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신원조회는 말뿐

삼혼 앞둔 이혼남에 '사기결혼' 피해 

직장인 강민경(가명)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7월의 신부가 될 생각에 부풀어있었다. 그러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겠다는 소박한 바람이 최근 산산이 부서졌다. 결혼정보업체와 상대방 남성으로부터 일종의 '사기결혼'을 당할 뻔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지난 1월 회원비 150만원을 내고 강남의 모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해 40대 남성을 소개받았다. 당시 해당 결혼정보업체는 강씨에게 이 남성이 69년생이며 연세대학교를 졸업했고 본인 소유의 10억원 재산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얼마 뒤 일이 터졌다. 이들이 살게 될 신혼집을 단속하러 간 강씨는 예비 남편감이 될 이 남성이 다른 여자와 함께 침실에 있는 장면을 목격한 것. 결혼을 석달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이후 하나씩 드러나는 사실은 강씨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 남성은 이미 2번의 결혼에 실패하고 삼혼(三婚)을 앞둔 이혼남이었으며, 나이도 43세가 아니라 55세로 열 두살이나 속였다. 게다가 오는 7월에는 또 다른 여성과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었다. 학력과 재산도 거짓으로 들통났다.

이처럼 '작정하고' 허위로 거짓 기재해도 확인 절차가 미비하고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고 있어 이러한 허술한 회원관리시스템을 악용한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결혼정보업체에 학력, 경력, 직업 등을 허위로 기재해 여성들의 환심을 사고 이후 모텔로 끌고가 성폭력을 한 범죄도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결혼정보업체 통해 한의사인 줄 알고 만난 남자가 결혼하고 보니 전과자인 경우도 있다.

지난 2007년 김모(가명)씨는 한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한의대 졸업예정자 남성을 소개받아 그해 결혼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 남성은 전과자 출신으로 자신의 친동생의 신분증 복사본과 졸업예정증명서를 이용해 신분을 사칭했던 것이다. 해당 결혼정보업체는 회원등록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음에도 추가로 신분을 확인하지 않았던 것. 이후 여성은 결혼정보업체와 상대방 남성을 사기 혐의로 고소해 일부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이렇게 허술한 결혼정보업체의 회원관리 시스템에 대해 "솔직히 재산 규모 등 모든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모님 재산을 파악하겠다고 회원에게 건축물ㆍ토지 등 관련 부동산 증명서를 떼어 오라고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면서 "통장에 얼마가 들어있는지까지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선을 진행하는 결혼정보업체는 백년지대계 결혼을 앞둔 회원들을 상대로 신중하게 상대방의 신분을 추가 확인해야한다. 연간 150만원~300만원에 달하는 회원비를 낼 때, 고객들은 이러한 점이 충분히 밑바탕돼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한편 현재 서울시에 신고된 결혼정보업체 370여 곳 중 1/3은 사실상 사업자 한 사람이 운영하는 소규모 영세업체이며, 이 중 일부 업체는 '졸업앨범을 이용한 신상털기''회원 알바고용' 등 도를 넘는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같이 결혼정보업체로부터 피해를 당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지난 한 해 동안 1744건에 달했다. <아시아경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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