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진흥원장 코미디 계약

   

     김학용 편집위원

이효정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의 ‘엉터리 근무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엔 무단결근 논란을 빚고 있다. 진흥원장은 원장 업무에만 전념해도 성과를 내기 어려운 자리다. 그런데도 이 원장은 일주에 3~4일은 드라마 촬영에 매달리고 있다. 촬영 스케줄에 맞추려니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고도 하루는 사무실에 아예 못 나온다. 나머지 평일의 경우에도 오전에 출근하면 오후엔 자리를 비우고, 오전엔 자리를 비우고 오후에만 나오는 식의 근무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 원장은 본업이 연예인으로, 문화산업진흥원 일은 잘 모르는 데도 이런 식으로 업무를 보고 있으니 업무 성과가 좋을 리 없다. 취임한 지 7개월이 넘었는 데도 이렇다 할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근래에는 전임 원장 때 정부에서 타온 사업비 8억여원 가운데 2억원을 부실관리로 인해 반납해야 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염시장이 내쫓고 싶어 하는 전임 시장 측근을 억지로 내쫓으려 직위해제까지 시켰다가 업무 실수로 빚어진 사고다. 이 원장은 그러면서도 최고 대우를 받아왔다. 대전시는 연봉 1억2천만원에 관사 아파트까지 얻어주었다.

계약 도중 기관장 근무시간 연봉 바꾸는 코메디

성실한 근무를 못하면서 업무성과도 거두지 못하자, 이 원장 스스로 부담이 됐는지 자기 연봉을 20% 깎고 근무시간도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줄여 계약을 변경하자는 요청해왔다. 진흥원은 이사회를 열어 이 원장의 요구를 들어줬다. 이후 이 원장은 월요일은 아예 안 나오고 탈런트로만 활동한다. 화 수 목 금, 주 4일만 출근하고 있다. 물론 그 전에도 매주 목요일은 ‘연가’로 처리하면서 빠졌었다.

연봉이 20% 깎였어도 9600만원이나 된다. 40시간 풀타임으로 뛰던 전임 원장(8000만원)보다 많은 액수다. 원장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으면 자리를 내놔야지 근무 일수를 조정하자는 요청은 몰염치가 이만저만 아니다. 그러나 그만 탓할 일은 아니다. 엉터리 계약도 받아주는 사람이 있으니 그런 요구를 하고, 받아내는 것 아닌가?

인사권자인 시장을 우습게 보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계약 기간중 근무시간과 연봉을 도중에 조정하는 ‘황당한 계약 변경’에 대해 들었을 때, 만우절 농담인 줄 알았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소재는 연예인이 제공했지만 그 주인공은 염홍철 시장이다.

대전시의 문화산업 진흥 업무가 엉망이 되면서 영상 콘텐츠산업 경쟁력이 뒤떨어져 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제대로 된 사업계획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전임 원장이 중국 측과 함께 추진하던, 수백 억원의 지역경제효과가 예상된다던 드라마페스티벌 행사도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조선말 실학자 최한기는 용인(用人)을 4등급으로 구분하였다. 자신을 위한 용인, 집안을 위한 용인, 나라를 위한 용인, 천하를 위한 용인이다. 이런 차이는 용인을 하는 자, 즉 인사권자의 기품(氣稟)과 식량(識量·식견과 도량)에 따른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자신을 위한 인사는 식견이 천박하여 나라와 천하를 위한 용인은 알지 못하고 다만 자신의 애증친소(愛憎親疎)나 이해손익(利害損益)만을 따져 사람을 쓴다. 그러므로 가장 잊지 못하는 상대는 뇌물을 많이 가져온 자들이고, 그 다음은 요첩(妖妾)의 친족들이고 또 그 다음은 선물을 자주 가져다주는 측근들이다.”

지방선거로 뽑히는 자치단체장의 인사 가운데도 ‘자신을 위한 인사’가 많다. 선거 공신에 보답하는 인사도 있고, 앞으로 선거에 도움이 되겠다 싶은 사람을 갖다 쓰는 인사도 있다. 모두 ‘자신을 위한 인사’다.

염시장의 ‘나를 위한 인사’가 '자해 인사’로?

최한기는 이런 인사를 하는 자의 고민에 대해 “이 같은 행위를 남들이 알게 하자면 그 비평(비난)이 두렵고, 모르게 하자면 공작이 복잡하기 때문에 마음의 수고로움이 비할 데가 없다”고 하였다. 또 “‘나라와 천하를 위하는 용인’의 도(道)를 체득한 자는 ‘자신을 위하는 용인’만 알다가 결국 자해(自害)로 돌아가는 자를 늘 가엾이 여긴다고”고 하였다.

지금 염 시장은 이 원장 때문에 뒤늦게 속앓이를 하는 듯하다. 그를 기용한 것에 대해 속으론 후회막급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최한기가 말하는 ‘자해’의 인사가 아닌가 한다. 즉, 이 원장 기용은 염 시장 스스로를 해치는 인사가 되었다. 이효정씨를 데려 올 때, 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대전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밀실인사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염시장이 시민보다 ‘자신을 위한 인사’를 했다고 나는 의심했다. 지금 나타나는 코미디 같은 현상은 그런 의구심을 더욱 굳히고 있다. / 김학용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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