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테마파크 임대료 계산법

   
▲ 김학용 편집위원

엑스포과학공원은 대전시민에게 노른자위 같은 땅이다. 대전시는 전체 57만㎡(17만 평) 가운데 33만㎡(10만 평)을 대기업인 롯데에게 빌려주는 계약을 추진중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롯데는 앞으로 20~40년 간 대전시에 임대료를 주고 이 땅을 빌려쓰게 된다.

대전시민의 입장에서 계약이 가능한 조건은 크게 2가지다. 땅의 쓰임새가 마땅해야 하고, 임대료를 제대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쓰임새다. 임대료를 아무리 많이 준다 해도 카지노나 집창촌으로 내줄 수는 없다. 공익성이 강한 용도라면 임대료를 크게 낮추거나 아예 면제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롯데는 10일 사업설명회를 갖고 테마파크, 워터파크, 문화수익시설로 꾸미겠다고 했다. 지역 상인들의 반발을 우려한 듯, 쇼핑시설을 ‘문화수익시설’로 이름으로 포장하고 쇼핑시설의 규모를 묻는 질문에도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쇼핑 시설은 어떤 내용, 어떤 규모로 들어가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롯데가 장사하러 엑스포과학공원 자리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엑스포과학공원은 본래 ‘과학도시 대전’에 부합하는 용도에 맞춘 활성화를 꾀해왔다. 롯데의 계획은 과학공원의 본래 구상과는 전혀 안 맞는 것이다.

 토지감정사 “최소로 잡아도 연 임대료 250억원”

롯데가 공익 목적의 사업이 아니라 장사하러 오는 것이니 임대료는 제대로 받아야 된다. 그런데 도심 노른자위 땅 10만평에 대한 임대료는 얼마가 적절한가? 염홍철 시장은 연 100억원 안팎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염 시장은 지난주 대전KBS 라디오 프로에 나와 롯데 문제를 언급하면서 “정확하게 1년에 얼마를 받느냐하는 것은 안 나왔는데 저는 100억원 플러스 마이너스라고 본다”고 말했다. “80억이 될 수도 있고 120억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10일 설명회에서도 최소 100억원은 될 것이란 요지의 답이 나왔다.

어떻게 계산했는지 모르지만 100억원이라면 적절한 금액일까? 박성효 시장 때 엑스포재창조사업 공모를 위해 산정했던 상업용지의 감정가는 평당 1000만에 육박했다. 10만 평 전체를 그 기준에 맞추면 땅값만 1조원이다. 여기에 꿈돌이랜드에서 받아온 지료(地料) 4%를 적용하면 1년에 400억원은 받아야 된다.

한 토지감정사는 “엑스포과학공원의 감정가는 최하 평균 500만원은 잡아야 한다”며 “그럴 경우 국공유지에 적용하는 임대료 5%로 계산해도 1년에 250억원은 받아야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엑스포과학공원은 접근성이 좋은 도심이어서 사유지라면 임대료 기대수익이 연 500억원을 넘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적절한 금액이 100억원인지 250억원인지 400억원인지 500억원 이상인지, 아니면 100억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지 필자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적절한 금액을 산출하는 방법은 알만 하다. 대전시와 롯데가 합의하는 수준이 합리적 가격이 될 것이다. 임대를 주는 쪽과 받는 쪽에서 동의하는 금액이면 보통은 공정 가격이다.

100억원은 대전시와 롯데가 잠정적으로 합의한 금액일 수 있다. 롯데와 대전시가 합의한 가격이니 합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전제된다. 대전시와 시장이 시민을 위해 진정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대전시의 배임(背任)’ 가능성이 없다면 대전시와 롯데가 합의한 가격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다른 기업도 참여시키야 ‘롯데 특혜’ 의심 안받아

문제는 대전시와 염시장이 롯데와의 계약에서 ‘배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믿게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공의 계약은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독점 계약을 하지 않는다. 대전시가 추진하는 엑스포과학공원 활성화 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공개경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전에 죄다 실패했던 과학공원활성화 사업이 롯데를 만나면서 활기를 띠는 이유가 있다. 과거에는 없던 ‘쇼핑시설’을 허락한 것이고, 거기에다 기업이 시를 얼마든지 주무를 수 있는 독점계약으로 추진한다는 점이다.

이런 조건이면 참여할 기업이 얼마든지 더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이들을 참여시켜 사업을 공모하면 연 임대료가 400억원이 아닌 100억원, 아니 그 이하라고 해도 대전시가 롯데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는 의심을 받지 않을 것이다. 경쟁을 시키면 100억이 아니라, 200억, 300억 내놓겠다는 기업이 나올 것이다. 물론 더 많은 생산유발과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나라면 임대료를 년 400억원씩 쳐준다고 해도 롯데처럼 ‘쇼핑 시설’이 포함돼 있는 조건이면 빌려주지 않을 것이다. 나는 롯데가 엑스포과학공원에 들어오는 이유는 쇼핑 시설 때문이라고 본다. 롯데에게 과학공원을 빌려줌으로써 대전은 과학도 공원도 잃을 뿐 아니라 종당에는 지역상인들까지 피눈물나게 할 것이다.

대전시가 강조하는 일자리 1만3000 개(10일 발표에선 18900명으로 늘었다)와 생산유발 효과 2조5천억은, 해선 안 되는 사업들 추진할 때면 으레 내놓은 ‘뻥튀기 숫자’라는 것도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다. 대전시는 엑스포과학공원을 미래의 비전에 맞춰 사용해야 한다. 꼭 하겠다면 사업을 공모해 다른 기업도 참여시켜야 한다.

비행장 활주로 바꾸는 롯데한테 대전시는 ‘어린애’

자칫하면 대전의 도심 노른자위 땅을 40년 간 대기업 장사 터로 빼앗기게 생겼다.  ‘부동산 귀신’으로도 불리는 롯데는 정부를 상대로 한 싸움에서 공군비행장 활주로의 방향까지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대기업이다. 대전시, 대전시장 하나 대하는 것쯤은 ‘어린애 손목비틀기’다.

지금 염홍철 시장은 대전의 금싸라기 땅을 아주 싼 값에 롯데 입에 넣어주려 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도대체 어느 도시, 어떤 시장이 도시의 중심지 땅을 미래 산업도 아닌 대기업의 단순한 돈벌이 장소로 내주는가? / 김학용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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