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교 후반기 대전시의장 과제

   
  김학용 편집위원

후반기 대전시의회는 곽영교 의장이 이끌게 됐다. 그는 염홍철 시장과 ‘아주’ 가까이 지냈다고 한다. 시장과 ‘의형제’를 맺었다는 소문도 있으나 곽 의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민선 4기 시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염 시장과는 ‘악연’으로 만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선 5기 들어와서는 관계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의형제는 시장과 의좋게 지내는 것을 과장한 표현인 듯하다.

그런 사람이 의장이 됐으니 시장으로선 다행이겠다. 자신을 감시하고 견제할 의회의 수장(首長)을 보다 친근한 사람이 맡았으니 힘이 될 것이다. 곽 의장으로서도 친근한 시장이 나쁠 건 없다. 집행부와 쓸데없는 갈등을 겪어야 한다면 의장으로서도 피곤한 일이다. 의장과 시장은 ‘서로 좋은 사이’여서 나쁠 이유가 없다.

염시장과 '의형제' 소문은 사실 아니지만...

그러나 대전 시민의 입장에선 다르다. 두 사람 사이가 좋은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정말 의형제 같은 사이면 의회 역할엔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의형제 같은 사이라면 의장이 시장을 제대로 감시하는 의회로 만들 수 있겠는가?

의장이 의회의 모든 것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의회의 감시 견제 기능을 의장 혼자 맡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집행부에 대한 의장의 기본적인 태도는 시의회의 스탠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의장이 집행부에 깐깐하게 대하면 집행부는 좀 더 긴장할 것이고, 의장이 흐물흐물하면 시장은 의회를 깔보게 될 것이다.

그동안 대전시의회는 시장이 깔볼 만했다. 견제와 감시 기능이 실종된 의회였다. 의회는 시장의 거수기에불과했고, 의장은 시장의 하수인과도 같았다. 한동안 의장은 시장의 대변인 출신을 자신의 비서로 썼을 정도다. 의장이 시장 하수인이 아니고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염 시장은 얼마 전 ‘쪼다 공무원 예찬론’을 폈다. 일찍 귀가하는 직원을 ‘쪼다’라고 하지만 가족과 함께 하려면 쪼다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지방의회가 제역할을 못하면 진짜 ‘쪼다 의회’가 되고 만다. 대전시의회는 그동안 ‘쪼다’나 다름없었다.

후반기 곽의장 시의회 구해낼 수 있을까?

후반기 대전시의회는 달라질 수 있을까? 곽영교 의장은 대전시의회를 구해낼 수 있을까? 그는 의장으로 당선된 후 가진 회견에서 “시의회가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의무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론적 멘트지만 의미를 부여하는 동료들이 꽤 있다.

한 의원은 “곽 의장이 의장에 오른 만큼 운영위원장 때처럼 시장의 하수인 노릇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의장 선거 때 곽 의장은 “의장이 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물론 곽 의장을 여전히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곽의장이 이끄는 후반기 의회를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작금 대전시의 엉터리 인사, 엉터리 행정을 저지할 세력이 의회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시장이 상근부회장을 보내 멀쩡한 대전상공회의소를 정치판으로 만들려 하고, 도심 금싸라기 땅 10만평을 거의 공짜로 대기업에 바치려 하는 데도 “안된다!”고 외치는 목소리는 듣기 어렵다. 의회도 언론도 시장의 ‘지당대신’이 되어 가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가 악을 쓰며 호소하고 있으나 우이독경이다.

그래도 지방의회가 아니면 엉터리 행정에 대한 실효성 있는 견제가 어렵다. 안희정 지사는 얼마 전 도지사와 도의회 간 갈등 문제에 대해 “도민들의 전체 이익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했다. 도지사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이다. 의회가 쪼다 노릇을 하면 지방행정도 지방자치도 죽고 만다. 시의회는 이제 달라져야 한다.

선배 제치고 얻은 의장 자리 헛되지 않아야

지방의회 의장단 선출 과정에는 여전히 추태가 연출되고 있다. ‘배신’ ‘매수’ ‘사기’ ‘협박’ ‘욕설’ ‘폭력’ ‘뻔뻔함’ ‘탈당’ 등은 지방정치인들이 감투를 얻고자 할 때 동원하는 가장 흔한 수단, 수법이다. 아직 우린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당론을 뒤엎고 다선(多選)을 제치고 의장이 되고 부의장이 된 사람들도 많다.

당론을 거부하고 선배 의원을 제친 곽영교 의장도 떳떳하진 못할 것이다. 정치는 과정도 중요하다. 의장 자리에 어떻게 올랐는지를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비난과 눈총을 무릅쓰고 그 자리에 가서 제 역할을 못 한다면 정말 ‘쪼다’를 면할 길이 없다. 곽 의장은 위기의 시의회를 구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후반기 대전시의회는 달라지길 바란다. / 김학용 편집위원

 

*쪼다 같은 기자가 쓴 쪼다 같은 기사이니, 독자와 시의원 여러분의 이해를 바랍니다.-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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