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잔소리]60

<원문> 子(자) 曰(왈) 君子(군자)는 欲訥於言而敏於行(욕눌어언이민어행)이니라.

<풀이>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말은 어눌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려고 해야하 느니라.”  
                                                                                                            (논어 이인편)

<여설> 위의 공자의 말씀을 줄여서 말하면 ‘訥言敏行’(눌언민행) 즉 ‘말은 어눌하게 행함은 빠르게’라는 뜻이다. 우선 공자께서는 말을 할 때는 눌언(訥言) 즉 ‘어눌하게 말하라.’하셨다.

‘어눌하다’라는 말의 사전적인 뜻은 ‘말을 할 때 더듬거려 말이 부드럽지 못하다. ‘는 뜻이다.
공자께서 이처럼 말을 어눌하게 하라 즉 말을 더듬거리며 느리게 하라는 뜻은 말하는 자의 말하는 모습이나 태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할 때는 항상 신중하게 생각한 다음에 하라는 교훈의 뜻이다.

다시 말해 내가 한 말이 과연 실천할 수 있는 말 인지 진실 된 말인지, 나와 남에게 모두 유익한 말인지 등을 잘 생각해 보고 난후에 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말을 할 때는 三思一言(삼사일언) 즉 ’세 번 생각해 본 후에 말을 하라.‘ 다시 말해 ’충분히 생각한 다음에 말을 하라.‘한 것이다.
이처럼 어떤 말을 하려 할 때는 신중히 생각한 다음에 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히 달변가의 모습이 아니라 말을 어눌하게 하는 눌변가의 모습에 비유한 것이다.

또한 공자께서는 행함에 있어서는 敏行(민행) 즉 ’민첩하게 하라’하셨다.
다시 말해 내가 한말에 대해 확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한 말에 대한 실천을 미루지 말고 바로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믿을 신(信)자에는 ‘사람(人)의 말(言)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즉 ‘말과 행함이 같아야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불신(不信)이란 ‘말과 행함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말이 행함에 앞서 기 때문에 행함이 말을 따르지 못하고 똑같지 못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정치(政治)가 不信(불신)의 대명사처럼 되어있는데 이것이 바로 많은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행할 수 없는 말이나 약속, 말과 어긋난 행동을 하였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미생지신(尾生之信)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춘추시대 노나라에 미생(尾生)이라는 약속을 잘 지키기로 소문난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미생’은 사랑하는 여인과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는 정시에 약속장소에 나갔으나 웬일인지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미생이 계속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져 개울물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생은 약속장소를 떠나지 않고 기다리다가 결국 교각을 끌어안은 채 익사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미생지신(尾生之信)은 ‘약속을 굳게 지킨 사람’ 또는 ‘약속을 굳게 지킴’을 비유함의 뜻이 담겨있다.

이 고사(故事)는 믿음에 대한 극단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지만 어쨌든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 특히 정치지도자들로서는 귀담아 들어야 할 고사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보통 남에게 말이나 약속을 할 때 ‘그때의 감정에 끌려 뒷감당을 하지 못할 말, 책임질 수 없는 말, 실천할 수 없는 약속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친구의 딱한 사정 얘기를 듣고 그만 인정(人情)에 끌려 나의 현실적인 능력도 헤아려 보지 않고 무작정 어떻게 도와주겠다고 약속을 한다.
그리고 나서는 뒤늦게 도와 줄 수 없는 자기 현실을 헤아리고 나서 어쩔 수 없이 약속을 번복하게 된다. 이러하면 기대하고 있던 상대나 실언(失言)을 한 자신 모두에게 큰 상처가 된다.

나아가 서로 간에 신뢰가 깨지게 된다.
그러므로 아무리 좋은 일이나 착한 일을 위한다 하여도 그 마음은 한없어도 좋겠으나 말은 신중히 하고 절제해야 한다.
즉 실천과 행함이 따를 수 있는 말이나 약속만을 해야 할 것이다.
취중에 술과 감정에 도취되어 감당할 수 없는 말, 책임질 수 없는 말, 선심의 말 등을 하고나서는 술깬 뒤에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주자께서는 “醉中妄言 醒後悔’(취중망언성우회) 즉 ‘취중에 한 망언은 술깬 뒤에 후회하게 된다.‘ 라고 하여 취중에 후회되는 말을 하지 말라고 이른 것이다.
한번 엎질러진 물은 병에 주워 담을 수 없듯이 사람도 한번 입에서 나온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러므로 말을 할 때는 충분히 생각한 다음에 하여서 실언(失言)이 되지 않고 후회됨이 없게 하여야 한다.

누구에게‘매일 매일 운동을 해야겠다는 다짐이나 약속의 말을 하려 할 때는 정말 내가 매일 운동을 해야겠다는 실천의지와 계획이 확실 할 때 해야 할 것이고 이미 실천하고 난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명심하자, 말은 신중하게 그리고 충분히 생각한 다음에 하되 그 말에 대한 실행은 과단성 있고 신속하게 행하도록 해야 한다.

<< 한자어 마당>>
▲ 단말마(斷末魔) : 斷(끊을 단) 末(끝 말) 魔(마귀 마)의 뜻은 ‘숨이 끊어 질 때 마지막 고통’을 말한다. 
                               말마(末魔)는 범어 ‘marman"의 음역(音譯)으로 급소라는 뜻이다. 
                               고대인도 의학에서는 몸속에 『말마』 즉 특수한 급소가 있는데 
                               이것을 건드리거나  끊으면 죽거나 발광한다고 믿었다. 
                               지금은 ’죽음에 이른 때‘ ’임종‘의 뜻으로까지 어의가 확대되어 사용되고 있다.
                              • 예문으로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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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충남 교수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棠)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는 대전광역시 평생 교육문화센터와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또 어려운 한문이나 경서의 뜻을 쉽고 논리적이고 현대적 정서에 맞게 강의 할 수 있도록 하는 강의서를 집필중이다(김충남의『명심보감』, 김충남의『대학』, 김충남의『논어』, 김충남의『맹자』, 김충남의『중용』, 김충남의『생활한자』, 김충남의『고사성어』) 손전화 010-2109-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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