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당의 미래

   
  김학용 편집위원

위기의 선진통일당(선진당)에겐 백약이 무효인가? 선진당이 살아날 방법은 정녕 없는가? 지금으로선 딱히 처방전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진단들이다. 지역의 한 정치학자는 “백약이 무효”라고 했고, 보수 성향의 정치학자마저 “이미 사망선고가 내려진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럼에도 선진당은 연말 대선에 후보를 내야 하느냐, 연대를 해야 하느냐, 후보를 바깥에서 데려와야 하느냐를 놓고 왈가왈부하고 있다. 이인제 대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맞설 ‘제3의 국민적 후보’를 찾아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무소속 기대주’ 안철수가 선진당 후보로 와줬으면 좋겠다는 헛된 꿈까지 숨기지 않는다.

착해서 뜨게 된 안철수지만 이유 없이 지역당을 도와줄 만큼 착하지는 않다. 지금 선진당으로서는 안철수의 반의 반쪽 만한 후보도 데려오기 어렵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경선에서 낙오한 인물을 후보로 모시는 방법도 생각하는 것 같은 데 현실성은 없어 보인다.

정치학자들 "백약 무효".."사망선고 내려졌다"

‘대선 참가’가 목적이라면, 차라리 이인제 대표가 직접 나가는 것이 낫겠다. 이 대표도 선진당을 ‘접수’할 때는 자신이 대선 주자로 뛰는 것을 먼저 염두에 뒀을 것이고, 지금도 그것이 우선적 카드로 보인다.

그러나 이 대표는 자신의 출마가 100% 무모한 일이라는 것도 이젠 알고 있다. 한때 그는 500만 표를 얻은 적이 있고 민주당 후보경선 때도 4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5년 전 마지막 출마에선 득표율이 0.7%에 불과했다. 이번에 이 대표가 나가면 그보다도 낮아, 최저득표율만 갱신할 게 뻔하다.

그렇다면 선진당이 대선에 참여하는 방법은 역시 외부에서 후보감 하나를 데려와 출전시키거나, 다른 당의 유망한 후보를 골라 지지하는 것밖에는 없다. 참으로 처량한 신세지만 정당이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하면 그런 꼴을 면할 길이 없다. 선진당은 지금 그런 처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진당이 대선후보를 꼭 내겠다거나 어느 한 쪽 편이라도 들어야 한다는 강박증은 가질 필요가 없다고 본다. 비참한 결과가 예상되는 데도 후보를 낼 이유는 없다. 또 새누리나 민주 어느 한쪽과 ‘연대’라는 이름으로 편을 먹는다 해도 박수만 쳐주는 식이라면 ‘들러리 정당’ 이미지만 더 각인될 뿐이다. 비참함은 마찬가지다.

대선 참가 방법 찾는 데 열중하는 선진당

80년대 후반 신민주공화당으로 처음 탄생한 ‘충청 지역당’은 자민련과 선진당으로 이어지면서 이런 수모를 종종 겪어왔다. 충청당의 ‘원작자’ JP(김종필)조차 2002년 대선 때는 후보도 못 내고 다른 당과 연대도 못한 딱한 처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문제는 대선 불참이 선진당의 와해를 촉진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다. 선진당 당원들은 한결같이 이런 걱정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선진당 간담회에서 한 태안군의장은 “재작년 공천을 받기 위해 줄을 섰던 사람들이 당이 어려워지자 탈당하려 한다”고 했고, 홍성군의장은 “주변에서 선진당은 없어질 정당이란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선진당의 위기감..난파선 탈출하려는 쥐떼들

이런 위기감은 선진당 전체에 퍼져 있다. 특히 대선이 임박해오는 데도 뾰족한 대책을 못 내고 있다는 점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선진당 소속의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 가운데도 탈당 시기만 저울질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선진당 최고 수뇌부랄 수 있는 염홍철 시장도 다른 당에 줄을 대고 있다는 소문이 나돈다. 선진당은 탈출하려는 쥐떼로 아우성인 난파선의 형국이다.

지금 선진당의 위기가 이른바 ‘충청 지역당’이 과거 20년 넘게 부침을 반복해오면서 겪었던 그것과 다른 점은 이번엔 회복이 불가능한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정치학자들도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사망선고’나 ‘백약무효’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선진당의 회복 불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들의 전망 맞는다면 당원들은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적어도 선진당 사람들은 당이 사라져도 괜찮은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당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선진당의 존재가치가 무엇이었는지부터 상기해보아 할 것이다.

나는 선진당이 지역을 텃밭으로 하는 지역정당으로 적어도 지방분권 문제에 관한 한 다른 당보다 더 노력하는 정당으로 평가해왔다. 선진당이 사라진다면 그 점이 아쉬울 것 같다.

'대선 줄타기'로 묘수 찾으려면 실패

벼랑에 서 있는 선진당을 살리고자 한다면 해법도 그런 데서 찾아야 한다. 대선 줄타기에서 ‘묘수’를 찾아내는 게 사는 길은 아니다. 선진당이 추구하는 가치, 지역당으로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알리고, 노력하는 것이 사는 길이다.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이젠 과거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다. 또 ‘안철수 현상’처럼 정당이 아니라 사람이 정치판을 뒤흔들 수도 있는 시대다. 개혁과 혁신이 아니면 정당도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다.

선진당은 그 점에서 크게 부족했다. 영호남 패권주의에 맞선다는 명분만으로 지역감정에만 기대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선진당이 살려면 철저한 자기 분석과 혁신이 필요하다. 거기에 걸맞는 젊고 새로운 리더십도 창출해야 한다.

지역당의 시대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 양대 정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오만해지면 충청 유권자에게 지역당은 또다시 ‘제3의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진당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충청에서도 지역당의 시대는 곧 종말을 고하고 말 것이다. 물론 당대표와 비례대표만이 지키는 ‘종이 선진당’이야 더 오래 버틸 수도 있겠으나 그걸 정당이라 말할 순 없다. /김학용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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