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칼럼] ‘시도지사 당내 경선 가능 유권해석’

시·도지사가 그 직(職)을 유지한 채 당내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유권해석이 나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대통령선거 당내 경선을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에 대한 검토 결과, 법 위반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마땅하고 당연한 판단이고, 이는 지방 정치인들에게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시도지사가 보다 자연스럽게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시도지사의 경우 대권 후보만 되려고 해도 임기 도중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부담감을 덜게 됐다. 시도지사들도 역량이 있다면 얼마든지 곧바로 대권의 꿈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미국에선 주지사가 대통령 선거에 나가 낙선해도 다시 주지사로 돌아갈 수 있다. 2008년 미 대선에서 알래스카 주지사 페일린은 공화당 부통령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뒤 다시 주지사로 돌아간 뒤, 중도 사임했다.

도지사가 대통령후보 경쟁에도 나갈 수 없도록 돼 있는 우리의 기존 룰은 잘못된 것이다. 무엇보다 이는 중앙에 대한 지방의 차별이다. 국회의원은 그 자리를 내놓지 않고도 경쟁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시도지사 손발은 묶어 놓았던 것은 분명한 지방차별이다. 이번에 새로운 유권해석이 나옴으로써 이런 부당함은 개선되게 되었다.

시도지사 대권 경선 지방 차별 없애는 조치

이젠 시도지사가 되려는 사람 중에도 아예 대권 도전을 염두엔 두는 경우가 많아질지 모른다. 이미 우리나라도 알게 모르게 시도지사의 위상이 높아져 있다. 경기도지사나 서울시장은 이미 가장 유력한 ‘대권코스’의 하나가 되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대통령이 됨으로써 시도지사의 정치적 위상이 한층 높아졌고, 이번 유권해석으로 더욱 격상되게 되었다.

비록 올 연말 대선 레이스에선 힘을 못 받고 있지만, 김문수 경기지사와 김두관 경남지사의 대권 도전은 지방정치의 위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지방정치인 중에서도 가능성을 보이면 전국적 명성을 얻으면서 대권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대권을 잡기 위해선 반드시 중앙정치 무대에 들어가야 한다면 중앙은 그만큼 지방을 더 깔보게 된다. 아직 우리나라가 이런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의 어떤 시도지사라도 실력을 갖추기만 하면 곧바로 중앙 권력도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이어야 중앙과 지방의 차별이 줄어들게 된다. 지방에서 곧바로 치고 올라갈 수 있으면 중앙에서도 지방을 덜 우습게 볼 것이다.

대통령이 되려면 왜 꼭 국회에 들어가야 하는가? 지방에서도 전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나오지 말란 법이 어디 있는가? 우리 지역에서도 심대평 지사와 이완구 지사가 지사 자리에서 ‘큰 그림’을 그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은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만 대권을 노릴 만한 자리로 인정해주고 있다. 충남지사나 대전시장 중에도 대권 후보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이제는 대전시장과 충남지사도 단순히 ‘지방 도백’에 머물 사람이 아니라 더 멀리 나갈 수 있는 인물을 뽑는 시대가 오고 있다.

지방분권을 위해서도 마땅한 변화다. 이는 시도지사의 자격 기준이 더 엄격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들은 이제 시도지사를 쳐다보지 못할 수도 있다. 반면 지역의 유력 정치인들이 중앙 무대 대신 시도지사 자리를 선택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안희정 지사는 ‘차차기’ 후보감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권에 도전할 만한 역량을 갖추기만 한다면 도지사 임기라는 문제 때문에 도전조차 하지 못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뒤집으면, 후보 반열에 오르면 임기를 핑계로 중단하기도 힘들어진다 말이다.

시도지사로서 능력 보여야 대권 도전 가능

시도지사의 대권 도전이 보다 쉽게 됨으로써 부작용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시도지사를 ‘대권 발판’으로만 이용하면 지방자치라는 본연의 기능에선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시도지사가 대권으로 직행할 수 있는 길을 더욱 넓힘으로써 시도지사와 지방의 위상을 높이고, 시도지사라는 자리가 국정운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유권 해석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물론 시도지사로서 능력을 증명해보이지 못하는 사람이 국정을 맡겠다고 나서기는 힘들 것이다. 안희정 지사는 줄곧 차차기로 거론되고 있지만, 도지사로서의 능력은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체로 충남도청 밖에서는 ‘사람 좋은 도지사’라는 평이 줄을 잇고 있으나, 도청 안에서는 ‘도지사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들도 적지 않다. 도지사로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대권의 꿈이 실현되기는 힘들 것이다. / 김학용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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