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근로자 사택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낡고 오래된 철도관사 지역공동체 사랑방으로

‘소제관사 42호’ 가 4일 드디어 문을 열고 집들이를 가졌다. 얼핏 들으면 무슨 수용시설을 일컫는 듯한 명칭 같기도 한 ‘소제관사 42호’는 8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가옥이다.

일반 주택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일본인 철도노동자, 기술자 비롯한 철도관련 종사자들을 위해 건립됐던 사택이라는 점이다. 1930년대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전에서도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꼽히는 소제동에 위치한 이 낡고 오래된 철도관사가 지역 공동체를 위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집들이에 오신 옆집 사는 이은분(84세)할머니가 곱게 접은 1만 원 짜리 지폐를 얼른 상위에 올려놓는다. 행사를 준비하던 학예사들이 손사래를 치자 얼른 방 안으로 들어간다. “그래야 다음에 또 짜장면을 사줄게 아니냐”며 수줍게 웃는 모습이 정겹다.

이 모습을 본 손기철()71세)할머니는 “나는 빈손으로 왔는데...”라며 이 할머니를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또 옆에서 함께 음식을 나누던 강은분(78세)할머니는 “이 동네가 이럴 줄 누가 알았어.”라며 모처럼 북적이는 모습에 연신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동네어귀 둥구나무 그늘 아래나 누구네 집 사랑방으로 마실 나온 주민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동네에 마실 다닐 사랑방이 생겼어요”

철도는 근대화의 대표적 상징이다. 서울역이 그렇고 대전역이 그렇다. 특히 근대도시 대전은 일제 강점기 철도부설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철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미 구 서울역사가 ‘문화역 서울284’라는 명칭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고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미술관, 베를린의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 등으로 화려하게 변신하는 등 역사를 비롯한 관련 시설들을 문화공간으로 개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전에서는 철도시설을 활용한 예가 거의 드물다. 위의 예들과 비교할 수조차 없는 작은 공간이고 그나마 1년간 임대를 한 한시적인 임시조치에 불과하나 향후 대전의 근대유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예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철도관사가 근대유산을 활용한 지역공동체 문화 활성화를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은 지난해부터 목원대와 대전시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전 근대 아카이브 구축과 활용방안’ 사업의 일환이다.

공동연구단(연구책임자 김정동 목원대건축과교수)은 근대문화유산 전수조사와 함께 이를 활용한 여러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소제관사 42호’ 는 그 실험적 첫 모델이다.

30여 채 남아 있으나 보존, 활용은 요원한 실정

동네 속으로 들어가 주민들에게 공간을 개방하고 소통하며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게 된다. 소제동 사람들을 기록하고 어르신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소제사진관’을 운영하며 동네 아이들과는 동네그리기를, 주민과 함께 하는 골목길 음악회도 마련되어 있다. 대전시민을 대상으로는 원도심 근대유산 투어도 실시한다. ‘소제관사 42호’는 이 같은 주민들의 문화활동을 공동체 문화를 복원하는 마을사랑방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인 철도관사는 대전 역사 주변에 100여 호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부분은 근대화 과정 속에 거의 멸실되거나 원형이 훼손돼 흔적만 남기고 있는 반면 동관사촌이었던 계룡공고 인근 소제동에는 현재 31채가 밀집한 상태로 남아 있다.

관사는 1970년대 민간에게 불하됐다. 대부분은 40년 이상 여전히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으나 일부는 비어있는 상태이다. ‘소제관사 42호’도 앞으로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기록으로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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