감시다. 그는 “뭐든지 차단하는 것은 네거티브적 접근 방법으로 개인이 보는 것을 감시하고 조정한다기보다 그것들을 파악하면 불필요한 사이트 접속을 자제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인터넷을 열어놓되 직원들이 어디에 접속하는지 관찰해보겠다는 말이다.

염시장 “공무원 퇴근 늦어 인터넷 감시하겠다”

인터넷 전문가들에 따르면 시장이 맘만 먹으면 모든 공무원의 인터넷 사용 내역 전부 확인할 수 있다. 기술적으론 완벽한 감시가 가능하다. 프로그램만 설치하면 - 이미 설치돼 있을 수도 있지만- 어떤 공무원이 언제 어느 사이트에 접속해서 얼마나 머물렀는지 알 수 있다. 어떤 언론사 사이트에 들어가 어떤 뉴스를 얼마나 열심히 읽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대전시 공무원은 인터넷상에선 전자발찌를 차고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다. 성범죄자를 24시간 모니터하기 위한 장치가 전자발찌다. 시공무원들이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모든 행적을 시장이나 관련 간부들이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을 떳떳하게 사용한다면 걱정할 게 뭐냐는 게 염 시장 생각일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정당하게 이용하는 경우라도 자신의 모든 행적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떳떳한 사용이라도 그 사람의 성향이나 취향 등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가령, 뉴스 정보를 얻기 위해 보수언론인 조선일보를 더 자주 이용하는지, 진보 언론인 한겨레를 더 많이 활용하는지 인터넷 감시로 알 수 있다. 감시에 들어가면 -이미 들어갔는지도 모르지만- 인터넷을 정당하게 사용해온 모범 공무원들조차 인터넷을 멀리할 게 분명하다.

인터넷 감시의 위법성 논란과 인권 침해 문제

인터넷 감시의 위법성에 대해선 논란이 있는 것 같다. 한 경찰 공무원은 “시장이 부하 공무원이 인터넷에서 주고받은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어느 사이트에 방문했는지 확인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 변호사는 “‘누구든지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정보통신비밀보호법 조항이 공무원 인터넷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면서 "그렇다면 인터넷 감시 자료를 시장 등 상관에 보고하는 것도 불법이다”고 말했다.

인터넷 감시는 인권침해 요소가 크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사무실에서 공무원이 하는 인터넷이라고 하더라도 접속하는 모든 사이트를 확인하는 방식의 감시는 사생활과 인권침해 요소가 크다.

공무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시간을 인터넷에서 생활하고 있다. 때론 책상 위의 컴퓨터에서, 때론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거기서 일하고 공부하고 즐긴다. 공무원들에겐 사무실에서 쓰는 인터넷이 ‘온라인 삶’의 절반도 넘을 것이다. 이런 공무원들에게 ‘인터넷 전자발찌’를 채우는 것은 온라인 생활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

무엇보다 업무의 질도 떨어뜨릴 것이다. 전자발찌 때문에 공무원이 인터넷 사용을 꺼리게 되고 그러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때 알 수 없다. 실시간으로 시민과 민원인들의 여론을 파악해서 행정에 반영해야 하는 시대에 대전시 공무원들은 ‘깜깜이 행정’을 할 수밖에 없다.

야근 핑계로 ‘경청하는 눈 귀’ 가리자!

염 시장은 인터넷 때문에 퇴근이 늦어진다고 말하지만 인터넷을 감시하면 업무능률이 떨어져 퇴근도 오히려 늦어질 수 있다. 인터넷 때문에 업무가 지연되는 경우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야근의 주범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인터넷이 없던 과거에도 야근은 많았다.

부하 공무원의 야근을 줄이려고 인터넷을 감시하겠다는 염시장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인터넷 감시로 야근을 줄일 수 있다고 보지 않을 뿐 아니라, 인터넷 감시의 목적도 염시장 말대로 직원의 야근 문제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사랑하는 가족을 일찍 귀가하도록 하기 위해 전자발찌를 채우는 가장이 세상에 있을까?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모든 행적에 대한 감시는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에겐 할 수 없는 행위다. 전자발찌는 범죄자에게나 채우는 것이다.

야근 문제는 핑계일 뿐이다. 근래 공무원이 인터넷 도박이나 주식을 하다 적발됐다는 뉴스가 있었던 것도 아니니 그것도 감시의 목적은 아닌 것 같다. 시장이 인터넷 감시하고자 하는 데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다.

소통의 창 인터넷 닫아놓고 소통행정 헛구호

그게 무엇일까? 대전시 간부가 시청직원들에게 (대전시에 비판적인) 특정 언론사 사이트를 ‘즐겨찾기’에서 지우라고 했다는 소문이 사실이면 언론 통제가 실질적인 감시의 진짜 목적이다. 인터넷 감시가, 시청직원들은 적어도 사무실에선 시장을 비판하는 인터넷 기사는 찾아 읽지 말라는 요구다.

볼테르는 “진리에서 멀어진 집단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현명한 입술과 경청하는 귀”라고 했다. 비록 현명하지는 못한 입술이라도 대전시에 대한 비판을 가장 경청하는 사람들은 대전시 공무원들이다. 시장이 이 때문에 부하직원의 눈과 귀라도 가려보자는 발상이면 참으로 딱한 일이다.

시장은 인터넷 감시 지시를 철회해야 한다. 인터넷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이 있어서 감시 효과도 의문이지만 공무원들을 피곤하게 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염 시장은 그동안 소통행정을 외쳐오지 않았는가? 부하 공무원들에게 ‘소통의 창구’ 인터넷 창을 닫게 해놓고 무슨 수로 소통을 하겠다는 것인가? 자기가 데리고 일하는 부하들도 믿지 못해 감시해야 하는 시장이 시민들과 하는 대화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김학용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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