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상의 상근부회장 부활

   
▲ 김학용 편집위원

대전상공회의소가 상근부회장을 공개모집한다는 공고문을 냈다. 사람이 필요하면 써야 한다. 하지만 정말 사람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자리가 필요한 사람이 있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특히 공공기관 단체가 사람을 위해 자리를 만드는 위인설관이 적지 않다. 대전상의도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다.

대전상의는 상근부회장을 뽑기 위해 얼마 전 정관도 고쳤다. 90년 말 IMF 사태 이후 대전상의는 상근부회장을 두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 뽑으면 13~4년 만의 부활이다. 물론 손종현 신임 대전상의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상근부회장을 둬야겠다”는 것이 손회장의 취임일성이었다고 한다. ‘상의회장으로 갖게 되는 당연직이 여러 개여서 회장 혼자 소화하기 어렵다. 따라서 상근부회장을 둬서 회장 일을 돕도록 해야 한다. 더구나 상의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고 자기 사업도 있지 않은가?’

‘상근’이 필요한 현실적 이유로 들린다. 그러나 회장 일이 너무 많아 상근부회장을 두겠다는 것은 이유가 좀 면구스럽다. 그동안은 상근부회장 없이도 회장이 회장직을 잘 수행해오지 않았는가? 사무국장이 상근부회장 역할을 하면서도 별 문제가 없었다.

대전상의, 사람이 필요한가 자리가 필요한가?

물론 상근부회장을 제대로 뽑으면 상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을 것이다.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상근부회장을 운영하려면 1년에 2억원은 더 든다. 대전상의의 1년 예산은 45억원이 채 못된다. 전체 예산의 4~5%가 상근을 위해 쓰이게 된다.

‘상근이 필요하다고 해도 이 만큼의 비용을 들여야 하느냐’는 질문이 생긴다. 그래서 나온 게 ‘낙하산 부회장의 회비 징수율 제고론’이다. 시장 측근이 낙하산으로 내려와 부회장을 하면 회비가 훨씬 잘 걷힐 테니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상근부회장이 제 밥벌이는 할 테니 재정적으로 손해가 아니라는 계산이다.

여기서 ‘대전상의 상근부회장에 대전시장 측근이 간다더라’ 하는 낙하산설(說)이 나온 것 같다. 그게 사실일 경우, 낙하산을 받아들이기 위한 명분용인지, 아니면 징수율 제고를 위한 고육책인지 단정짓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어느 경우라도 낙하산은 상의 회원들에겐 이익보다 피해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낙하산으로 내려온 상근이 하는 일도 없이 2억원만 축낸다면 그 자체로서 피해를 주는 일이다. 또 상근이 회비를 더 거둬들여 제 밥벌이를 할 때도 상의회원에게는 득 될 게 별로 없다고 본다.

낙하산 내려와 기업에 회비 뜯으러 다니면..

시장의 측근이 내려와서 회비나 걷으러 다닐지도 의문이지만, 그가 정말 회비 징수에 적극 나선다 해도 문제다. 그렇게 걷는 회비는 기업이, 시장을 보고 내는 것이다. 기업체 입장에서 보면 상의가 사자(使者)로 보낸 시장 측근한테 회비를 강제로 뜯기는 꼴이다. 상의는 배불러져서 좋을지 모르나 상의 회원사에게는 불쾌한 일이다.

상의 회비는 자발적으로 내게 돼 있다. 상의가 법정단체지만 강제 납부로 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상의가 하는 일이 시원찮으면, 그래서 내 회사한테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회비를 억지로 낼 필요는 없다는 뜻 아닐까? 납부 거부가 인정되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기업의 절반 정도는 회비를 내지 않고 있다.

만일 시장 측근이 상의로 내려간다면 사정이 달라질지 모른다. 시장 측근이 회비 독촉을 해오면 거부하기 힘든 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실제 일부 시도에서는 낙하산 상근부회장이 와서 징수율을 크게 높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전상의가 정말 징수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낙하산 상근’을 추진하고 있다면 회원사들에게 ‘이리’를 풀어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회장 일을 돕고 상의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 해도 정작 회원사들에게 ‘이리’가 될 수 있는 상근은 안된다. 회비를 강제 징수하지 않는다 해도 ‘낙하산 상근’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상의가 정녕 상근부회장을 뽑기로 했다면 지역경제, 지역기업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특히 지역 기업의 사정을 꿰고 있는 사람이라야 제대로 도와줄 수 있지 않겠는가? 회원사 1500여개 중 무슨 업종, 어느 기업에 지금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사람을 부회장으로 써야 한다. 그러려면 상의를 비롯한 지역 경제단체 등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 중에 뽑아야 한다.

상근의 ‘주군’과 상의 회장만 좋은 인물 안돼

얼마 전 쫓겨난 대전상의 사무국장도 그런 사람이다. 손회장은 경쟁자 편에 섰다는 이유로 그런 인재를 내치고, ‘내편’ 을 뽑는 중이다. 인사권을 쥔 회장이니 내 사람을 쓸 수는 있으나 자격도 없는 낙하산을 받아서는 안 된다. 시장 선거운동 해주고 얻는 어줍잖은 벼슬을 경력으로 내미는 사람은 자격이 없다.

만일 이런 사람을 뽑는다면 상의가 아니라 자기 ‘주군’을 위해 상의 등골만 빼먹는 부회장이 될 게 뻔하다. 물론 기업 회원에게 봉사해야 할 상의는 또 하나의 지역 정치판이 되고 말 것이다. 상근부회장 자신과 그의 주군, 그리고 그 주군과 가까운 회장에게만 좋은 상의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대전상의 상근부회장 자리와 관련해서 나돌고 있는 ‘측근 낙하산설’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만일 사실이면 대전시가 상의회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소문도 사실로 볼 수밖에 없다. 상의회장 선거 때, 대전시가 선거를 도와주고 시장 측근을 내려보내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아직은 낭설로 믿고 싶다. 진위는 낙하산이냐에 달렸다. / 김학용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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