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지사를 만나본 사람들이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가 당선되지 않기를 바랐던 사람 중에도 평가가 달라진 경우가 적지 않다. 그를 경험한 사람들 입에서는 “사람이 합리적이다” “사람이 됐다” 등의 평이 나온다. 처세법 때문은 아닌 것 같다. 계장이 처리할 업무로 찾아온 민원인에게 “도지사라도 계장의 권한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며 시간을 달라고 민원인에게 양해를 구하는 사람이다.

그가 도지사가 되었을 때 지역사회와 공무원들이 가졌던, ‘위험한 386’이란 걱정은 역시 편견이었다. 그가 도정(道政)을 확 뒤집어놓을지도 모른다는 근심은 기우였다. 그가 뭘 과격하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공무원은 이제 없다.

안지사 반대파들도 만나고 나면 칭찬

그의 말에서도 투쟁 전투 공격 등의 용어보다는 대화 협력 조화 같은 말이 많다. 지난주 대전시 특강에서는 “누군가를 무찌르고 소멸시켜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믿음을 버렸다”고 했다. “자연과 사회질서는 대립과 투쟁 적자생존이 아니라 협동과 조화로 빨리 옮겨가야 답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가 정치적으로 상대를 심하게 비난하고 공격하는 모습도 보기 힘들다. 이젠 누그러졌지만 임기 초 4대강 문제로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울 때도 금도를 벗어나는 경우는 없었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이렇게 취급하면 안 된다”면서 거듭 대화를 요청하는 데 그쳤다.

그는 자신이 청와대와 대립하는 과정에서 애꿋게 부하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지나 않을까 걱정했다. 비록 부하직원이라도 자신 때문에 곤란해지는 걸 부담스러워했다. 그러니 그가 부하 직원을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모습도 보기 힘들다. 전임 도지사들은 업무를 제대로 못 챙기는 간부에겐 “당신 뭐하는 사람이냐?”며 혼쭐을 내곤 했다.

안 지사는 직원들에게 일을 강압적으로 시키지 않는다.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소통과 대화’는 업무 추진의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안 지사의 역점 시책인 행정혁신과 3농혁신도 소통과 대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다름 아니다. 공무원끼리, 도민끼리, 그리고 도민(농민)들과 공무원들이 서로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그는 자기 치적을 내세워 자랑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작년엔 충남도 외자유치 실적이 괜찮았다. 홍보할 만한 데도 하지 않았다. 한 도청 출입기자는 “안 지사는 쇼맨십이 없고 누구한테 싫은 소리는 잘 못하는 사람”이라며 “천성(天性) 같다”고 했다.

뒷받침하는 예가 있다. 안 지사는 취임 초 ‘구악(舊惡)을 척결하시라’는 도청내 개혁파들의 요구를 받았으나 “모두 안고 가야 한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그는 개혁파들의 과격한 요구를 따를 수 없는, 착한 심성의 소유자 같다. 기업인이었다면 또 한 명의 ‘안철수’였을지 모른다.

‘공무원들 하는 일 없이 놀린다’ 혹평

하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조직 관리에선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도지사가 조직을 방치하는 바람에 공무원들이 하는 일 없이 놀고 있다”고까지 혹평하는 사람도 있다. 조직 관리가 안 돼 추진력이 떨어지고, 일이 안 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충남도엔 담론만 있고 각론이 없는 행정”이란 비아냥도 그래서 나온다. 안지사가 극복해야 할 숙제다.

화해를 외치는 안 지사도 결코 화해하지 않는 대상이 있다. ‘조중동’이다. 노무현 정부 임기 내내 갈등을 겪었던 언론 권력들이다. 안 지사는 이들과의 구원(舊怨)을 풀지 않고 있다. 지사 취임 2년을 바라보고 있으나 이들 신문과는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있다. 개인적 이유든 진영의 논리 때문이든 “무찔러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믿음을 버렸다”는 자신의 말과는 배치된다.

차차기 준비한다면 ‘또다른 안희정’ 보여줘야

도지사로서 최고 권력자까지 눈치를 보는 최대 언론권력에 맞서는 모습은 안 지사의 또 다른 상징이요 미래 가능성이다. 동시에 그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그가 미래에 또 한명의 노무현에 그치고 만다면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안 지사에겐 이번 4.11 총선이 ‘충청권 대표 정치인’ 바통을 넘겨받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안 지사는 다음 도지사 선거에는 관심이 없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도지사 생활도 2년 남짓 남았다.

‘차차기’ 안 지사는 젊은 도지사로서 좀 더 적극적인 ‘젊은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중앙 무대에 진출해 쓰려는 ‘숨긴 카드’가 있다면 지금 써봐야 한다. 미래의 자신을 위해, 충남도를 위해 ‘또 다른 안희정’을 보여주길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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