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발생 보름도 안돼 추락사고...발전당국 믿을 수 있겠나

지난달 15일 화재 발생때 자체 진화 이유 30분 늦게 신고
1⇨2호기로 불 옮겨붙어 피해 키워

보름도 안돼 정비 중 가설물 붕괴 2명 사망 등 사상자만 13명
전문가 “안전장치 설치 미흡이 원인”

   
보령화력은 지난달 1,2호기 화재(사진 왼쪽)에 이어 27일 구조물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 총체적인 안전불감증에 걸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보령소방서 제공.

국내 최대 규모의 화력발전소인 한국중부발전 소속 보령화력에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고리원전사고에 이어 화력 발전소에서까지 화재와 구조물 붕괴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안전 불감증과 근무기강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2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13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구조물 붕괴사고는 지난 17일 지경부가 연 ‘긴급 에너지자원 안전점검’ 회의 이후 단 열흘만에 발생했다. 안전점검 회의가 형식적으로 열린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홍석우 지경부장관이 지난 17일 이틀전 화재가 발생한 보령화력을 찾아 원인규명과 복구를 지시했다. 그로부터 단 열흘만인 27일 그 곳에서는 사망자 2명을 포함 13명의 사상자를 낸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사진=지경부 제공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안전점검 회의에 앞서 지난 17일 오전 직접 화재가 났던 보령화력발전소를 방문, 화재경위 및 후속 상황을 점검하고 조속한 원인규명과 복구를 지시한 바 있다.
사고원인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써는 구조물이 잘못 설치됐을 가능성이 큰 만큼 작업을 진행한 협력업체의 현장소장 차원이 아니라 감독자인 발전소 측의 책임도 강하게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화재원인 부실 점검 탓 가능성 커

지난 15일 발생한 화재에 대해서도 보령화력 측은 일반적으로 누고도 책임지지 않는 ‘누전에 의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국과수의 감정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설상 그렇더라도 발전소 측의 관리 소홀은 물론 초기 대응 미숙에 대한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화재가 발생한 1호기는 2호기와 함께 수명이 다해 2010년 성능개선 공사를 완료한 상황으로 최근 정기 안전점검에서도 아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발전소 측은 성능개선으로 10년 이상 수명연장과 10년간 4조 7647억원(53원/kWh 적용) 규모의 전력을 더 생산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에 1호기에서 난 불이 2호기까지 옮겨 붙어 발전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화재 대응 미숙도 도마 위 

   
지난달 27일 13명의 사상자가 나오는 대형산업재해가 발생한 보령화력. 이튿날 외부인 출입에 대한 경비가 한층 강화된 가운데 경비원이 사진촬영을 막고 섰다.  한남희 기자

당시 화재에 대해서도 보령화력이 자체 진화를 이유로 30분 가까이 화재 신고를 늦게 하는 바람에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령화력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은 당일 오후 10시 30분께 발생, 화재경보 알람이 울리자 직원들은 분말 소화기를 뿌리고, 발전소 소방용역업체와 직원들로 꾸려진 소방대가 자체 소방차 1대를 몰고 갔지만 이미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였다.

보령화력은 그제야 지식경제부 종합상황실에 보고하고 화재경보가 울린 지 27분만인 오후 10시 57분 119에 신고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보령화력 측의 늑장신고 이유를 ‘세계 최초 4500일 무고장 운전기록’의 기네스북 등재를 위해 무리하게 자체 진화를 시도한 때문으로 보고 있다.

불씨 채 꺼지기도 전에 사망사고 발생

화재 후 채 보름도 되지 않아 이번엔 2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초대형 사고가 터졌다. 계획예방정비 공사를 위해 5호기 보일러 안에서 수리작업을 하던 중 2층과 7층 사이에 설치했던 비계 가운데 일부가 갑자기 무너지면서 13명이 최고 40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정 모 씨가 구조 직후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숨졌고, 치료를 받던 박 모 씨는 이튿날 병원에서 사망했다. 중상자가 더 있어 사망자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번 사고는 작업자 실수로 발판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 비계 자체가 무너진 것이어서, 전문가들은 부실한 비계 설치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계에서 실수로 사람이 추락했어도 안전장치 미착용 등 문제가 발생하는 비계가 무너졌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경우”라며 “비계 설치를 설계대로 안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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